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마침내 전설의 부활이 시작된다. 토요타 2000GT의 계보를 잇는 차, 2002년 단종 되었음에도 토요타 스포츠카의 상징으로 기억되었던 차, 분노의 질주에서 폴 워커가 탔던 스포츠카, 그리고 BMW Z4와 플랫폼 공유로 새롭게 태어날 차. 바로 토요타 수프라를 가리키는 말이다. 토요타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5세대 수프라의 부활을 선언했다.

토요타와 BMW가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포츠카를 개발 중이라는 것은 이미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수차례 테스트중인 프로토타입 모델이 목격되기도 했다. 특히 토요타는 2014년 FT-1이라는 콘셉트카를 공개했고, 이것이 수프라 디자인의 원형이 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토요타는 수프라의 양산모델을 공개하지 않았고, 우리가 거리를 달리는 수프라의 모습을 보기위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대신 토요타는 수프라의 레이싱카 버전이라고 할 ‘GR 수프라 레이싱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름에 콘셉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어딜 봐도 철저히 실전을 의식한 레이싱카다.

보통은 반대다. 양산차를 베이스로 레이싱카를 만든다. 하지만 토요타는 레이싱카 버전을 먼저 공개했다. 수프라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말로 궁금한 부분 몇 가지를 확인하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토요타는 신형 수프라의 양산모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토요타는 GR 수프라 레이싱 콘셉트가 지난 이미 단종 된 이후 16년이 지났음에도 상징적인 스포츠카로 기억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수프라 레이싱 콘셉트’를 토요타 가주 레이싱과 함께 개발했음을 언급했다.

수프라 레이싱 콘셉트의 디자인에서 앞서 공개되었던 FT-1 콘셉트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뾰족한 노즈와 범퍼 하단을 삼등분한 거대한 에어인테이크,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라이트가 인상적이다. 4세대 수프라와도 살짝 닮은 부분이 보이는데, 지난 16년간 단절되었던 토요타 수프라의 계보를 잇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보닛아래 실린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는 FR 레이아웃을 채택했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질의 차체와 롱 노즈 숏 테일의 전형적인 쿠페 실루엣을 보여준다. 레이싱 콘셉트답게 차체는 경량 복합소재로 만든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 스커트, 리어디퓨저와 거대한 윙을 장착했다.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를 주행하게 될 양산차에서는 디자인이 변경될 것이다. FT-1 콘셉트에 적용되었던 가변식 리어스포일러가 테스트 중이던 수프라 프로토타입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이 특히 아쉽다.

경합금제 휠은 BBS의 센터 너트 방식을 사용했고 미쉐린의 레이싱 타이어를 장착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 레이싱 캘리퍼와 디스크를 사용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윈드스크린과 사이드윈도는 경량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레이싱 콘셉트답게 인테리어는 생략되었고, 롤 케이지로 보강된 캐빈에는 버킷 시트와 레이싱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다. 퀵 릴리즈 스티어링 휠과 소화기, 연료 및 브레이크라인, 페달 박스에 이르기까지 실제 레이스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는 것이 토요타의 설명이다.

토요타가 슈퍼GT와 같은 레이스에 실제로 이 차를 투입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토요타 수프라 콘셉트를 레이스에서 보는 것보다 빠르게 플레이스테이션의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가 수프라 콘셉트의 신차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이 양산모델이 아니라 여전히 콘셉트카라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자. 양산모델이 아직 베일에 싸여있더라도 이번 콘셉트카의 공개는 정말로 수프라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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