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이 회전하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조향축이 움직이며 방향이 바뀐다. 원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더 나은 주행이라는 이유로, 컴퓨터와 센서가 개입해 끊임없이 명령을 수정하는 현대의 자동차는 어느새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탈 것이 되어버렸다.

아늑하고 편안한 자동차에 아무 불만이 없더라도, 불만이 없는 것이 불만인 삐딱한 이들에게는 야성의 거친 차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대자연을 누비는 오프로더를 꿈꾸는 이들이 남아있고, 투박한 상자모양의 SUV가 여전히 인기를 얻는 이유다. 하지만 이조차도 사실은 터프하게 꾸며진 요즘 자동차 아니던가. 그래서 최첨단 신모델이 나와도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 않고, 기계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옛날 차량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진짜 옛날의 ‘윌리스 지프’ 같은 차를 다시 몰라고 하면 쉽지 않으리라. 하지만 운전자의 발끝과 손끝에 스로틀과 기어박스, 앞바퀴를 꺾어 돌리는 피니언기어의 물림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런 차를 오직 감각에 의존해서 몬다는 것에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낭만이 있다. 그래서 아직 자동차 시장에는 감성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동차는 기계적인 상품이 맞지만 자동차에는 문화와 감성이라는 요소가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이다.

철제 빔을 용접해 만든 프레임에 철판을 썰어 만든 차체를 얹은 단순한 차. 성능을 생각해도, 운전자의 안전을 생각해도 요즘 차와는 비교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당연히 온 가족을 위한 아늑한 차로는 실격이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하나쯤 지르고 싶은 ‘장난감’으로는 매력적이다. 이제 그런 차를 다시 만나볼 수 있기나 할까? 

내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의 누군가는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이도 있는 법이다. 뜻밖에도 인도의 자동차 메이커 마힌드라가 빈티지한 스타일의 어떤 차를 부활시킨 듯한, 콤팩트하고 심플한 오프로더 ‘록쏘(ROXOR)’를 내놨다. 어떤 차를 닮았냐고? ‘오리지널’ 입장에서 보면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이 많겠지만, 그릴의 세로 구멍 일곱 개가 없을 뿐이지 아무리 봐도 저건 지프다.

마힌드라가 대놓고 지프의 디자인을 베낀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섣부른 오해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마힌드라는 오래전 윌리스 지프를 조립했고, 생산 판매할 수 있는 권리까지 갖고 있는 회사다. 물론 ‘마힌드라 랭글러’를 만들어 팔지는 않는다. 마힌드라는 꽤 오래전부터 독자적으로 SUV를 개발해왔고, 랭글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독자모델 ‘타르(THAR)’와 같은 모델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마힌드라가 인디아에서 판매하는 SUV 타르를 보면 그릴 구멍의 숫자도 7개로 지프랑 똑같지만, 엄밀히 말해 랭글러의 데드카피는 아니다. 그나저나 마힌드라는 자동차 부문만 보면 쌍용자동차와 닮은 길을 걸어온 회사인데, 지금은 쌍용자동차의 모회사이기도 하니 재미있는 인연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마힌드라가 내놓은 SUV ‘록쏘(ROXO)’는 타르보다 더 작은 차다. 62마력을 내는 2.5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했고, 앞뒤 모두 리지드액슬로 동력을 전달하며, 서스펜션은 기다란 철판을 겹쳐놓은 리프스프링을 사용했다. 차체의 무게는 1,361kg이며 최고속도는 72km/h에 불과하다. 어떤 하이테크놀로지도 사용하지 않은 구시대의 차 그 자체다.

혹시 인디아라면 이런 차가 아직도 팔릴지도 모르겠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마힌드라는 록쏘를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생산하니, 이 차는 ‘메이드 인 USA’, 오리지널 지프의 모국에서 만들어진 차다. 그리고 미국에서 팔기위한 차다. 미국에서 팔기 위한 차라는 설명에 읽는 독자들의 생각이 잠시 많아졌을 것 같다.

이런 투박한 구조에 에어백도 없는 차가 어떻게 미국에서 팔릴 수 있을까? 물론 현행법상 미국에서도 이 차는 고속도로를 달릴 수 없다. 최고속도 72km/h짜리 차로 고속도로에 들어간들 다른 차들의 방해만 되며, 철저히 오프로드 주행의 즐거움만을 위해 디자인 된 모델이기 때문. 하지만 미국이야 워낙 시장이 크고 이런 조건의 차라도 수요는 꽤나 크기 때문에 걱정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빈티지 지프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라면 마힌드라 록쏘는 눈여겨볼만한 차다. 마힌드라는 록쏘를 오는 3월 19일에 미국에서 정식으로 런칭 할 계획이다. 그나저나 마힌드라가 레트로 스타일 SUV를 부활시켰다고 하니 왠지 쌍용 코란도가 생각 나는 것은 필자뿐일까? 빈티지 지프의 매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사진 뿐이지만 잠시 록쏘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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