얼마 전 부산에서 G스타2012 게임쇼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 공히 세계적인 게임강국으로, 과거 일부 PC나 게임기를 가진 청소년들의 문화였던 게임이 누구나 즐기는 대중문화의 한 갈래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즐긴 레이싱게임은 무엇일까? 자동차 마니아가 보기에는 다소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가진 레이싱게임은 카트라이더가 아닐까? 개발사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카트라이더의 모바일버전의 다운로드 횟수가 200만을 넘었고, 1일 접속자 수가 4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카트라이더를 자동차 게임으로 볼 수 있을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스타트 지점을 동시에 출발해 가장 먼저 골인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는 카레이싱의 룰을 따르고 있다. 카트라이더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곧 레이싱게임이 그만큼 재미있는 장르라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레이싱게임을 ‘드라이빙 게임’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라는 레이싱게임의 장르가 있지만, 게임의 규칙과 리얼리티에서 차이가 날 뿐 경쟁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게임이라는 것은 같다. 거기에 실제 내 자동차로 할 수 없는 것을 가상 경험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레이싱게임의 매력이다.

사실 레이싱 게임의 발전은 게임기나 컴퓨터의 성능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초기의 레이싱 게임은 TV 게임기에 조이스틱을 핸들로 바꿔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요즘 나오는 최신 레이싱 게임은 타이어가 노면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을 스티어링 휠의 진동과 압력으로 전달해줄 정도로 사실적인 것도 있다.

레이싱게임은 재미를 느끼는 요소와 사실성에 따라 크게 액션, 아케이드, 시뮬레이션의 세 가지 장르로 나뉜다. 각 장르의 게임을 통해 특징을 살펴보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레이싱 액션 게임 -  마리오 카트 시리즈, 번 아웃 파라다이스 얼티밋 (2011)

현실의 자동차 레이스에서는 바나나 껍질을 던지거나 미사일을 쏴 경쟁자의 움직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비현실적인 요소가 게임에서 더욱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게임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액션을 가미한 게임을 레이싱 액션 게임이라고 한다. 실제 운전과 상관없이 자동차라는 소재만을 이용한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레이싱 게임 입문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장르다.



마리오 카트 시리즈는 대표적인 레이싱 액션 게임 중 하나다. 제목 그대로 슈퍼마리오 캐릭터가 나오는 카트 레이싱 게임이다. 단, 거북이 등껍질 등의 아이템을 이용해 경쟁자의 주행을 방해하거나 부스터 아이템을 이용해도 반칙이 아니다. 무척 아기자기하고 코믹하지만 의외로 상당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 가속과 브레이킹 등의 느낌은 현실의 자동차와 느낌이 전혀 다르지만, 주행 코스의 레코드라인을 달려 기록을 단축시키는 등 기본적인 카레이싱의 테크닉을 게임에 접목하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최신작인 마리오카트 7은 지난 2011년 휴대용 게임기인 3DS용으로 출시되었고,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었다.



한편 번 아웃 시리즈는 마리오 카트와는전혀 다른 종류의 레이싱 액션 게임이다. 여러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스테이지마다 승리를 위한 목표가 다르다. 보통의 레이싱 게임처럼 먼저 골인하면 이기는 스테이지가 있는가 하면, 거리에서 고의적인 교통사고를 내어 더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는 쪽이 이기는 스테이지도 있다. 자동차를 몰아 도시의 기물을 부수고, 경쟁자의 자동차를 파괴하면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다소 과격한 장면이 많아 어린이용 게임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12세 이상 구입 가능 판정을 받아 정식 발매되었다.

이러한 레이싱 액션 게임은 자동차에 대해 잘 몰라도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좋지만, 본격적인 자동차 레이싱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또 게임에 금방 익숙해지는 만큼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다.



오락실에서의 한판 승부! 아케이드 레이싱 - 아웃 런 2 (2006)

파도가 넘실거리는 남국의 해변 길을 페라리로 달린다, 그것도 옆자리에 미녀를 태우고서! 남자라면 한번쯤 꿨을 꿈을 실현해주는 게임, 바로 아웃 런 2다.



