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카는 자동차 메이커의 메신저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메이커의 생각과 의도를 이미지로 전달한다. 메이커는 콘셉트카를 통해 새로운 차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표현할 수 있고, 혹은 아직 구현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쩌면 그 콘셉트카에는 미래의 고객 뿐 아니라 다른 경쟁 메이커에게 넌지시 건네는 메시지가 함께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볼보는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360c 콘셉트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360c 콘셉트를 공개하며 볼보는 특이하게도 ‘공항을 통하지 않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세상’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내세웠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며 공항의 게이트를 통과해 좁디좁은 좌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1등석 이상으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자율주행차로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지금까지 등장한 많은 자율주행차 콘셉트가 ‘집과 직장’ 같은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자율주행기술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역시 장거리 주행이다. 특히 볼보는 300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할 때 공항을 거쳐 여객기를 타는 것보다 자동차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 말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환경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서울을 출발해 대구나 부산 같은 도시로 떠날 때를 상상한다면 비행기를 타는 것 보다 차가 목적지에 더 빠르게 도착할 수도 있다.

지긋지긋하고 피곤한 장거리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자율주행기술이 운전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며 도로를 달려 탑승자를 목적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면, 탑승자는 차 안에서 ‘휴식’을 포함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시에서 도시로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자동차 운전이라는 노동이 사라진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엔진이 사라지고 운전대가 사라진 자율주행 자동차의 내부 공간은 지금까지의 차와 달리 넓고 쾌적하다. 기존의 상식을 깨고 자유로운 공간설계를 통해 자동차를 수면실, 사무실, 거실 혹은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360c 콘셉트의 테마다. 지루한 이동시간을 여가시간으로 바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할 수도 있다. 볼보는 자율주행 기술이 사람들의 여행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선언한다.

볼보 360c 콘셉트는 유리로 만든 캡슐을 바퀴가 달린 플랫폼 위에 올려놓은 형태다. 360c 콘셉트를 움직이는 동력이 당연히 전기모터와 배터리일 것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전기모터는 앞뒤의 바퀴 부근에, 배터리는 바닥에 탑재한다면 어렵지 않게 넓은 내부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또한 볼보의 엔지니어는 ‘수면 환경에서’ 시트에 누운 탑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 ‘안전담요’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이 안전담요는 유사시 3점식 안전벨트처럼 작동하며 누워있는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어쩌면 미래의 표준 안전장치가 될지도 모른다.

볼보는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메이커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쇼 케이스가 되기보다, 사람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360c 콘셉트를 현실세계에서 지금 구현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볼보는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지 상상하고 토론하기 위해 360c 콘셉트를 선보였다고 말한다.

볼보가 360c 콘셉트를 통해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는 차량 간의 ‘연결’이다. 볼보는 미래의 자율주행차가 보다 안전하게 도로를 달리기 위해, 자동차 한 대를 넘어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더욱 쾌적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주변의 다른 차와 안전하게 통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볼보가 말하는 차량 간 통신이라는 개념은 다른 메이커들도 이야기하는 주제다. 그러나 볼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볼보 자율주행차들 간의 통신이 아닌, 다른 메이커의 자동차가 함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채널을 만들자는 것.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많은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운전자들이 눈앞의 신호만을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다. 앞뒤좌우의 다른 차들이 어떻게 달리는지 관찰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주의한다. 자율주행차들 또한 마찬가지다. 각종 센서로 주변을 살피지만, 주위의 다른 차들과 ‘나는 이쪽으로 갑니다’라는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고 도로의 정체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말린 에크홀름(Malin Ekholm) 볼보 카 세이프티 센터 부사장은 어떤 자동차 메이커건 상관없이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서로 통신할 수 있는 ‘보편적인 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연구에 따르면 잠재적인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자율주행차가 자신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리고, 한편으로 다른 차에게 지시를 내리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 자동차들이 통신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볼보는 말한다.

물론 볼보 360c 콘셉트가 말하는 것은 당장이 아닌 미래다. 무엇하나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볼보 360c 콘셉트는 우리에게 자율주행기술을 기반으로 바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미래의 자동차를 함께 만들어갈 이들에게 협력의 메시지를 전한다. 미래 자율주행차의 모습이 어쩌면 볼보 360c 콘셉트와는 전혀 다를지도 모르지만, 볼보가 제시하는 미래 자율주행차에 대한 비전은 분명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중요한 밑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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