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자동차 메이커 치고 ‘클래식카’를 만들지 않은 곳은 없다. 제조 당시에는 모던이었던 차라도 세월이 지나면 클래식이라 불리니, 클래식카의 역사는 곧 자동차 메이커의 역사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오래된 명문 자동차 메이커의 역사는 곧 자동차의 역사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지닌 것과 ‘지금도 클래식카를 만드는’것은 다른 문제다. 포드가 모델T를 지금도 생산하지는 않는 것처럼. 지금의 자동차는 대량생산 설비 없이 만드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의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뚝딱뚝딱 만들어야 하는 물건이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기술과 사람이 있다면 지금도 작은 공장에서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클래식카다.

아직도 전통적인 제작기술로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가 있다. 영국의 모건 모터 컴퍼니, 내년이면 110주년을 맞이한다. 과거의 자동차, 클래식카를 만들었고 지금도 과거의 모습 그대로의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당연히 대중에게 수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큰 회사는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뚝딱뚝딱’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영국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와, 작은 회사가 만드는 차를 비싼 가격에 사주는 고객이 전 세계에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모건 모터 컴퍼니는 모터사이클 엔진을 탑재한 ‘3-휠러’로 유명한 메이커다. 모건 3-휠러는 모건이 1909년 처음으로 만든 차량으로, 차량 전방에 V트윈 엔진을 장착하고, 이를 뒷바퀴로 보내는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모건 3-휠러는 일반적인 차량과는 전혀 다른 구조덕분에 대중화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전투기 동체를 닮은 운전석의 넓은 개방감, 가벼운 무게와 뛰어는 운동성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모건은 오늘날에도 3-휠러를 생산하고 있다. 엔진은 미국 S&S의 모터사이클용 V트윈 엔진을 장착하고, 마쯔다의 5단 수동 트랜스미션을 탑재한다. 차체와 서스펜션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 현대적인 개량이 이뤄졌다.

모건은 1936년에 4-4라는 4바퀴 승용차를 만들었고, 이를 계승한 4/4와 플러스4, 로드스터와 같은 다양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예스러운 느낌의 차지만, 엄밀히 말해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는 차량이니 클래식카는 아니다.

그러나 과거 자동차가 그러했듯, 주문을 받아 생산을 시작하며 외장 컬러와 부착되는 액세서리를 비롯해 내부의 가죽 컬러를 비롯한 다양한 특징을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 기성품이 아닌 주문생산 차량인 만큼 커스텀은 너무나 당연한 것.

모건의 차량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소재 또한 특별하다. 차체는 마치 1930년대 허리케인 전투기의 동체를 만들듯, 강철과 나무를 사용해 뼈대를 만들고, 알루미늄 합금을 성형해 모양을 만든 패널을 씌운다. 현대의 자동차와 같은 단단함은 없지만, 유연하고 여유 있는 클래식카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 과거의 자동차가 항상 수많은 잔 고장에 시달렸던 것과 달리, 현대기술로 만든 이 클래식카는 오직 운전의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모건은 내년 110주년을 기념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특별한 110주년 기념 모델을 생산한다. 기념비적인 3-휠러를 비롯해 4/4와 플러스 4, 로드스터의 110주년 모델은 각각 110대가 생산된다.

모건 110주년 기념모델의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3휠러의 가격은 약 58,000달러에서 시작되며, 플러스4가 58,000달러, 로드스터가 72,000달러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각 모델에는 110주년 기념 엠블럼이 부착되며, 옵션으로 가죽 또는 나무 질감을 살린 클래식한 모토-리타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야우드 가죽 및 스티지 장식, 누비 가죽 스티칭과 같은 특별한 장식이 들어간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모건의 딜러가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범퍼가 없고, 차체 밖으로 돌출된 휠과 외부에 노출된 배기관, 에어백이 장착되었다곤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차가 국내 도로를 달리게 될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다. 그러나 비록 소유할 수 없어도 아름다운 자동차는 인류의 유산이다. 모건의 110주년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며, 운 좋게라도 이 아름다운 차들을 실제로 볼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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