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세단을 떠올리면 그저 편안하고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차를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제 고정관념이 되어 버렸다. 고급스러움은 기본이고 강력한 성능까지 더해진 플래그십 세단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심했던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신인이 등장했고,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브랜드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싸움이 붙은 셈이다.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캐딜락은 기존 플래그십 세단 CT6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V’ 배지에 어울리는 짜릿한 심장까지 집어넣었다. 중후했던 CT6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사라지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외관의 변화도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변화의 핵심은 머리를 쭈뼛 서게 만드는 성능이다. 기존 GM에서 사용하던 6.2리터 V8 OHV 엔진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개발한 4.2리터 V8 트윈터보 심장을 심었다.

신형 심장은 550마력의 최고출력과 86.7kg.m의 최고출력을 뿜어내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바이터보 엔진과 비슷하게 두 개의 터보차저를 실린더 안쪽에 더했다. 엔진의 크기는 덜어내면서 터보차저의 응답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캐딜락의 설명이다. 강력한 성능을 받아내는 변속기는 10단. 촘촘하게 기어비를 설정해 가속력과 효율성까지 동시에 높이는 쾌거를 이뤘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능에 맞게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시스템을 손보고, 뒷바퀴 조향 시스템과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버무려 옹골찬 주행성능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 앞과 뒤에 각각 6피스톤, 4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곁들였다. 이런 변화는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의 경쟁자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성능이라 볼 수 있다. 무서운 신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CT6 V-Sport의 도전장을 열어볼 경쟁자는 누구일까? 누구라도 가장 먼저 떠올릴 모델은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의 대들보인 ‘메르세데스-AMG S63 4매틱+’일 것이다. 사실 AMG의 S63 4매틱+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캐딜락 CT6 V-Sport가 쉽게 무너트릴 수 없는 상대일 것이다.

S63 4매틱+의 보닛 아래에는 4.0리터 V8 바이터보 심장이 자리해 612마력의 최고출력, 91.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성능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수치다. 강력한 힘을 받아내는 변속기는 AMG 9단 자동변속기며, ‘AMG 퍼포먼스 4매틱+’라 불리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면 충분하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V12 바이터보 심장을 탑재한 AMG S65 보다 가속 성능이 우월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경쟁 모델은 S63 4매틱+ 뿐일까? 물론 답은 No! BMW의 ‘M760Li’가 존재하기 때문. 엄밀히 따지면, ‘M’ 디비전의 손을 거치기는 했지만 진정한 M은 아니다. 물론, 진정한 M이 아니라고 밋밋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V12’ 배지와 곳곳에 물든 ‘M’ 전용 파츠들이 평범한 플래그십 세단과는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2개의 실린더가 뛰어놀 수 있는 6.6리터의 커다란 엔진을 품고 있는 플래그십 세단. 어쩌면 '슈퍼 세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 엔진의 크기를 덜어내며 과급기를 얹어 출력을 높이는 유행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V형 12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라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S63 4매틱+ 보다는 약간 낮은 수치지만 강력한 힘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배기량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X드라이브 4륜구동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 2톤이 넘는 거구를 3.7초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시킨다.

최근 공개된 캐딜락 CT6 V-Sport는 경재 모델 대비 약간 떨어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싸움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미국 특유의 여유로운 힘을 실은 아메리칸 슈퍼 세단이 일대 파란을 일으키 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소비자를 현혹시킬만한 무언가를 준비했을 수도 있다.   ‘S63 4매틱+’와 ‘M760Li’ 그리고 ‘CT6 V-Sport’는 각기 다른 매력을 무기로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특유의 가성비를 갖춘 아메리칸 슈퍼 세단, 잔뼈가 굵은 독일 태생의 두 선수. 과연 승기는 어느 쪽이 잡게 될까?플래그십 세단을 떠올리면 그저 편안하고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차를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제 고정관념이 되어 버렸다. 고급스러움은 기본이고 강력한 성능까지 더해진 플래그십 세단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심했던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신인이 등장했고,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브랜드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싸움이 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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