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자동차 메이커 세아트(SEAT)는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고성능 브랜드 ‘쿠프라(CUPRA)’를 런칭 한다. 세아트는 비록 폭스바겐그룹 산하의 자동차메이커지만 오랜 역사와 유럽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가졌다. 폭스바겐의 고성능 모델에 ‘R’ 이라는 이름이 붙듯, 세아트는 ‘레온 쿠프라’와 같이 고성능 모델에 쿠프라라는 별칭을 붙였는데, 이를 독립된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고성능 브랜드의 런칭에는 그에 어울리는 자동차가 필요한 법이다. 제네바모터쇼에 앞서 세아트는 300마력의 강력한 심장을 가진 핫해치 ‘레온 쿠프라 R ST’를 통해 폭스바겐과는 또 다른 매력과 쿠프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출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아트 쿠프라는 미래를 위한 전기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레이스카까지 내놨다.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될 쿠프라 ‘e레이서’는 순수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레이스카로, 최대출력이 무려 670마력에 이른다.

세아트의 쿠프라 e레이서는 세아트 레온 TCR 레이스카를 베이스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전륜구동 해치백 기반으로 개발된 레온 TRC과 달리, 쿠프라 e-레이서는 후륜구동 방식의 레이아웃을 채택했다. 레온 TCR 레이스카는 최대출력 350마력의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이 탑재되지만, 쿠프라 e레이서는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해 최대 500kW(670마력)의 힘을 끌어내며, 300kW(402마력)의 힘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주목할 점으로 쿠프라 e레이서는 모터쇼를 위해 제작된 콘셉트카가 아니라, 실제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차량이라는 점이다. 세아트는 쿠프라 e레이서의 개발과정에서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배치에 난항을 겪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설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바닥 전체를 개조해 65kWh 용량의 배터리를 실었고, 그 결과 앞뒤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전기모터를 뒤에 장착해야만 했다.

세아트 레온 TCR의 앞뒤 중량배분이 60:40인 반면, 전기모터를 장착한 쿠프라 e레이서의 앞뒤 중량배분은 40:60이다. 출력이 늘어났지만, 배터리를 탑재한 만큼 차량의 공차중량도 300kg이 늘었다. 기존의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배치에 의해 서스펜션은 앞뒤모두 위시본 방식을 적용했고, 차량의 외관은 엔진을 위한 냉각덕트가 필요 없기에 보다 매끄러운 형상으로 바뀌었다. 범퍼와 리어디퓨저는 다운포스를 극대화하면서 공기저항을 줄이도록 디자인되었고, 사이드미러가 장착될 위치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운전자에게 후방시야를 제공한다.

세아트는 아직 전기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고성능 차량의 성능한계가 있음을 말한다. 레이스와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배터리는 빠르게 소진되며, 레이스 중 충전이 어렵기 때문에 30분 정도의 레이스에서도 2대의 차량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러나 15분 정도의 짧은 레이스라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기존의 레이스카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세아트는 올해 연말에 쿠프라 e레이서를 실제 레이스에 투입한다. 아직까지는 전기 레이스카의 ‘데모’ 주행을 보게 되지만, 머지않아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완전히 따라잡을 날이 오지 않을까? 아마 그때가 온다면 우리나라의 운전자들도 세아트 쿠프라라는 브랜드를 알아보고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이들이 미래의 레이스를 지금 준비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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