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홍대 클럽거리에 갑자기 새하얀 야외무대가 등장했다. 무대의 이름은 '더 비틀 펀 스테이션', 폭스바겐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 비틀의 3세대 모델인  '더 비틀'의 국내 론칭을 기념하며 폭스바겐 코리아가 젊은이들과 소통하기위해 준비한 무대다. 

1938년 등장한 오리지널 비틀은 '누구나 탈 수 있는 국민차'의 콘셉트로 개발되어 태생부터 고급차와 거리가 먼 소형차였다. 그러나 2003년 생산 종료될 때 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하였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심지어 어린이 동화책에서도 등장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비틀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형차라는 혁신적인 가치를 선보이며 자동차 산업의 발전사를 대변하는 아이콘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자동차다. 작고 둥글고 귀여운 자동차 하면 비틀을 떠올릴 정도로 이 '딱정벌레차'는 세계인의 기억 속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일렉트릭 기타 브랜드 '펜더'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되었다. 자동차와 기타의 만남, 여기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의 이름까지 떠올려 보았지만 폭스바겐과 펜더의 연결고리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고, 의문을 남긴 채 더 비틀 펀 스테이션 현장에 도착했다.


이번 행사가 진행되기 약 2주 전 신사동에 위치한 폭스바겐 매장에서 더 비틀의 발표회가 열렸는데, 포토세션만으로 진행된 짧은 행사에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더 비틀 펀 스테이션의 행사 현장 규모를 보니 그런 생각이 싹 가신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지니는 홍대 클럽 거리에서 이정도 규모의 행사를 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더 비틀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폭스바겐 비틀을 거리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만, 비틀이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자동차라는 점은 변함없다. 더 비틀 펀 스테이션 1층 중앙에 전시된 빨간 폭스바겐 더 비틀은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행사장 2층에는 무대가 꾸며져 있고, 맞은편에는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더 비틀 펀 스테이션은 누구나 들어와 더 비틀 차량과 전시물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데, 기자가 도착한 이른 저녁에는 아직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한 편이었다.


1층에는 빨간색과 흰색의 더 비틀 두 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흰색 모델은 시판되는 사양과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본네트와 차량 측면에 검은 색 트림이 들어가 도발적인 자태를 뽐낸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데칼을 이용해 튜닝한 차량이라고 하는데, 이 데칼 또한 폭스바겐이 더 비틀을 위해 준비한 액세서리 중 하나다.


스케이트보드와 가방, 키홀더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전시되었다. 스케이트보드는 아마 국내에서 거의 판매되지 않을 듯하지만, 데크에 그려진 오리지널 비틀의 그래픽과 'FASTER BABY, FASTER!' 라는 장난스러운 문구 때문에라도 하나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스바겐 더 비틀의 디자인을 응용한 아이템들은 특히 눈에 띈다. 더 비틀을 그대로 축소한 모형 자동차에서 어린이용 놀이차, 캐릭터 인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USB 메모리 스틱 같은 아이템은 기능을 떠나 디자인 때문에라도 탐이 나는 제품이다.



행사장 안쪽에는 펜더 기타가 전시되어 있다. 록음악에 대해 잘 모르고 악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기자였지만, 기타와 함께 전시된 사진과 설명을 보니 폭스바겐 코리아가 왜 펜더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는지 알 수 있었다. 펜더는 일렉트릭 기타의 보급을 통한 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한 브랜드 중 하나로, 처음에는 작은 회사로 시작되었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펜더 기타를 애용함으로서 록음악의 아이콘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 메이커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더 비틀의 컬쳐 마케팅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 뉴 비틀보다 더 남성적이고 강인해진 더 비틀의 이미지는 록 음악과도 잘 어울린다. 

행사장에 전시된 펜더 기타들은 펜더 기타를 연주하는 록 아티스트를 기념하는 스페셜 시그니처 모델이라고 한다. 시그니처 모델은 유명 음악가나 기타리스트들이 직접 기타의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커스텀형 기타를 가리키며, 그 중에서도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오랫동안 사용한 기타를 완벽하게 복제한 복각판은 트리뷰트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한다. 스트라토캐스터, 머스탱, 텔레캐스터라는 모델이 전시되었는데, 좌측부터  에릭 클랩튼, 스티비 레이 본, 존 메이어, 커트 코베인, 에이브릴 라빈의 시그니처 모델이다.



 펜더 기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니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나온다. 펜더 기타의 창립자인 레오 펜더는 처음에 일반 어쿠스틱 기타를 일렉트릭 기타로 개조하는 일을 했는데, 이 때 기타에 사용되던 마그네틱 부품은 고물 자동차에서 나온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시그니처 모델 중에서는 에릭 클랩튼이 1956년 여러 가지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의 부품들을 조합하여 만든 수제기타인 '블랙키(Blackkie)'의 트리뷰트&시그네처 모델이 특히 유명한데, 2006년에 2,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275대 한정판매 되었지만 7시간 만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장에 전시된 기타가 바로 그 모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펜더 기타와 비틀의 공통점은 대중문화로 시작되어 트렌드 아이콘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더 비틀은 더 이상 대중적인 자동차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색다른 디자인 감각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자동차라는 점에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의 자동차는 아니지만, 비틀을 타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비틀은 자동차 이상의 가치를 가진 아닌 감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행사장 2층에는 무대가 있고, 무대 뒷편에는 비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물이 진열되어 있었다. 1945년 이후 오리지널 비틀이 해마다 몇 대나 생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표가 특히 눈에 띄었다. 오리지널 비틀은 2003년 생산이 종료되었는데 누적 생산 대수는 무려 2,100만대에 이른다. 오리지널 비틀과 이번에 출시된 더 비틀의 스펙을 비교한 표도 있었는데 4실린더 엔진을 탑재한 것은 동일하지만 배기량이 1,131cc에서 1968cc로 늘어났고, 엔진 출력은 무려 5.8배나 늘어났다. 기술의 진보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1마력은 0.746kW로, 140마력은 약 104kW다)


다시 1층으로 내려오니 행사장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현장에 비치된 컴퓨터에서 페이스북 ID를 등록하면 RFID 칩이 든 팔찌를 받을 수 있는데, 전시장 곳곳에 있는 더 비틀 로고가 찍힌 기둥을 모두 찾아 팔찌를 갖다 대면 자동으로 이벤트에 응모된다. 포토제닉 이벤트 등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 참가한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고 근거리 무선 통신을 이용해 간편하게 응모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신선하다. 여러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각 이벤트 1등 당첨자에게는 펜더 기타와 비틀 로고가 새겨진 헤드폰, 캐논 익서스 카메라 등 다양한 상품이 주어진다. 당첨되지 않아도 이벤트에 응모한 모든 관람객에게는 음료수 한 잔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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