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번쯤 봤을 ‘사이버포뮬러’ 같은 만화를 현실과 혼동하는 운전자가 있다면 심히 곤란하지만, 문제는 애스턴마틴의 엔지니어다. 만화에서나 등장할법한 차를 현실에 꺼내놨으니 말이다.

애스턴마틴이 레드불레이싱과 함께 F1 레이스카 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하이퍼카 ‘발키리(VALKYRIE)’를 공개했던 것이 작년이다. F1 레이스카 엔진을 스케일 업 한 코스워스의 자연흡기 6.5리터 V12 엔진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물방울 형태의 캐빈과 차체 전체를 날개로 만든 것 같은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의 결과물로, 200만 파운드(약 30억)의 가격에도 출시 전 판매가 끝난 괴물이다.

아니, 지금까지의 괴물이라는 말은 잊자. F1에서 레드불 레이싱을 수년간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수석 기술 책임자 아드리안 뉴이와 애스턴마틴 엔지니어링 팀은 미친 것이 틀림없다. 애스턴마틴 발키리를 압도하는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밴티지나 불칸의 서킷 버전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는지 기어이 발키리의 트랙버전을 만들어내는 대참사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기본은 발키리 로드카를 바탕으로 무게를 줄이고, 출력을 늘리고, 차폭을 넓히고,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다듬었다. 그리고 ‘발키리 AMR 프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AMR은 두말할 필요 없이 애스턴마틴 그리고 레드불 레이싱의 이니셜이다. “기술적 세부사항은 앞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애스턴마틴이 대략적으로 공개한 몇 가지 요소들만으로 압도당하기엔 충분하다. 초경량 부품이라고 해도 전후방의 스플리터와 디퓨저, 거대한 리어윙이 추가되어 무게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의 위시본을 카본제로 바꾸고, 윈드실드와 시트는 더 가벼운 것으로 바꿨다고 한다. 애스턴마틴이 밝힌 차량의 무게는 1000kg 미만이지만, 엔진의 최대출력은 기존 발키리의 그것보다 200마력이 늘어난 1100마력 ‘이상’으로, 차체무게대비 마력 비율은 1:1을 넘어섰다.

트랙에서의 강력한 접지력을 위해 차체 하부 ‘벤튜리 터널’을 통과하는 공기가 다운포스를 만들어내고 여기에 거대한 스플리터와 리어윙이 다시 공기의 힘을 무게로 바꿔 바퀴를 짓누른다. 다운포스는 무려 1,000kg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무게로 짓누르며 달리는 차가 대체 노면에서 슬립 할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해진다.

다운포스로 인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애스턴마틴 발키리 AMR 프로는 어마어마한 엔진출력으로 공기의 벽을 밀어붙이며 362km/h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고, 3G의 횡 가속을 견디며 코너링 할 수 있다. 애스턴마틴과 레드불 레이싱은 일반인을 위한 F1카 라도 만들기로 작정한 것일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발키리 AMR 프로는 트랙 전용 모델이며, 단 25대만 생산되니 도로에서 마주칠 가능성은 아마도 제로다.

물론 트랙에서 이 차를 만나게 된다면, 아마도 또 다른 애스턴마틴이나 슈퍼카의 드라이버라 해도 발키리 AMR 프로를 제치고 앞서나가기란 쉽지 않으리라. 아, 물론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드라이버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과거 레드불 레이싱의 콘셉트카처럼, 게임에서라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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