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3 수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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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픽업트럭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평소 소형차만 타고다니다가, 큰 차량에 타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도로를 지배한다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필요할 때 밟으면 쭈욱 나가주고, 원하는 곳에 멈춰 선다. 가장 빠른차는 아니지만, 신호대기 중에 주변을 둘러보면 일반차량 중에서는 차고가 내차보다 높은 차가 없다. 가장 높은 시선으로 뻥 뚫린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시각적으로 편안하다. 렉스턴 스포츠 칸을 운전할 때는 그런 든든한 느낌을 준다.

1월 10일 서울특별시 양재동에서 열린 렉스턴 스포츠 칸 미디어 시승회에 다녀왔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의 데크와 휠베이스 길이를 늘린 차량이다. 출시 이전에는 렉스턴 스포츠 롱바디 모델로 불렸다. 시승 코스는 서울특별시 양재동에서 출발해, 춘천 소남이섬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한 뒤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파워 리프스프링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가는 길에는 파워 리프스프링 모델을, 복귀 길에는 기존과 같은 5링크 서스펜션 모델을 타고 시승했다.

 

든든한 외부 디자인

전면부의 파르테논 그릴은 확실히 이전의 그릴에 비해 웅장함이 있다. 쌍용차가 아껴왔던 그릴 디자인을 드디어 칸에 적용한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칸을 보고 있으면 드디어 진짜 픽업트럭 디자인을 완성 했구나 라는 것이 실감된다. 화물을 싣는 데크의 길이가 310mm 늘어났고, 휠베이스는 110mm 길어졌다. 뒷바퀴 위치와 데크 길이의 변화로 뒤쪽 오버행이 달라졌다. 렉스턴 스포츠에서 변화한 칸은 보닛, 캐빈, 데크의 비율이 3:3:4로 조화롭다. 기존 SUV 디자인을 변형해 짐칸으로 만들었던 모델들을 되돌아보니 갑자기 비율이 이상해 보인다. 뒷면의 칸 레터링은 크고 심플하다. 검은색 글씨에 크롬으로 테두리를 둘러 무게감도 있다.

넓어진 짐칸은 정말 광활하다. 기존에 비해 310mm 늘어났을 뿐인데,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 하다. 늘어난 길이를 포함하면 세로 1,610mm, 가로는 1,570mm, 높이는 570mm로 데크 부위만 용량을 따지면(VDA기준) 1,262리터의 짐을 적재할 수 있다. 평소 타고다니는 차량 트렁크가 354리터이고 2열을 폴딩해도 그 두배 밖에 되지 않는데, 어마어마한 적재량이라고 할 수 있다.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무게는 더 넉넉해졌다. 5링크 프로페셔널 모델은 100kg이 증가한 최대 500kg을 적재할 수 있고, 파워 리프서스펜션을 적용한 파이오니어 모델은 300kg이 늘어나 최대 700kg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편안한 실내 디자인

렉스턴 스포츠가 그랬던 것처럼, 칸도 G4 렉스턴을 기반으로 거의 동일한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여기에 고급스러움은 살짝 뺐다. 요즘 차량들처럼 시선을 잡아 끌거나 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질리지 않을 그런 디자인이다. 1열은 통풍과 열선시트가 지원되었고, 2열은 열선만 지원됐다. 모델 등급에 따라 어떤 차량은 조수석까지 모두 전동시트였고, 어떤 차량은 조수석 등받이와 위치조절이 수동이었다. 평소 타는 시트 위치로 세팅하고 뒷좌석에 앉았다. 렉스턴 스포츠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등받이 각도가 세단보다 조금 더 서있다는 느낌 말고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헤드룸이나 무릎공간은 충분했다. 기대어 잠을 청할 정도로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큰 불편함을 느낄 수는 없었다. 성인이 타고 이동하기에 충분한 뒷자리다.

 

무게감이 부담스럽지 않은 주행

엔진은 G4 렉스턴에 장착되던 e-XDi220 LET엔진을 튜닝하여 최대토크를 2kgf.m 올렸다. 차량 무게가 렉스턴 스포츠 대비 60-85kg 늘어났기 때문이다. G4 렉스턴과 비교해보면 출발 후 가속이나 중간 가속에서는 전혀 차량의 움직임이 굼뜨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6단 아이신 변속기가 빠르게 가속해서 항속할 수 있도록 세팅된 까닭일 것이다.

주행감은 굉장히 정숙하다. 고속주행에서 과격한 가속을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이기 전에는 엔진소음과 주행소음이 최대한 억제되어있는 점이 맘에 든다. 특별히 2중 차음유리를 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되어있다.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차고도 15mm 늘어났는데, NVH 성능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을 조절해 차량 높이를 높였다.

