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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레이스에 전기차로 출전한 엔진오일 메이커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9.12.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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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스 트로피(ANDROS Trophee)라는 대회가 있다. 매년 프랑스에서 치러지는 이 경기는 1990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눈길에서 펼쳐지는 레이스다. 제일 처음에는 4개의 라운드로 시작된 이 레이스는 점점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1992년에 7개의 라운드로 늘어났다. 클래스는 이름부터 대단한 느낌이 드는 엘리트 클래스, 1994년부터 시작된 프로모션 클래스, 모터사이클이 출전 하는 파일롯 바이크, 스프린트카로 총 4가지 구성이다. 눈길에서 하는 레이스라고 해서 마냥 단출하지는 않다. 나름 구성도 상당하고 참가자 폭도 넓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각 클래스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엘리트 클래스는 가장 최상위 클래스로 다른 레이스에서 어느 정도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나름 경쟁이 심한 경기다. 이 정도 규모의 대회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레이서라면 단순히 실력은 물론이고 경험이나 눈길에서의 빠른 판단력 등 다양한 능력이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반면 프로모션 클래스는 1994년 처음 도입 되었고, 다른 레이싱 경기에서 20위 권 이내에 입상한 적이 없어야 하며, 엘리트 클래스에 참가한 경력도 없어야 한다. 즉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이 치르는 경기라는 소리다. 때문에 경쟁도 엘리트 클래스와는 달리 심하지 않고 즐기기 위해서 참가하는 선수들도 있다. 누군가는 눈길에서의 운전이 무서운 경험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즐거운 추억 혹은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레이스인 것이다. 

스프린트 카는 600cc의 6단 변속기를 갖춘 소형 차량이 출전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다수의 클래스가 작은 차들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세단형 차량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우리나라 기준으로 준중형 사이즈의 차량들이다. 또한 유난히 해치백이 많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랠리는 일반 공도에서 주행해야 하며, 관련 영상을 보면 좁은 길을 달려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렁크 공간은 주변 장애물에 부딪힐 위험이 높기도 한데, 실제로 코너를 드리프트로 빠져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무게 중심이란 측면에서 볼 때 무게의 중심축에서 벗어난 구조물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회전 성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또한 해치백의 두꺼운 C필러 때문에 랠리에서 필요한 강성을 확보하기도 쉽다. 물론 유럽에서의 소형차는 거의 다 해치백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참가자들이 해치백을 선호하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안드로스 트로피에는 작년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는데 바로 전기차 클래스가 새롭게 도입 됐다는 사실이다. 올해 이 대회의 공식 스폰서인 모튤은 직접 팀을 꾸려 참가했는데 참고로 참가 차량은 르노의 전기차인 ZOE를 선택했다. 아마도 모튤이라는 회사가 무엇을 만들고 무엇으로 유명한 회사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ZOE가 전기차라는 사실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해가 안가는 정도가 아니라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다들 알고 있듯 모튤은 엔진오일로 가장 유명한 케미컬 전문 메이커이고 전기차인 ZOE에는 엔진오일이 전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튤은 단순히 ZOE의 차체에 로고를 노출 하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과 홍보를 위해 이 대회에 전기차로 출전을 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전기차의 연료는 배터리고 이 배터리는 적정 온도에서 최적의 효율을 발휘하게 되어있다. 엔진과 마찬가지로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제대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한여름이나 겨울철에 배터리를 이용하는 전자제품들이 문제가 생기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또한 모터에 전기를 공급할 때도 발열이 생기기 때문에 열관리가 필수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휴대용 기기의 배터리는 크기가 작고 단일 유닛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반면 전기차의 배터리는 여러 개의 배터리를 묶어 팩으로 만들고, 여러 개의 팩이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있다. 레이스처럼 큰 출력을 내는 경우 열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물론 게다가 한 여름에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과 태양열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나 효율, 안전을 위해서는 냉각 시스템이 필수다. 

보통 이런 배터리 냉각 시스템은 화석연료 자동차의 것과 비슷하다. 냉각수가 배터리의 열을 식히고, 뜨거워진 냉각수는 다시 라디에이터를 돌며 온도가 내려가는 구조다. 그런데 전기 레이싱카의 경우는 열이 더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모튤과 엑사곤(Exagon)은 배터리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냉각수를 개발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구조를 위해 냉각수에는 특별한 성질이 필요한데 전기가 통하지 않아야 하며 배터리 셀에 화학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모튤은 바로 이 특수한 성질의 냉각수를 테스트하기 위해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전기차인 르노의 ZOE를 가지고서 말이다. 

사실 모튤은 엔진오일을 비롯한 케미컬류 제품들을 제대로 개발하기 위해 파리다카르 랠리를 비롯한 차량의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다양한 레이스에 직접 참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렇게 레이스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또 레이스를 극한의 테스트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냉각수 역시 마찬가지다. 르노의 ZOE가 안드로스 트로피에 참가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별한 냉각수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의 시대에서 전기차의 시대로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해서 모든 케미컬 전문 제조사들이 위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튤처럼 이렇게 시대와 상황에 알맞게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메이커들도 있으니 전기차 시대가 왔다고 해서 모든 메이커들을 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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