게임의 룰은 단순하다. 정해진 코스를 달려 제한시간 내에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코스가 바뀌는데 광활한 사막을 가로질러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로 골인할 수도 있고, 알프스를 넘고 안개 낀 숲길을 달려 네덜란드의 풍차 마을로 골인할 수도 있다. 실제 지도와는 상관없는 코스지만 꽤나 멋진 풍경들이 게임에서 펼쳐진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내다가 핸들을 돌리며 살짝 브레이크를 밟는 것만으로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손쉽게 드리프트 주행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화려한 드리프트를 펼치고 다른 차를 추월할 때, 조수석의 미녀가 환호성을 지르며 플레이어를 응원해준다! 게임을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몰입할 요소는 충분하다.



페라리 데이토나, 디노, 테스타로사, F40, 엔초 등 다양한 차종을 몰아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서로 경쟁하는 것도 가능한데, 복잡한 룰 없이 최종 골인지점에 먼저 들어온 사람이 승자다.

타임어택이나 하트브레이크 모드 같은 미션을 플레이 할 수도 있다. 하트브레이크 모드는 화려한 주행기술로 옆자리의 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션 게임. 복잡한 차량 사이를 통과하며 드리프트나 추월을 하며 하트를 모아야 한다. 골인지점에 도착할 때 까지 모은 하트의 수에 따라 해피엔딩과 배드엔딩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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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런 2와 같은 장르는 아케이드 레이싱 게임으로 분류된다. 아케이드 레이싱은 현실감을 다소 떨어트리더라도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 한 것이 특징.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지만 실제 자동차 운전보다 훨씬 쉽고 간단하다. 다른 자동차와 부딪히더라도 차가 파손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뒤집히더라도 원 상태로 돌아와 레이스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핸디캡’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칠 때 한 사람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 멀리 앞서가게 된다면, 앞서 달리는 차는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러나 뒤따라가는 차는 텅 빈 고속도로를 달려 앞서 달리는 차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결국 초보자와 고수가 대결을 벌이더라도, 초보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서로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고, 게임의 재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아웃 런2는 나온 지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입점한 오락실 등에서 지금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조작이 비교적 쉬워 레이싱게임 초보자가 입문하기에 적당하다.



시뮬레이션 레이싱 - 포르자 모터스포츠 4 (2012)

최근의 게임들은 하드웨어의 발달로 현실과 게임 화면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단순히 그래픽만 훌륭한 것이 아니다. 게임 안에서 현실의 물리법칙을 충실하게 구현하여 자동차의 움직임이 굉장히 사실적일 뿐 아니라, 연료를 소비하고, 사고가 나면 부서지기도 한다. 이러한 레이싱 게임들을 가리켜 시뮬레이션 레이싱(Simulation Racing)이라고 부른다.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들은 아케이드 게임에 비해 더 어렵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고 차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실제 운전을 하는 것처럼 미리 충분히 속도를 줄인 상태로 코너에 진입하고, 코너를 빠져나오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속도를 내야 코스를 이탈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4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플랫폼인 XBOX360용으로 나온 게임 소프트웨어다. 현재까지 나온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 중 하나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4의 가장 큰 매력은 사실적인 그래픽이다. 실제 자동차의 디테일한 특징을 게임에서 잘 표현했다. 전 세계 유명 자동차메이커의 차량 500여대가 게임에 등장하는데, 차량의 외관과 내부가 모두 정밀하게 구현되어 있고, 실차와 동일하게 움직인다.



초보자라면 처음에는 빈번히 코스를 이탈하게 되는데, 게임 화면에 표시되는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금방 실력을 키울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차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 라인을 화면에 보여주고,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거나 가속해야 할 타이밍을 알려준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의 주행 방법은 실제 레이스카의 트랙 주행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지 않고도 충분히 컴퓨터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키우면, 다른 사람과 겨루는 온라인 레이스에 도전할 차례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게이머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데,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상대를 자동으로 찾아 연결해주는 기능이 있어 보다 치열하고 재미있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이러한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들은 조이스틱이나 조이패드로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최소한 게임용 스티어링 휠과 페달 세트는 구비해야 레이싱 게임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저렴한 제품은 10만 원 대 초반에도 구입할 수 있지만, 실차의 느낌과 흡사한 핸들의 느낌과 진동(포스 피드백)을 경험하려면 훨씬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 한다. 포스 피드백 기능이 내장된 스티어링 휠은 국내에서 30만 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 할 수 있으나 훨씬 고가의 제품도 많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 (2012)

