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8.14 화 21:20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SM3 Z.E.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요즘 전기차가 좋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토크가 발휘되어, 기계적인 변속기가 필요 없다.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장점인 전기차의 최대 논란거리는 바로 1회 충전당 갈 수 있는 이동거리이다. 그 덕분에 충전인프라가 적은 우리나라의 예비 전기차구매자는 항상 충전이 걱정이다.

르노삼성차의 SM3 Z.E.는 기존 SM3를 기반으로 한 준중형 전기차다. 전기차로는 흔치 않은 세단 형식이며, 배터리는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위치해 있다. 방전된 배터리를 즉시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도록 배터리 교환을 염두해둔 설계이다. 르노삼성 측에서는 '퀵드롭'이라고 부른다. 덕분에 다른 차량들이 해치백 스타일로 차고가 높아진 반면, SM3 Z.E.는 세단형으로 만들면서도 낮은 차고와 넓은 실내를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기존 차체에 배터리공간을 늘린 탓에 길에서 보면 왠지 허리가 조금 길어진 SM3 처럼 보인다. 기존 SM3의 전장은 4,620mm인데, SM3 Z.E.는 4,750mm로 130mm 늘어났다.

르노삼성은 부산 공장에서 SM3 Z.E.를 생산하면서 초도 물량을 택시회사와 정부 부처, 렌트카, 지자체에 보급했다. 이후 양산이 본격화 되면서 일반인에게도 판매가 시작되었다. 초기 SM3 Z.E.는 최대 출력 70kW의 모터를 장착해 앞바퀴를 굴렸다. 배터리는 24kWh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시 135 km까지 주행이 가능했다.

2018년형으로 새로워진 SM3 Z.E.는 배터리 용량을 기존보다 63% 높은 35.9kWh로 늘려 효율을 더욱 높였다. 크기와 무게는 동일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213 km이고 국내 승용차 1일 평균 주행거리인 40 km 기준으로는 약 5일간 주행할 수 있는 거리다.

우리는 2018년형 SM3 Z.E.를 가지고 실제로 213 km라는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공인 주행연비라는 것은 다양한 조건을 감안한 값이라, 연비운전을 할 때보다 적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그게 전기차에도 통용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먼저 SM3 Z.E.를 100% 충전한 다음, 고속도로를 타고 실제로도 213 km에 가까운 주행거리가 나오는 지 실험해보려고 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라면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 했을 때, 연비가 가장 좋게 나온다. 최고단으로 변속한 채 고속주행을 하면 최대토크 영역으로 연료를 적게 쓰면서 빠르게 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반대다. 시내주행이나 복합적인 국도 상황에서 연비가 더 잘 나온다. 이는 회생제동시스템 덕분이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는 전기를 모터에 공급해서 가속하지만, 반대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띄면, 모터에서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하며 그 부하로 제동력이 발생한다. 내연기관 자동차로 따지면 연료를 오히려 채워주는 엔진브레이크인 셈이다.

 

전기차, 부드럽게 운전하려면 회생제동시스템을 잘 이용해야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회생제동시스템의 효율은 그리 높지 않다. 가속시에 사용하는 출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전력이 충전된다. 그렇다고 여유있는 운전을 하지 않고, 급출발과 급제동을 반복하면 회생제동시스템이 작동할 시간을 떠나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연비가 무척 나빠질 수밖에 없다.

회생제동시스템은 비록 작지만 전기차가 한블럭 더 갈수 있도록, 운동 에너지를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에서 열 에너지로 버려지지 않도록 되살리는(回生) 제동시스템인 것이다.

그런 회생제동시스템도 작동 조건이 있는데, 배터리 용량이 일정 부분 비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전을 위해 발전기(모터)가 돌기 시작하면 그 저항으로 발전기에 부하가 걸려 결국 차량의 속도는 줄어든다. 반면 배터리가 가득 차 있는 상태라면 발전기가 돌아도 부하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SM3 Z.E.는 그 부분에 있어서 이미 르노에서 쓰인 기술들을 공유하고 있어,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회생제동시스템이 잘 작동한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던 사람들이라면 회생제동시스템의 작동이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빠른 속도에서 원래 변속되어야 할 기어보다 낮은 단으로 바뀔 경우 엔진회전수가 무척 높아지며 매우 강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이다. 일부러 엔진브레이크를 강하게 넣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초기에 변속 실수로 6단에 넣는다는 걸 4단에 넣거나, 5단에 넣는 것을 2단에 넣으면 차가 덜컥 거리며 갑자기 느려지고, 깜짝 놀라게 된다.

