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8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듯하다. BMW는 198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처음 선보인 8시리즈는 7시리즈를 능가하는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 쿠페로 출시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비싼 단가와 낮은 판매량으로 1999년 후속 모델 없이 조용히 단종되었다. 수제작으로 10년 동안 겨우 3만 여대를 생산했기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은 아니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후, BMW 8시리즈는 오는 9월 파리모터쇼에서 플래그십 쿠페로 부활한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 롤스로이스 레이스 등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럭셔리 쿠페 시장에 뛰어들기 위함이다. BMW는 작년에 8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M8의 콘셉트카와 GT레이스에 출전할 M8 GTE의 레이스카를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M8 GTE의 경우 이번 달 데이토나 24시에 출전해 773바퀴를 돌며 큰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쳤다.

 

매력적인 럭셔리 쿠페 E31 8시리즈

E31 8시리즈는 B필러가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 빵빵하고 짧은 리어, 긴 노즈로 GT 쿠페의 매력을 뽐냈다. 엔진에 따라 840Ci, 850i, 850Ci, 850CSi의 여러 모델이 있었다. 가장 많이 생산된 모델은 850i였고, 850Ci와 850CSi가 1천여 대씩 생산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출시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수요 때문에 최초의 M8 프로젝트는 생산 전까지 갔다가 그대로 취소되었다. 또 3리터 V8엔진을 장착한 830i, 로드스터 모델인 850i 카브리오 역시 생산되지 못하고 프로토타입으로 남았다.

엔진은 V8 4리터 M60엔진과 V8 4.4리터 M62엔진. 그리고 V12 5리터 M70엔진과 V12 5.4리터 M73엔진, V12 5.6리터 S70엔진모델을 고를 수 있었다. 그중 자연흡기 V12 엔진은 두 개의 I6엔진이 붙어있었고, 특이하게도 ECU 두 개가 각각의 뱅크에 달려있었다. 나중에 맥라렌 F1에서 사용하는 S70/S V12엔진의 기초가 되었다.

8시리즈는 당시 첨단기술인 CAD 설계로 개발에 차별을 두었다. 차체를 한 덩어리인 유니보디로 만들어내어 3kg을 감량했다. 또 BMW 레이스카 M1의 오마쥬로, 팝업 헤드라이트를 장착했다. 그런데 이 팝업 헤드라이트가 E31 8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89년도 당시 E30 3시리즈의 공기저항계수는 0.33이였다. 팝업 헤드라이트를 적용한 8시리즈는 전면 높이를 낮춰 공기저항 계수 0.29를 달성했다. 그러나 혁혁한 공을 세운 것과는 별개로, 헤드라이트의 고장이 잦아 8시리즈의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소로 꼽혔다. 이전의 키드니 그릴을 현재에 와서 보니, 최근 것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낮게 시작하는 후드부터 트렁크까지 쭉 이어진 밸트라인이 인상적이다. 뒷모습은 E30 바디 시절의 직각형 리어램프가 각진 차량 라인과 어울려 고급스런 모습을 낸다.

 

새로운 플래그십 8시리즈의 모습

BMW는 작년, 유명 클래식 차량과 콘셉트카 전시회인 이탈리아의 콩코르소 델레 간차 빌라 데스테에서 8시리즈 콘셉트카를 선 보였다. 단종 이후 약 17년 만에 부활하는 8시리즈는 기존 4도어 쿠페였던 6시리즈를 대체할 예정이며, 2018년 말 생산에 들어간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8시리즈는 7시리즈와 엔진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V6 3.0리터 엔진과 V8 4.4리터 엔진, 하이브리드 모델과 V12기통 대배기량 엔진이 탑재될 것이라고 한다. V12는 당장에 출시되지 않겠지만 추후 탑재되어 성능에 목마른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E31 모델에 있었던 팝업 헤드램프와 B필러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는 사라졌다. 뼈대는 BMW가 새로 만든 모듈러 플랫폼 CLAR이 사용된다. 이미 BMW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에 사용됐고, 롤스로이스 SUV 프로젝트 컬리넌 등에 쓰일 대형 플랫폼이다. 여기에 최신 접합 기술과 신소재 등을 더해 무게를 대폭 낮출 계획이다. 또 쿠페가 먼저 출시되며, 이어서 소프트 톱 컨버터블 버전 출시가 예정되어있다.

8시리즈의 고성능 모델 M8이 4.4리터 V8 바이터보엔진에 AWD를 적용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M5에 들어가는 신형 사륜구동 시스템 M xDrive가 M8에 탑재된다고 한다. M시리즈에는 원래 역동적이고 강력한 퍼포먼스를 위해 전통적으로 사륜구동 기능을 넣지 않았으나, BMW가 이번에 신형 M5를 시작으로 그 틀을 깨고 새로이 개발되는 M8에 M xDrive를 넣을 예정이다.

최상급 차량인 만큼, 8시리즈에는 최신의 자율주행기능이 아낌없이 탑재된다. 룸미러쪽에 카메라와 범퍼에 플라스틱 레이더 돔이 자율주행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BMW의 세그먼트 확장

BMW의 8시리즈 개발 소식으로 기존 7시리즈 영역 확대를 비롯해 차세대 9시리즈 출시에 대한 얘기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롤스로이스 팬텀과 경쟁할 BMW 9시리즈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부분 단일 회사가 엔트리 모델부터 럭셔리 모델까지 전부 생산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BMW가 꿈꾸는 세상은 이 세상 모든 자동차를 자신들의 자동차로 채우려는 듯하다. BMW는 8시리즈를 기점으로 가장 강력한 고성능 럭셔리 GT 쿠페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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