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경매에 등장하는 오래된 자동차에는 과거의 기억이 담겨있고, 그 중에는 간혹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차도 있다. F1 레이스카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전설적인 레이서가 타고 격전을 벌였던 차들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그 차가 달리는 순간, 레이스를 실제로 보았던 이들은 수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한 번 과거의 그 순간을 추억하며 돌아보게 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1984년, 아일톤 세나라는 브라질 출신의 젊은 레이서가 F1에 데뷔했다. 브라질에서 그랑프리에서 톨맨 팀의 드라이버로 데뷔한 세나는 첫 경기에서 17위로 피니쉬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 6위로 피니쉬하며 첫 포인트를 얻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F1 루키였던 세나가 전설의 반열에 들 것이라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으리라.

세나의 전설은 모나코에서 시작되었다. 도심의 도로를 폐쇄하고 만든 세계에서 가장 서킷, 레이스는 폭우 속에서 시작되었다. F1 챔피언 출신 드라이버로 나이젤 만셀과 니키 라우다가 달리고 있었고, 니키 라우다와 같은 팀 드라이버이자 포인트를 놓고 경쟁하던 알랭 프로스트 또한 이 레이스에서 세나와 함께 달렸다.

원래대로라면 모나코 그랑프리는 2시간동안 서킷을 76바퀴 돌고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악천후를 이유로 32바퀴 만에 중단되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사건이 있었다. 브레이크 문제를 겪고 있었던 알랭 프로스트는 29바퀴째 경기 중단을 요청했고, 세나는 빗속에서도 신들린 듯한 운전 실력으로 앞차를 따라잡으며 프로스트를 추격했다. 세나의 랩타임은 무려 프로스트보다 3초나 더 빨랐고, 세나가 프로스트를 추월하는 듯 했으나 바로 직전 레이스 중지가 선언되었다.

1984년 모나코 그랑프리의 우승자는 알랭 프로스트였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이 이 레이스의 진정한 영웅은 세나라고 기억한다. 1984년의 모나코 그랑프리는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와의 치열한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였고, 전설의 시작이라 일컬어진다.

세나는 1985년 로터스로 팀을 이적했고, 1988년에는 맥라렌으로 다시 팀을 옮긴다. 세나는 1993년까지 맥라렌에서 활약했고, 1994년 윌리엄스로 옮겨 그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게 된다. 맥라렌은 최근 세나의 이름을 붙인 하이퍼카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나가 탔고, 전설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레이스카’라면 그 어떤 차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으리라. 바로 그 차가 오는 5월 11, 본햄 모나코 경매에 등장할 예정이다. ‘톨맨-하트 TG184’라는 이름의 이 레이스카는 지난 2015년에 경매에 등장해 100만 파운드의 가격에 낙찰된 적 있으며, 올해의 경매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가격이 매겨질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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