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 전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를 꼽으라면 우리나라가 일순위 아닐까?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정치와 경제 뿐 아니라 ‘황사’나 ‘미세먼지’ 같은 환경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환경문제는 베이징의 공기가 맑으면 서울 역시 맑다고 할 만큼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환경오염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으며, 국가가 앞장서 가장 적극적으로 친환경차의 개발과 보급에 신경 쓰고 있는 나라가 중국인 것 또한 사실이다. BYD를 필두로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메이커와 배터리 메이커가 중국에 모여 있고, 시장 또한 거대하기 때문에 많은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기업과 손잡고 전기자동차를 개발, 생산한다.

심천의 덴자 뉴에너지 오토모티브(Shenzhen DENZA New Energy Automotive, 이하 덴자) 역시 이런 배경아래 2010년 설립된 전기자동차 메이커다. 덴자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이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들의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자동차·배터리 생산기업인 BYD(BYD Automotive Industry)와 다임러 중국(Daimler Greater China)이 50:50으로 출자한 합작 회사다.

다임러는 지난 26일 ‘덴자 500’이라는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덴자 500은 중국 내수전용으로 개발된 전기차로, 다임러는 자사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기술과 BYD의 배터리 기술이 힘을 모아 덴자 500을 만들었음을 강조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덴자라는 고유브랜드로 판매되는 모델이지만, 덴자는 브랜드를 소개할 때 그 배경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있음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덴자 500은 지난 2012년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된 NEV(New Energy Vehicle) 콘셉트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당시 다임러와 BYD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것 뿐 라니라 ‘중국에서 개발된 중국시장을 위한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화제를 모았으며,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순수 전기차로 개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덴자 400이 시판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속으로 나온 모델이 바로 덴자 500이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덴자 500이라는 이름은 이 모델의 ‘주행거리’와 같다.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NEDC 규정에 의한 테스트에서는 451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결코 적은 주행거리가 아니다. 500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사양을 뻥튀기 한 것 아닐까? 60km/h의 속도로 정속주행 할 때 덴자 500은 무려 63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하니 놀랍다. 최고속도는 150km/h, 0-100km/h 도달시간은 14초로 대단한 성능이라 보긴 어렵지만, 실용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도 남는다.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차체 길이는 4,672mm, 높이는 1,642mm다. 차폭은 1,850mm, 휠베이스는 2,880mm다. 아마 숫자로는 크기를 짐작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현대차의 i30 해치백과 비교할 때 약 43mm가 더 길고, 16mm 더 높다. 일반적인 해치백 승용차들과 비교할 때 미묘하게 높고 덩치가 커 보이는 이유다. 스포티한 비례보다는 넓은 실내공간을 우선시한 디자인 아닐까 생각된다. 실용성을 추구했지만 나름의 개성도 있다. 독특한 LED 라이트는 ‘호랑이 눈’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개발된 내수용 자동차이기에 다른 브랜드의 전기자동차보다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지우기 바란다. 디지털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적용되었고,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스마트폰의 ‘덴자 어플리케이션’ 및 위챗 메신저와 연동해 11만 2,000개가 넘는 전국 각지의 충전소를 찾을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었다. 여기에 인텔리전트 보이스 어시스턴트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함은 물론, ESP와 EPB 같은 안전운전을 위한 보조장치와 크루즈컨트롤까지 갖출 것은 모두 갖췄다.

차량의 높은 신뢰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덴자의 차체는 개발당시부터 배터리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차체가 배터리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내부공간을 극대화하고 무게중심을 낮출 뿐 아니라 충돌사고 시에도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고, 폭발이나 화재와 같은 2차적인 상해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다임러는 덴자 500을 영하 40도의 혹한을 비롯한 가혹조건에서 광범위하게 테스트함으로서 차량의 신뢰성을 높였다.

덴자 500은 기본 모델인 라이프스타일과 고급 모델인 오로라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하만카돈 오디오와 파노라믹 슬라이딩 선루프와 같은 고급사양이 적용된 모델인 덴자 500 오로라의 판매가격은 328,800위안, 한화로 약 5,640만 원이다. 라이프스타일 모델의 경우에도 주행성능은 동일하며 가격은 298,800위안, 한화로 약 5,130만 원으로 조금 더 저렴하다. 중국에서 만든 차량이기에 저렴할 것이라 예상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순수 전기차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다.

다임러와 같은 기업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중국에서 전기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 정부의 탈 화석연료 정책과 부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상하이, 텐진 등의 대도시에 5만 대 이상의 충전소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고, 이외에도 전기 택시 및 버스를 시범도입하며 인프라의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5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만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지금 중국의 전기차 시장, 중국 메이커의 전기차가 어디까지 왔는지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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