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16 월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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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깜찍한 레인지로버, 이보크 D180 SE

이보크는 레인지로버 라인업 중에서 가장 작은 차다. 랜드로버 전 차량으로 확장하더라도 전고, 전폭이 가장 작다. 하지만 작다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랜드로버 끼리 비교할 때 얘기다. 실제론 다른 차랑 대비 상당이 넓은 전폭을 자랑한다. 랜드로버의 차량이라는 것을 모르고, 이보크를 바라본다면 아마 도심형 SUV처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확보한 높은 최저지상고와, 얼마나 급한 경사에 진입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받음각이 넉넉한 것을 볼 수 있다. 운전자가 도로를 달리건, 거친 산길을 달리건 상관없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그 길을 함께 나아간다. 2세대로 돌아온 레인지로버 이보크 D180 SE를 시승했다.

 

짧고 귀엽지만, 무게있는 외부 디자인

2011년 처음 등장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2010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LRX 콘셉트를 기반으로 디자인했다. LRX 콘셉트는 각진 모서리와 직선을 잘 살린 레인지로버 오리지널의 이미지를 바탕에 깔았다. 그리고 면을 부드럽게 처리해 둥글둥글하면서 작은 윈드스크린, 도어에서 유리창이 시작하는 높다란 밸트라인을 적용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입혔다. 그리고 다음해 이보크가 출시될 때는 LRX 콘셉트를 거의 그대로 뒤따른다. 이는 기존 레인지로버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장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보크는 귀여운 것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넘기지 못할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SUV치고는 비교적 낮은 차체, 짧은 비율의 전장, 커다란 휠, 길고 또렷한 눈, 동글동글한 모서리와 두껍도 부피감 있는 뒷모습까지. 마치 만화영화에 나올법한 말하는 자동차 같다. 기존 레인지로버 특유의 각진 박스 이미지를 싫어했던 사람들이라도, 이 웰시코기 같은 동글동글한 모습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차량 끝에서부터 각 바퀴까지의 거리를 말하는 오버행도 비교적 짧다. 차체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휠베이스가 2cm가량 늘어났다. 덕분에 2열에 더 넓은 실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차량의 루프는 총 5가지로 고를 수 있다. 시원한 시야를 자랑하는 파노라믹 루프는 고정식 파노라믹 루프와 슬라이딩 파노라믹 루프 두 가지가 있다. 시야는 고정식이 월등하지만, 햇살을 여과없이 느끼고 싶다면 슬라이딩 방식 파노라믹 루프도 좋다.

기본 루프는 보디컬러와 같은 색상의 루프를 기반으로, 검은색 루프와, 은색 루프까지 세 가지로 고를 수 있다. 똑같은 이보크라도 개방감에 집중하느냐, 아니면 직접 햇살을 받느냐, 거기에 루프 컬러까지 차별화를 뒀다. 이보크는 단순한 이동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차량이다.

이보크 2세대에는 레인지로버 벨라에서 먼저 적용되었던 새로운 기술들이 대거 투입됐다. 그 중에서는 매끈한 도어, 오토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도 있다. 도어 안쪽에 숨겨져 있다가 드러나는 이 핸들은, 겉보기에 고급스러워 보일 뿐만 아니라, 주행중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역할까지 한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레버의 스위치를 누르면, 차체 안쪽에 들어가 있던 레버가 전동식으로 튀어나온다.

 

프리미엄 실내 디자인

이보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실내가 아닐까 싶다. 레인지로버 특유의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은 도로 위를 내가 지배한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실제로는 오프로드에서 경사로가 끝날 때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설계다. 그래서인지 벨트라인이 앞쪽은 낮고,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타입이다. 실제로 시트에 앉았을 때는 어깨 옆이 상당히 높다. 미국차에서 볼 수 있는, 내 몸이 완벽히 보호받는 느낌이다. 내부는 고급 가죽으로 곳곳을 두른 덕에 무척 고급스럽다. 게다가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도어의 방음에도 신경써서, 실내가 무척 조용하다.

중앙에 위치한 와이드 터치스크린은 전동식으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공조기 조작과 차량 기능제어를 위한 터치스크린이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에 장착되는 제어시스템인 점은 같지만, 조작 방법이 조금 더 쉬운 타입이다. 물리 다이얼을 스크린 위에 그대로 적용하여 필요에 따라 조작방법을 바꿔주는 똘똘한 조작 시스템이다. 공조기 모드일 때는 왼쪽 다이얼로 온도, 오른쪽 다이얼로 풍량을 조절하고, 차량 주행모드 선택일 때는 풍량은 똑같지만 온도 선택 대신, 드라이브 모드를 돌려서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이보크는 물리 스위치 대신 스마트폰처럼 필요에 따라 조작 방법을 바꿀 수 있는 터치스크린 유저 인터페이스를 적용하여 차량 제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트는 너무 푹 퍼지지 않는 적당한 쿠션감이다. 등판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계속 앉아있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이런 편안함은 안전벨트에도 같은 콘셉트로 되어있다. 평소 운전할 때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절대 출발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이보크를 주행하는 동안에는 자꾸만 안전밸트가 채워져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좀 조여지는 느낌을 좋아해서, 안전벨트도 꽉 조여지는 느낌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보크는 마치 옷을 미처 걸치지 못하고 나온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이다. 지금껏 타본 차 중에서 가장 가볍고 편안하며, 착용하지 않은 듯한 안전벨트다. 하지만 급제동시에는 제대로 작동하며 꽉 잡아주는 느낌이 무척 든든하다.