SM3 Z.E.의 회생제동시스템은 쉬프트 미스한 엔진브레이크 만큼 꽤나 강하게 걸린다. 그래서 유체컨버터 자동변속기만 타왔던 운전자라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급히 띄웠을 때 깜짝 놀라며 뒤에서 뭔가 잡아당긴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 회생제동시스템을 이용하면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고도 여유있게 운전이 가능하다. 가속페달로만 내가 원하는 속도로 쉽게 제어가 가능해 브레이크를 적게 사용할 수 있다. 엔진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는 수동변속기 운전자에겐 익숙한 일이다. SM3 Z.E.를 부드럽게 운전하려면, 그만큼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조작하면 된다.

 

풍절음, 노면 소음이 이렇게 컸나?

처음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는데 정말 고요했다. 평소에는 시끄러운 디젤 해치백을 타고다니는지라, 시동을 걸고 앉아있으면 진동이 덜덜덜 전해져온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비게이션과 통합된 디스플레이와 오디오가 꺼졌다 켜지는 것 때문에 시동 버튼이라기보다는 전자기기의 전원 온/오프 버튼 같다. 변속레버를 D로 옮긴 후 저속으로 운행을 시작하자 묘한 소리가 들린다. 보행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가상 소음이었다. 이 소음은 3가지로 변경하거나 끌 수 있었다.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가상 소음은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 소음이 듣기 싫었지만 계속 타다보니 약간 중독성 있는 소리여서 여러 가지로 바꾸어가며 테스트 해보았다. 내부는 SM3와 다른 부분이 거의 없지만, 역시 엔진이 회전하는 소음이 없다보니 자동차라기보다는 처음 겪는 탈것처럼 느껴져 무척 긴장되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달리 소음이 거의 없어 타이어가 노면위를 움직이는 소리가 무척 신경 쓰였다. 타이어는 앞뒤로 연비위주의 금호타이어 와트런 VA31 205/55R16 타이어가 장착되어있었다. 차후 타이어는 연비를 조금 희생해서라도 저소음 타이어로 바꾸면 정말 정숙한 주행이 가능할 것 같다.

120 km/h 가까이 달리면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 일반 차량은 엔진소리 때문에 풍절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구동 소음이 없는 전기차는 나머지 소음이 구동소음보다 더 큰 것 같다. 실제로는 내연기관차와 같게 들리겠지만,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속삭이는 소리도 시끄럽게 들리듯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체감의 차이가 크다.

저속에서는 구동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85 km/h 이상에서는 모터와 전자식 변속기에서 나는 이이이잉 하는 소음이 조금씩 실내로 들려왔다. 운전석에서는 타이어 소음 때문에 구동계 소음이 잘 들리지 않았다. 반면 조수석에 탑승했을 때는 내가 운전중이 아닌 탓인지 구동계 소음이 타이어 소음보다 조금 더 잘 들렸다. 모터는 변속기와 결합되어 치우치게 장착되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훨씬 얇은 감속기와 결합되어 차량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한쪽에 치우쳐서 조수석에서의 소음이 더 들리는 것 같지는 않다.

 

초반부터 발생하는 최대토크, 전기차의 참맛

주행모드를 스텐다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보았다. 자세제어장치가 켜져있어 슬립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23 kgf.m의 묵직한 토크로 1,580 kg의 차량을 빠르게 가속시킨다. 덕분에 국도 주행시에는 빨간불로 바뀌는 신호등이 가장 반가웠다. 제일 앞에 서서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보통 차량로는 60 km/h까지 가속에서 따라오지 못했다. 비교해보자면 보통의 300마력 이상 되는 차량의 가속력과 비슷했다. 중간에 거치는 것이 없이 감속기만으로 바퀴와 직결된 모터는 34 kgf.m급의 유체컨버터 터보차량과 유사한 초반 가속력을 보였다. 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최고출력 70kW인 모터는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져 조금 아쉬웠다.

