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와 폭스바겐의 인연은 참으로 길고도 깊다. 폭스바겐의 시작이었던 독일의 국민차 비틀의 설계자가 다름 아닌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그 인연은 레이스 서킷에서도 끈끈하게 이어졌다.

포르쉐의 레이싱카 곁에는 폭스바겐 불리를 개조한 레이싱 서비스 밴이 함께했고, 이 버스를 개조한 트랜스포터에 실려 이동하는 레이싱카 또한 자주 볼 수 있었다. 포르쉐 레이싱 팀의 리버리를 입은 폭스바겐 ‘불리’ 버스는 수집가와 팬에게 레이싱카만큼이나 인기 있는 차다.

한때는 포르쉐와 폭스바겐이 경영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기도 했지만, 폭스바겐과 포르쉐는 ‘가족’으로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포르쉐는 얼마 전 과거 ‘모비 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클래식 레이스카 ‘935’의 이름을 물려받은 특별 제작 모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포르쉐 935는 1970년대를 풍미했던 레이스카로, 당시로써 최고수준의 엔진 출력과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접목한 강력한 레이스카다. 911을 베이스로 개발되었으나 차폭을 늘리고, 테일을 연장했다. 공기역학적 성능을 위해 911 특유의 둥근 라이트를 포기하는 대신 납작하게 경사진 노즈를 채택 했고, 다운포스를 위해 거대한 윙을 장착했다. 마르티니 레이싱의 리버리를 입은 포르쉐 935는 팬들 사이에서 가장 멋진 포르쉐 레이스카 중 하나로 손꼽힌다.

포르쉐는 911 GT2 RS를 베이스로 935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카본파이버 바디를 얹은 스페셜에디션을 공개했다. 700마력의 3.8리터 수평대향 터보엔진을 얹은 이 70만 유로짜리 ‘레이스카’는 도로주행을 할 수 없는 트랙 전용 모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차고와 서킷을 오가며 935를 옮기기 위한 ‘트랜스포터’가 필요하다.

만약 폭스바겐이 때마침 트랜스포터 밴 콘셉트를 공개했다면, 기막힌 호흡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과거 포르쉐 레이싱이 그랬듯, 포르쉐 935 레이스카를 싣고 이동할 수 있는 팀을 위한 트럭이 폭스바겐 불리라면? 그야말로 현대의 포르쉐 뿐 아니라 클래식 레이스카 광들까지 열광하게 만들 트랜스포터가 아닌가!

이 폭스바겐 렌트랜스포터(Volkswagen-Renntransporter) 콘셉트다. 참으로 탐나게 디자인 했지만, 폭스바겐은 이 트랜스포터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 심지어 이 트랜스포터 콘셉트는 폭스바겐이 아닌 러시아의 디자이너 이고르 시티코프가 그린 것이다. 디자이너의 상상속에 진행된 포르쉐와 폭스바겐의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참으로 아쉽다.  

단순히 레이스카를 실어 나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트랜스포터 후방의 게이트를 통해 두 대의 포르쉐 레이스카를 수납할 수 있는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한 측면 패널을 설치했다. 이 측면 패널은 옆으로 들어 올려 개방할 수 있으니, 포르쉐 935라는 멋진 장난감을 전시할 수 있는 최고의 상자이기도 한 셈이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포르쉐가 참고해서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그대로 만들어줘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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