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브랜드 ‘I.D.’의 플래그십이 될 콘셉트카가 공개된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I.D. 콘셉트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전기차를 테마로 한 ‘I.D.’라는 이름의 콘셉트카를 내놓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향후 출시될 친환경 전기차 라인업을 I.D. 브랜드로 출시할 계획이다.

I.D. 콘셉트와 I.D. 버즈 콘셉트, I.D. 크로즈 콘셉트가 각각 폭스바겐의 차세대 해치백과 밴, 크로스오버를 보여준다면, 이번에 선보일 I.D. 비전 콘셉트는 폭스바겐이 준비하는 미래의 럭셔리 세단을 보여준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포함해 폭스바겐 도 전기차에 심플하고 매끄러운 외관을 적용했다. 친환경 전기차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은듯하다. I.D. 비전 콘셉트 역시 매끄러운 면과 날카로운 선, 차량 앞뒤를 가로지르는 심플한 라이트의 모습이 우주선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I.D. 비전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것은 외관이 아니라 실내다. 

I.D. 비전의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2열 좌석배치에 4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운전석의 스티어링 휠이 접히거나 좌석배치가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운전석이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에 폭스바겐의 자율주행시스템 ‘I.D. 파일럿’이 운전자를 대신해 차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운전석이 없는 자동차라고 하니 S.F. 영화 속 자동차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미 자율주행기술의 상당부분이 우리가 일상에서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녹아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자율주행차에서 가져온 많은 기술들이 ‘드라이빙 어시스트’라 부르는 기능 속에 녹아있다. 어쩌면 운전석이 없는 완전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예상보다 일찍 도래할지도 모른다.

스티어링휠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 부르던 센터콘솔의 스크린이나 스위치들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시트 사이 팔걸이에 있는 동그란 원판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다. 차량에 승객이 다가가면 전자키 또는 안면스캔을 비롯한 생체인식기능으로 운전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문을 열고, 좌석의 세팅을 바꾸며 원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레벨5 음성인식과 인공지능을 탑재해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목적지를 말하면 되고, 제스처를 통해 홀로그램 가상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스위치는 앞뒤의 센터콘솔에 하나씩 있는 2개의 푸시/다이얼 컨트롤러가 전부다.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했다. 꿈같은 미래다. 아니, 이제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어차피 콘셉트카는 그대로 양산되는 차가 아니다. 아직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라도 ‘앞으로 이렇게 될 겁니다’라고 소개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I.D. 비전이 범상치 않은 차인 이유는 폭스바겐이 ‘양산차’를 염두에 두고 만든 콘셉트카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MEB(Modular Electrification Toolkit)라는 전기차용 모듈러 플랫폼을 개발했고, I.D. 비전과 지금까지 발표된 I.D. 콘셉트카들 역시 MEB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I.D. 비전은 앞뒤 차축에 위치한 2개의 모터를 통해 AWD 주행방식을 구현했고, 111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한번 충전으로 413마일(약 665km)를 달릴 수 있다.

시스템 최대출력은 302마력(225kW)으로, 앞바퀴의 모터가 101마력, 뒷바퀴의 모터는 201마력의 최대출력을 낸다. 주행모드와 노면의 상태에 따라 후륜구동 및 AWD를 오가며 최적화된 구동방식을 택하게 된다.

자율주행기술은 차량에 탑재된 레이더 및 라이다 센서, 카메라를 사용하며 이와 함께 클라우드 트래픽 데이터, 즉 다른 자동차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된 주행경로를 선택한다. 폭스바겐에 의하면 단순히 레이더시스템에 의해 충돌을 회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차량의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이 도로위의 트럭이나 승용차, 보행자, 자전거 라이더 등을 구별하며, 인공지능의 학습을 통해 도로상황을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어도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레벨5’ 자율운전을 구현하게 된다.

폭스바겐은 I.D. 콘셉트를 통해 다른 자동차메이커들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누구나 알 것이다. 기존 자동차의 친환경 이미지가 실은 가면에 불과했고, 그 중심에 폭스바겐이 있었다는 불명예로부터 어서 빨리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때문에 폭스바겐은 기존의 내연기관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순수 전기차의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업계의 리더라는 이미지가 더욱 절실하다. I.D. 라는 전기/자율주행차 브랜드를 더욱 부각시키고, 빠르게 상품화함으로서 다시 한 번 세계 자동차시장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바람일 것이다.

I.D. 비전과 같은 완전 자율주행차는 아직 실현되기 어렵지만, 폭스바겐은 오는 2020년 I.D. 브랜드의 첫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2025년까지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전기, 자율주행 그리고 지금까지 없었던 공유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개념들이 들어와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다시 한 번 그 중심에 설 수 있을까? 모든 것은 I.D. 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폭스바겐의 I.D. 비전 콘셉트의 양산모델을 실제로 내놓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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