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포뮬러-E’ 참전을 선언한 BMW가 테스트중인 EV 레이스카의 모습을 공개했다. BMW의 포뮬러E 레이스카는 ‘iFE.18’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올해 말 시작되는 포뮬러-E 시즌5 레이스부터 참전하게 된다.

F1과 다르게 포뮬러-E는 모든 팀이 동일한 레이스카를 사용하는데, 현재 사용되는 포뮬러-E 레이스카는 2013년 처음 공개된 1세대 모델로 ‘스파크-르노 SRT-01e’라 불리며,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공급한 1세대 섀시에 맥라렌의 모터시스템과 윌리엄스의 배터리, 르노의 시스템 통합기술이 적용되어 완성된 레이스카다. 그러나 올해 말인 2018/2019 시즌부터는 파격적으로 모습이 바뀐 2세대 레이스카 ‘SRT-05e’가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BMW가 테스트중인 iFE.18은 SRT-05e의 섀시를 바탕으로 BMW가 개발한 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레이스카다. 사실 포뮬러-E에서 모든 팀의 레이스카 섀시는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가 공급하기 때문에, 세팅 차이를 제외한다면 이론상 F1처럼 각 팀의 레이스카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사실 포뮬러-E 초창기에는 모든 팀이 같은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사용했기 때문에 차의 성능보다 드라이버의 기량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원메이크 레이스’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같은 섀시를 사용하더라도, 다양한 회사의 파워트레인이 장착된다. 물론 탑재된 파워트레인에 따른 각 팀별 레이스카의 성능도 다르다.

레이스카에 탑재된 배터리의 용량, 레이스 중의 모터 파워는 각 팀에 동일한 규정이 적용될 것이다. 초기의 포뮬러-E 레이스카와 비교하면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SRT-05e의 구체적인 제원은 아직 일반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출력이 200-250kW로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실제 레이스에서는 220kW의 최대출력을 내게 된다.

기존의 포뮬러-E 레이스에서는 2대의 레이스카를 사용해 첫 번째 레이스카의 배터리가 소진되면 피트인해 두 번째 레이스카로 바꿔 타고 나가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레이스카는 넉넉한 배터리 용량으로 차량 교체 없이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다. 정확한 사양이 일반 공개되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배터리의 무게가 더 늘어났을 것은 분명하다.

잠깐 1세대 포뮬러-E 레이스카를 살펴보면 차량의 무게가 888kg인데 이중 배터리가 320kg에 이른다. 올해 말 투입될 SRT-05e의 경우 배터리의 무게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나, 차체의 무게를 줄이고 공기역학적 성능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BMW는 독일 뮌헨 인근의 드라이빙 아카데미 사이트에서 iFE.18 레이스카를 공개했다. 아직 팀 리버리를 입히지 않은, 카본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레이스카는 다른 모든 팀과 SRT-05e 섀시를 사용했기에 외관에서는 특별함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핵심은 여기에 탑재된 전기 파워트레인의 성능이다.

iFE.18의 파워트레인에 BMW가 보유한 최신의, 최고의 파워트레인 기술이 집약되었을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배터리의 용량과 최대출력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똑같은 용량의 배터리, 똑같은 출력을 내는 모터를 탑재하더라도 얼마나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BMW iFE.18의 구체적인 성능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BMW는 ‘i3’전기차와 비교할 때, iFE.18의 파워트레인은 50% 더 가볍고, 66% 더 소형이면서 100% 더 강력한 성능을 낸다고 말한다. 이것이 곧 차세대 전기차를 위한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다. 특히 BMW는 iFE.18의 개발과정에서 ‘BMW i 테크랩’이라는 하나의 깃발아래 BMW i 양산차 생산개발 엔지니어와 BMW 모터스포츠 엔지니어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기존의 BMW 모터스포츠에 생소한 EV기술을 도입하고, 레이스카를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기술은 다시 차세대 BMW ‘i’ 양산차에 적용될 것이다.

물론 BMW 뿐 아니라 레이스에 참가할 많은 ‘라이벌’들 또한 최신의 기술로 무장한 레이스카를 투입할 것이다. 초기의 포뮬러-E와 달리 올해 시즌은 각 팀별 레이스카의 성능이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BMW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포뮬러-E에 뛰어들었다. 기존의 르노, 재규어, 마힌드라, 아우디뿐 아니라 올해는 닛산, 폭스바겐과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도 포뮬러-E에 참전한다.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전기 파워트레인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각 팀이 그동안 벼려온 칼을 부딪치는 시기는 올해 가을이지만, 이 차세대 전기 레이스카의 실전은 오는 4월 17일 시작된다. 4월 17일부터 19일, 스페인의 칼라파트 서킷에서 BMW를 비롯한 각 팀이 공식 포뮬러-E 트랙 테스트를 진행한다. 직접적인 성능 대결은 아니더라도 각 팀이 그동안 무엇을 준비해왔고, 얼마나 철저하게 기량을 다져왔는지 드러내게 될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차세대 EV 전쟁’, 이제 개막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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