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데리아 카메론 글리켄하우스는 몇 년 전 혜성같이 나타난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다. 회사 오너인 제임스 카메론 글리켄하우스는 사실 헐리웃의 영화 산업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페라리 수집가’로 유명한 인물이었으나, 페라리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개조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 결국 자동차 메이커를 차려 ‘SCG003’과 같은 슈퍼카를 직접 개발하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부자의 취미생활로 탄생한 자동차 메이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글리켄하우스의 슈퍼카는 르망24시나 뉘르부르크링24시 같은 내구레이스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고, 비공식이긴 하지만 레이스용으로 ‘출력을 제한한’ 버전의 슈퍼카로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에서 람보르기니가 세운 최고기록을 가볍게 눌러버리는 위엄을 떨쳤을 정도니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스쿠데리아 카메론 글리켄하우스가 이번에는 갑자기 SUV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부트(BOOT)’라는 이름의 오프로드 차량의 렌더링 이미지와 도면, 그리고 실제로 개발 중인 차량의 일부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파워트레인은 5.0리터 V8을 탑재하며, 휠의 반지름은 무려 50cm에 이른다. 그냥 오프로드 콘셉트를 내놓은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그 차량으로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세계일주는 ‘육로’를 달리는 것을 의미하곤 한다. 그런데 SCG 부트는 바다까지 헤엄쳐 건너겠다고 나섰다. 막연한 콘셉트가 아니라 계획까지 구체적이다. 2020년에 뉴욕 타임스퀘어를 출발해 러시아를 향해 떠난다. 알래스카와 아시아 사이를 가르는 베링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 85km를, 차량 좌우에 카누처럼 생긴 플로트를 부착해서 뗏목처럼 헤엄쳐 건넌다.

베링 해협을 건넌 다음에는 시베리아를 횡단한다. 베이징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나 파리에서 모험을 마칠 계획이다. 흥미롭게도 카메론 글리켄하우스는 이들의 모험에 SUV를 만드는 다른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도 초대한다고 밝혔고, 호기롭게도 파리에 도착하면 이들 모두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다.

글리켄하우스의 세계일주 프로젝트, 정말로 이들은 2020년에 SUV로 베링 해를 건너는 대모험을 떠날까? 언뜻 보기에 다소 허풍이 섞여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의 말이라면 믿게 된다. 로드스터가 화성을 향해 날아가는 세상, SUV가 얼음바다 정도는 건너간다 해도 별로 신기하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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