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포르쉐와 같은 ‘스포츠카 메이커’가 SUV를 출시하는 것이 어색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메이커들의 고정관념보다도 소비자의 눈이 먼저 좋은 것을 알아보고 찾는 법이다. 이제는 럭셔리카 메이커라면 SUV 모델 하나쯤은 있어야 고객의 니즈를 만족할 수 있는 시대다.

SUV라 해도 정글과 오지보다는 도심의 빌딩숲을 누비는 차량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중동이나 개발도상국의 거부들이 사막이나 도로환경이 열악한 벽지를 누빌 때 편리하다는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세단보다 럭셔리 SUV를 찾는 경우조차도 있다고 한다. 과장이 섞인 이야기 같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람보르기니가 올해 SUV모델인 우루스를 출시하고 나서부터 러시아와 인도에서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람보르기니가 우루스 출시 이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2018년 5000대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인데, 그 중 1000대가 우루스다. 2019년 말까지는 약 8000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인데 그 중 약 절반 이상이 SUV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람보르기니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Stefano Domenicali)는 우루스에 대한 시장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는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기대했지만,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환상적입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의 성공은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단순히 우루스가 강력하고 멋진 SUV라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물론 우루스는 대단한 차다. 다른 람보르기니 슈퍼카의 성능을 그대로 가져온 SUV이며, 날카롭고 각진 특유의 디자인은 다른 럭셔리 SUV와도 차별화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주문한 고객의 70%가 지금까지 람보르기니를 소유한 적 없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여성 운전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람보르기니가 아벤타도르와 우라칸만을 만들었다면, 운전하기 어려운 차에 별로 관심 없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끌기가 어려웠으리라. 그러나 ‘일상에서도 슈퍼카의 성능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차’를 내놓은 람보르기니는 이제 새로운 손님맞이에 바쁘다.

페라리와 같은 몇몇 슈퍼카 메이커들은 ‘전통적이지 않은 SUV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람보르기니가 새로운 기회를 붙잡았다는 것이다. 인디아에서 람보르기니 슈퍼카가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루스는 인디아와 러시아에서도 팔리고 있다. 기존의 슈퍼카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루스는 데일리 카로 사용할 수 있는 람보르기니입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람보르기니는 우루스의 생산량을 더욱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람보르기니의 희소성과 같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2019년 말까지 생산량을 낮추는 대신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며, 성장에 살짝 브레이크를 걸고 자동차 시장에서 람보르기니 브랜드 이미지의 가치를 확인하겠다는 것.

물론 이 같은 전략은 우루스와 같은 럭셔리 SUV를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부유층의 수요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람보르기니는 럭셔리카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람보르기니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특히 암호 화폐와 같은 새로운 산업을 통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 성공한 젊은 억만장자들이 선호하는 정상의 브랜드가 람보르기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람보르기니 역시 우루스의 개발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기존의 람보르기니 슈퍼카와는 다른 차를 만들면서도 고유의 색을 잃지 않았고, 람보르기니를 넘어 다른 럭셔리 SUV들과 차별화된 ‘슈퍼 SUV’ 시장을 개척했다.

물론 경쟁자들 역시 람보르기니의 성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페라리가 정말로 SUV 시장을 가만히 두고만 볼지는 모르겠지만, 로터스와 같은 메이커도 SUV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하니 어쩌면 머지않은 시기에 새로운 슈퍼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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