 

효율적인 파워트레인과 주행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보크의 엔진은 150마력, 180마력 버전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디젤과 200마력, 280마력 가솔린 엔진을 고를 수 있다. 랜드로버는 자사 차량 최초로 이보크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디젤 시스템을 적용했다. 시승한 레인지로버 이보크 D180 SE의 이름 뒤에 붙는 명칭중 D는 디젤(Diesel), 180은 최대출력을 뜻한다. 2,400RPM에서 최대출력을 내고, 1,750-2,500RPM까지 최대토크 38.8kgf.m를 낸다. 변속기는 ZF제 9단 변속기가 맞물렸고, 랜드로버 특유의 상시 네바퀴 굴림 방식을 적용했다. 스타터와 제너레이터를 대신하는 통합 모터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이 모터는 시동모터로써 크랭크를 돌려줄 뿐만 아니라 감속시에는 발전기 역할을 하며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48V 배터리에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한 에너지는 차량이 17km/h이하 저속으로 주행하거나, 출발 상황에서 사용해 엔진 효율을 높인다.

자동차 엔진은 출발할 때 같은 저회전 영역에서 연료를 많이 쓰지만, 그만큼 토크가 나오지 않아서 효율이 나쁜 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출발할 때와 정체중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효율이 좋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일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하면 극히 적은 부분에서만 소형 모터가 개입한다. 헌데, 이 조그마한 모터의 도움이 의외로 쏠쏠하다. 랜드로버 측에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함으로써 기존보다 5%의 연비를 높였다고 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와 배터리 등의 크기가 작고, 동작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제조사에서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에 비해 설계 변경에 대한 부담이 적다. 이런 장점 덕분에 여러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완전한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 까지는 내연기관 시장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만 돌려도 바퀴가 많이 꺾인다. 이보크는 차량 조작성이 빠릿하다. 운전자에게 직접적인 노면 정보를 전달하고, 또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운전자가 느끼기에 차체가 크게 생각되는 것과는 별개로, 달리기 시작하면 원하는 만큼 잽싸게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터치식 버튼들은 두 가지 이상의 동작이 가능하도록 구현됐다. 오디오를 켜서 음악을 재생중일때는 곡 탐색과 볼륨조절 등이 가능하다. 계기판 메뉴 조작시에는 숨겨져 있던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서 다른 버튼으로 변신한다. 이보크의 리모콘은 클릭, 드래그등 여러가지 동작으로 작동한다. 다이아몬드 모양 버튼은 개인화 버튼으로 다양한 기능을 미리 설정해놓고 사용할 수 있다.

룸미러 리어모니터 기능은 캐딜락에서 보던 방식이다. 뒤쪽 탑승객에 의해 룸미러로 뒤쪽이 전혀 보이지 않더라도, 차량 외부에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후면 영상을 비춰주는 장치이다. 화면이 꺼졌을 때는 테두리(베젤)이 거의 없는 일반 거울처럼 보인다. 그러나 예전에 아무런 기능이 없는 룸미러에서 사용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래쪽 레버를 재끼면 거울이 모니터로 바뀐다. 화면의 상하 높이 조절과 밝기, 시야각 조절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카메라는 차량 외부 천정 뒤쪽 안테나 속에 숨어있다. 멀리있는 차량도 잘 보이고, 특히 야간에도 무척 또렷한 화면을 보여준다. 조명이 없는 밤에는 잘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노이즈는 있지만 도로와 뒤쪽 차량이 너무 잘 보여서 놀라웠다.

이보크의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충격을 잘 걸러준다. 서스펜션 세팅이 딱딱하지 않고 탱탱한 느낌이다.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불편할 것 같은 기대와는 다르게, 요철에서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는 느낌이 좋다. 승차감에 신경써서인지 차량의 롤은 어느정도 허용하는 편이다. 지난 번 시승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HSE 모델은 에어 서스펜션으로 롤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 세팅이었다. 승차감 보다는 성능을 위해서, 진동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댐퍼가 정말 딱딱한 차들도 있다. 이런 차들은 오래 타면 허리가 아프고,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차가 통통 튀기도 한다.

제동력도 수준급이다. 공차중량이 1,985kg인 이보크를 가볍게 잡아세운다. 밸런스가 잡혀있어 급제동에도 피칭이 비교적 적다. 타이어는 진흙과 모래, 얇게 쌓인 눈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사계절 타이어 피렐리의 스콜피온 제로 235/50R20이 장착됐다. 상시 네바퀴를 굴리는 신형 이보크의 복합연비는 11.9km/l이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는 9.3초가 걸린다.

랜드로버 차량들은 앞으로 더욱 친환경적이고 효율 높은 단거리 출퇴근 주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랜드로버는 신형 파워트레인으로 새 3기통 엔진에 더 많은 용량의 48V 배터리와 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준비중이다. 새로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2020년을 목표로 개발중이며, 점차 많은 랜드로버 차량들에 장착된다. 현재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주로 제동할 때 사라지는 에너지를 회수해 충전(회생제동)하여 모터를 사용한다. 회생제동을 하지 않으면, 원래용도 그대로 엔진을 이용해 발전한다. 그러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적용된다면 앞으로는 급가속이나 꼭 필요할 경우에만 엔진을 돌리고, 대부분은 모터만으로 달리는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레인지로버를 만드는 랜드로버는 오프로드 차량 제조사로 긴 역사를 품고 있다.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는 차량은, 대부분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크는 특유의 귀엽고 동글동글한 이미지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기존 랜드로버 차량들만 보던 사람이라면 이보크는 그저 단순한 도심형 SUV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바쁜 현대인의 도시생활 중에, 이보크의 오너가 오프로드를 얼마나 주행하려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레인지로버는 언제나 운전자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길이 도심이든, 산속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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