어느 날 MBC의 인기 라디오 방송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인터넷 게시판에 트럭 운전을 하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올라왔다.
"유럽에서 화물 운송 일 하는 사람입니다. 인터넷으로 라디오 들으며 밤새 운전하다가, 방금 사고가 나서 번 돈 다 날아갔네요."
"지금 독일 뒤스부르크 가는 중입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별밤 듣고 있어요."
MC를 맡은 가수 윤하는 글로벌 방송으로 도약했다며 즐거워했지만, 실은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라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올린 사연이었다. 실제로는 집에서 컴퓨터로 트럭을 운전하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지만 라디오 심야 방송을 들으며 운전 하는듯한 기분을 내기 위해 사연을 보냈는데, 이 사연이 실제로 방송을 타면서 게임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 2(이하 유로트럭2)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다. 제목 그대로 트럭을 운전하여 유럽 각지로 화물을 운송하는 게임이다. 스피드보다 육중한 트럭을 운전하는 현실감에 중점을 둔 게임인데, 화물의 무게에 따라 트럭의 움직임이 다르고, 빠른 배송을 위해 지도를 보며 길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심지어 쉬지 않고 장거리 운전을 하다보면 피곤함에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하고, 운전 부주의로 신호를 위반하면 벌금 청구서가 날아온다.

 

항상 화물 배달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어 새 트럭을 구입하거나, 트럭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재미도 있다. 때로는 빠른 화물 배송을 놓고 다른 트럭과 레이스를 펼치기도 한다.

유로트럭2와 같은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을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플레이 할 때는 한없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니아들은 한 번 빠지면 가장 헤어 나오기 어려운 장르라고 말한다. 다음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유로트럭2 마니아의 글이다.

 "심야에 방의 불을 끄고 창문에 커튼을 친 다음, 빗소리를 들으며 유로트럭2를 플레이한다. 심야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고 캔 커피를 마시며 트럭을 모는 기분은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절대 모른다."



레이싱 게임을 더욱 생생하게 즐기기 위한 장비들

보다 실감나고 재미있는 레이싱 게임을 즐기기 위해 다양한 장비에 투자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레이싱 게임을 위한 대표적인 장비는 '포스 피드백' 기능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이다. 포스 피드백은 자동차 운전을 하며 핸들을 통해 느끼게 되는 진동과 압력을 게이머에게 전달해주는 기능이다. 아스팔트를 달릴 때와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의 서로 다른 진동이 손으로 전달됨은 물론이고, 주행 속도에 따라 핸들을 돌릴 때의 무게감이 변한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순간의 민감한 변화도 느낄 수 있다.



레이싱게임용 스티어링 휠은 어떤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기는지에 따라 다른 것을 구입해야 한다. PC용 스티어링 휠과 비디오 게임기용 장비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어 변속장치의 형태와 클러치 페달의 유무 등에 따라 장비들의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레이싱 게임에 푹 빠진 마니아 중에는 '시뮬레이터'라는 장비를 구입하거나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개의 모니터를 이용해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시뮬레이터용 프레임에 자동차용 버킷 시트와 모니터, 스티어링 휠을 조립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도 전문 시뮬레이터 장비와 부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레이싱 시뮬레이터 전문 기업 알크래프트(www.r-gear.co.kr)는 시뮬레이터 완제품과 각종 장비 개조를 위한 부품을 판매한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구비한 버추얼레이스파크를 방문하면 각종 레이싱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제는 실제 자동차 레이스에서도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통해 경기력을 점검하고, 선수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레이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F1 선수들조차도 시뮬레이터를 이용한다. 물론 이들 팀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시판되는 가정용 게임과는 차이가 있고,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장비를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보여드릴 것은 레드불 F1 레이싱 팀이 공개한 세바스티앙 베텔 선수의 F1 시뮬레이터 영상이다. 시뮬레이터에서의 주행 기록과 실제 주행 기록이 비슷할 정도로 놀라운 정밀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컴퓨터 기술은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과거에는 꿈의 기술이었던 것이 이제는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서 실현되는 세상이다. 아마 머지않아 놀이공원의 오락 기구를 통해 진짜 같은 F1 레이싱을 즐길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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