에코 주행모드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계기판 상 93 km/h 이상으로는 출력이 나오지 않도록 설정되어있다. 페달은 뭔가 걸린것처럼 멈췄고, 그 멈춘곳에서 더욱 힘을 주어 킥다운 하듯이 밟으면 93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었다. 추월할 때는 더 깊숙이 힘을 주어 밟으면 135 km/h 까지 계속 가속되었다. 최대 토크로 계속 동작하는 모터 특성상 가속되는 감각이 없었다. 평소 운전하던 수동 차량이라면 소리가 높아지고, 토크의 변화가 명확하게 느껴지기에 기어 변속시점으로 속도를 통제하에 두기 쉽지만, 전기차는 다르다. 최대토크로 쭉 밀어주는 느낌은 어느새 나도 모르게 135 km/h까지 올라가 있어 화들짝 가속페달을 놓게 된다. 앞만 보고 다니다간 과속 딱지를 떼이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스티어링은 르노삼성 차량답지 않게 조금 가벼웠다. SM520과 1세대 SM5, QM3 등을 시승해보았지만, 모두 스티어링이 무거운 편이였다. 하지만 SM3 Z.E.는 다른 차들보다 가벼웠다. 무거운 배터리가 뒤차축 근처에 있는 탓이다. 그동안 르노삼성의 무거운 스티어링이 불만이였던 사람들이라면 무척 반길테지만,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 주행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속도 설정값을 올리고 내리면 차량이 가속하거나 감속을 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계기판은 속도계 테두리 주변 LED의 색상이 변하면서 동작 상태를 알렸다. 감속 중에는 붉은 색으로 바뀌었고, 가속과 속도 유지 중에는 녹색으로 바뀌어 현재 동작 상황을 알아보기 쉬웠다.

2018년 SM3 Z.E.에서 추가된 기능 중 하나가 배터리를 충전중에 공조기를 켜서 냉난방을 미리 동작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충전중에 리모콘의 공조기 버튼을 누르면 미리 설정된 상태로 공조기가 작동하며, 차량에 탑승중이라면 원하는 설정으로 바꿀 수 있다. 참고로 충전되는 배터리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전속도가 느려진다.

충전중 난방을 켠 채로 실내에서 기다리는 동안 차 뒤쪽 배터리에서 냉각팬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너무 더울 때는 식혀주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데워서 배터리의 최대 효율을 보장하기 위한 기능이다. 더울 때 동작하는 팬은 전력소모가 적지만, 추울 때 동작하는 배터리 열선은 배터리를 데우기 위해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므로 주행거리가 평소보다 짧아진다. 낮은 온도에서 주행해야 한다면 장거리 주행시 충전소까지의 거리를 평소보다 여유롭게 잡을 필요가 있다.

 

충전후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장거리 테스트를 하기 위한 출발지는 서울특별시의 제2 롯데월드타워로 정했다. 충전기가 많고, 충전요금은 무료인데다가 개별로 받는 주차요금도 4시간이나 무료로 해주기 때문이다. 차량을 충전하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동안 식사와 쇼핑을 하면서 오히려 주차비보다 돈을 더 쓰고 온 것 같다. 급속충전기를 연결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충전중인 전기차들이 무척 많았다. 평소 보기 힘든 전기차가 10대 이상 충전하고 있는 모습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목적지는 213 km에 가까운 전북 완주군의 이서휴게소이다. 경로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경부고속도로에 합류해서, 이후 논산천안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약 213.5 km 의 코스이다. 주행 모드는 에코(ECO) 모드로, 히터와 에어컨은 모두 끄고 창문을 닫은 채로 90 km/h 의 속도에 최대한 맞춰 주행했다. 실제로는 쭉 90 km/h로 주행할 것이라 생각하고 고속도로를 골랐으나 오히려 교통사고와 혼잡한 정체가 맞물려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고속도로 연비보다는 복합연비에 가까운 결과로 생각한다.

 

전기차의 시대

전기차 보급이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총 13,826대의 전기차가 공급되어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올해에만 2만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신형 전기차들은 예약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이미 수십 시간 만에 대기 순번까지 예약이 완료된다. 대형마트의 완속 충전소에는 전기차가 빼곡하게 차있다.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전기차는 남은 주행거리가 곧 스트레스가 될 정도로 중요한 요소지만, 그 외에는 초반부터 발휘되는 최대 토크, 소음과 진동이 없고 시동을 켜놓더라도 매연이 생기지 않아 공회전 이슈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아직까지 한 번도 전기차를 시승해 보지 않았다면 꼭 경험해보기 바란다. 터보차저와 자연흡기, 수동변속기와 듀얼클러치, 내연기관에 대한 집착 따위는 싸그리 잊게 해준다. 예전에는 무조건 가솔린 내연기관 차량에 수동변속기 모델만 구입하겠다고 시대에 맞지 않게 고집 아닌 고집을 피웠지만 SM3 Z.E.를 타보고 난 다음에는 마음이 바뀌었다. 다음 차는 전기차를 사리라 다짐했다. 올해 전반기에 판매되는 전기차의 예약은 모두 끝났지만 하반기때 아마 또 신차 예약이 있다. 그 날이 무척 기대된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준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