파워 리프 서스펜션이 장착된 렉스턴 스포츠 칸 파이오니어 모델에 탑승했다. 최대 700kg까지 탑재 가능한 서스펜션 특성상, 적재함이 비어있을 경우 승차감이 좋지 않다. 리프 서스펜션은 포터나 마이티 같은 화물차에 많이 적용되는 서스펜션 방식이다. 높은 하중을 잘 버틸 수 있어서 일반 코일스프링 대신 많이 사용된다. 대신 탄성이 강하고 휠 스트로크가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짐이 없을 경우 승차감이 별로 좋지 않고 차가 통통 튄다. 쌍용차 측은 200kg정도의 적재물을 장착하여 서스펜션의 프리로드를 조절했다.

차고가 높고, 전방 시야가 탁월한 칸은 운전하기가 무척 수월했다. 대부분의 차량은 시선 아래에 있었고, 앞차가 신호등을 보이지 않게 가로막는 일도 없었다. 제동력은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잘 멈춰선다. 늘어난 무게를 감안해 브레이크를 렉스턴 스포츠보다 강화된 캘리퍼와 로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G4 렉스턴을 시승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칸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주행을 시작하자 생각보다 스티어링 휠 조작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크기는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대형 차량을 섬세하게 조작하라는 배려이다. 여기에 스티어러의 비율은 G4 렉스턴, 칸 동일하게 록 투 록 3.6바퀴이다. 하지만 차체가 더 긴 칸은 저속에서 유난히 차량을 조작하는 감각에 이질감이 있었다. 일반 차량이면 스티어링 휠 조작 180도 이내에서 모두 좌우 회전 주행이 가능한데, 칸은 그게 되지 않아, 270도에서 300도 가까이 조작해서 주행했다.

파워 리프 스프링의 승차감은 온로드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노면이 거칠거나 포트홀 등을 지날 때의 충격량은 걸러지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많이 났다. 단단한 프레임 위에 보디가 얹어진 프레임온 보디 방식이라 더 그런 느낌이다. 프레임 방식 차량이라 차고가 높아 급 차선 변경을 시도하자 차체에 롤이 생겼다. 하지만 이 차량은 화물차이기 때문에 그렇게 주행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고속주행이나 코너 주행에서는 나름 잘 버텨주면서 충분한 롤 억제력을 보이기도 했다.

소남이섬에 도착해 오프로드 체험을 마친 후, 기본 5링크 모델인 프로페셔널 트림으로 차량을 바꾸었다. 직접 운전할 때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조수석에서 느껴지는 승차감은 5링크가 훨씬 좋았다. 충격량도 훨씬 걸러서 전달이 되었다. 그리고 거친 노면에서 통통 튀는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 가족과 함께 일상용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700kg 적재량을 다 쓰긴 힘들 것 같고, 5링크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프로드 체험은 렉스턴 스포츠 칸의 4트로닉과 록킹 디퍼런셜(LD)의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앞뒤 각각 한쪽씩 바퀴가 떠서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자, 회전수 차이를 감지한 록킹 디퍼런셜이 구동축을 잠궈서 접지력이 살아있는 바퀴 쪽으로 구동력을 배분한다.

5링크 서스펜션 차량을 시승해보니, 파워 리프 스프링도 생각보단 승차감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짐을 완전히 내린 상태라면 조금 느낌이 달라질 것 같기도 한데, 의외로 이정도면 평소에 타고 다닐만한 승차감이다. 업무차 무거운 장비를 많이 실어야 한다면 파워 리프 스프링이 적용된 파이오니어 모델이 적합할 것 같다.

 

쌍용차의 미래

렉스턴 스포츠 칸을 시승해보고 나서, 진짜 픽업트럭이란 어떤 것인가 알게 되었다. 2002년부터 무쏘 스포츠로 시작한 쌍용차의 픽업트럭 계보가 드디어 본격적인 픽업트럭으로 시작된다. 쌍용차는 구매자들이 픽업트럭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실내공간과 화물칸 두 가지를 모두 밸런스 있게 잡아냈다. 덕분에 디자인적으로도 칸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를 2018년 41,717대 판매하면서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렉스턴 스포츠가 잘 팔린 만큼, 렉스턴 스포츠 칸의 판매량도 기대해 봄직하다.

앞으로 쌍용차는 칸을 통해 본격적인 픽업트럭 시장을 만들고, 개척해 나간다. 칸의 판매량에 따라 앞으로 쌍용차의 개발 로드맵이 계속 가지치기 모델로 갈지, 픽업트럭 라인업의 강화가 될 지 엇갈리게 된다. 경쟁차종들의 국내 진입도 이미 예고되어 있다. 정통 북미 픽업트럭들이 몰려온다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수입 픽업트럭에 대항하는 쌍용차의 무기는 가격이다. 5링크 모델인 프로페셔널 X는 2,986만원, 프로페셔널 S는 3,367만원이다. 파워리프 서스펜션인 파이오니어 X는 2,838만원, 파이오니어 S는 3,071만원이다. 국내 다른 차량제조사들도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면, 다양성과 더 뛰어난 국산 픽업트럭들이 탄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첫 걸음을 내딛은 쌍용차,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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