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발표회에 초대받아 행사장에 가보면 대부분 신차를 소개하면서 같이 소개되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신차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연예인인 경우도 있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회 저명인사인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많은 메이커들이 실제로 1호차를 구입한 고객이라 행사장에 초대했다고 둘러대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설명을 그대로 믿는 소비자는 많이 드물다. 소비자들도 홍보를 목적으로 이해관계에 알맞은 인물을 행사장에 불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이제 1호차를 구입한 주인공 타령은 그나마 많이 줄어들었다. 어찌됐든 신차발표회에서 등장인물은 빠질 수 없는 구성요소이며 차의 이미지나 특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진행된 혼다코리아의 오딧세이와 파일럿 신차발표회에는 두 대의 신차를 위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바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탤런트 이정용 가족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선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누구나 알고 있듯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정해져 있다. 산, 등반, 산악인, 아웃도어 등이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그래서 언제나 복장도 등산복 차림이다. 한마디로 산과 관련된 것들 이외에는 별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그런 인물이다.



다음으로 탤런트 이정용 씨를 보자. 그는 한 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등장해 잘 관리된 근육질의 몸매를 공개함으로써 ‘40대의 비’라는 타이틀과 함께 몸짱 이미지로 각광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몸짱 이미지보다 오히려 두 아들과 함께 출연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분에 매우 가족적인 가장 이미지로 통한다. 믿음과 마음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두 아들과 함께 출연 중인 프로그램을 통해 든든한 가장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두 아들 덕분에 탤런트 이정용 씨는 현재 데뷔 이래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다코리아가 신차발표회에 이 두 인물, 정확하게 말해 한 인물과 한 가족을 등장시킨 이유는 이날 발표된 오딧세이와 파일럿의 특장점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패밀리카인 오딧세이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탤런트 이정용 씨 가족보다 좋은 인물들이 없고,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 아웃도어에 잘 어울리는 파일럿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산악인 엄홍길 대장만큼 적격인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파일럿의 개발 컨셉이 ‘인텔리전트 패밀리 어드벤처(Intelligent Family Adventure)’라서 패밀리라는 개념이 오딧세이와 살짝 겹치긴 하는데 혼다코리아는 파일럿의 특장점을 요즘 인기 최고인 아웃도어라는 스타일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혼다코리아의 이 같은 작전을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혼다의 월드 베스트셀링 미니밴인 오딧세이의 등장 무대를 살펴보자. 오딧세이와 함께 등장한 탤런트 이정용 씨 가족은 방송을 통해 잘 알려져 있듯 원래 4인 가족이다. 부부와 함께 믿음이와 마음이 두 아들이 전부다. 하지만 이날 무대에 등장한 가족의 구성은 총 6인이었다.



원래 존재하지 않은 가상의 두 딸을 무대에 등장시켜 2남 2녀를 둔 대가족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가상의 딸들을 등장시킨 이유는 하나다. 4명의 가족 구성원으로서는 패밀리카인 오딧세이의 장점을 확실하게 어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딧세이의 매력이 가장 잘 보여질 수 있는 구성인 6인 가족은 흔히 삼대가 일반적이다.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아이를 4명이나 낳는 부부는 극히 드문지라 오히려 아이 4명 보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등장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설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주얼 면에서도 삼대가 훨씬 그럴듯해 보였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하지만 성인 2명, 아이 4명 구성으로 이정용 씨 가족을 등장시킨 혼다코리아의 전략은 억지스럽다거나 밋밋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정용 씨 가족의 모습은 오딧세이를 패밀리카로 보여지는데 충분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뒤이어 등장한 파일럿에 매칭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카드 역시 나름대로 훌륭한 조합이었다. 파일럿이 무대에 등장했을 때 무대 양 옆으로 보였던 아웃도어 주행 동영상을 보면서 인물 선택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신차를 쉽고 빠르게 설명하는데 적절한 모델들을 잘 섭외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이날 발표한 두 대 신 모델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혼다코리아의 디테일함은 무대의 등장인물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대 맞은편에 전시된 두 대의 차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섭외된 모델들의 복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의 입구 쪽에 전시된 오딧세이와 파일럿에는 각각 한명의 여성 모델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딧세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의 복장은 청바지에 니트를 어깨에 살짝 두르고 페도라 모자를 쓴 채 목에 카메라를 맨 모습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 전형적인 복장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파일럿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던 여성모델의 복장은 180도로 달랐다. 그녀의 복장은 당장이라도 암벽등반을 나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어깨엔 루프를 두르고 허리춤에는 암벽등반에 필요한 장비들이 달려있었으며, 손에는 글러브가 끼워져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임무를 위해 섭외된 모델이었지만 그 복장과 분위기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디테일하고 꼼꼼한 행사 준비에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기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메이커들에게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진 자료들에는 설명을 위한 별다른 캡션도 필요가 없다. 사진만으로도 그 차의 특성을 이미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모 메이커의 고급세단 신차발표회에 등장한 인물이 차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말 그대로 뜬금없었던 적이 있었다. 차의 이미지와도 별로 잘 어울리지 않았고, 딱히 그 사람이 등장할만한 이유도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 인물이 등장한 것에 대한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 역시 그다지 명쾌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혼다코리아의 이번 행사를 보면서 그 때 그 메이커의 뜬금없는 등장인물이 생각난 기자는 과연 본인뿐이었을까? 각 모델별로 센스 있게 등장인물을 준비시켜 행사를 잘 진행한 혼다코리아가 목표로 밝힌 두 모델 합쳐 연간 1000대를 넘겨 새로운 도약을 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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