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리프는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이자, 지금까지 전 세계에 30만대가 판매된 전기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리프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은 모델이지만, 북미에서는 2010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있던 전기차 모델이다. 지난 9월 초, 닛산자동차는 주행거리가 241km로 늘어난 신형 리프를 공개하며 북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형 닛산 리프는 프로파일럿 이라는 주행보조 기능을 탑재해, 다른 차량 제조사에는 없는 상품 경쟁력을 갖추고 다시 한 번 전기차 시장의 장악을 노리는 중이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닛산자동차가 집계한 신형 리프의 예약구매자가 1만 3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 닛산 유럽법인은 닛산 리프의 유럽지역 예약 구매자가 12월 중순까지 1만 여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럽의 자동차시장은 전 세계에서 북미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은 지역이다. 리프는 2010년 미국시장에 데뷔한 이후 2017년까지 총 11만 5천여 대가 판매됐는데, 2017년 7월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일본이 8만 1천대, 유럽은 8만대, 그 외에 국가들이 8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전망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페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차량제조사들이 경쟁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닛산이 지금까지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팔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보다 먼저 전기차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EV의 북미 전기차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닛산 리프는 지난 2014년 연간 판매량 3만여 대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유일한 양산형 EV가 아니다. 테슬라를 비록한 경쟁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2012년, 긴 주행거리의 준대형 세단, 모델 S를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모델 S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체급이 준중형과 준대형으로 다르긴 했지만, 리프의 판매량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가격이 리프보다 많이 비쌌음에도 주행거리는 배 이상이였으며, 페스트 백 형태였다. 이제 인기스타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동의어가 됐다. 대중의 관심은 오로지 테슬라에만 쏠려있었다. 2016년 4월에는 비슷한 준중형 크기의 모델 3의 예약판매가 시작되었다. 테슬라 모델3는 공장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전 세계를 통틀어 4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엘런 머스크 한 사람을 보고 예약했다.

리프는 모델 S 대비 짧은 주행거리와 해치백 보다는 세단을 선호하는 문화 등이 겹치며 판매량이 감소했다. 2016년에는 준중형 크기의 볼트 EV라는 또 다른 경쟁자가 참가해 테슬라의 폭주를 멈출 수 있었다.

2015년에는 미국 EPA기준 주행거리가 383km에 달하는 쉐보레 볼트 EV가 등장했다. 닛산은 리프의 부분개선 모델을 내놓고 배터리용량을 기존 24kWh에서 30kWh로 개선했지만 기대와 달리 판매량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구세대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수록 용량이 축소되어 최대 주행거리를 줄어들게 한다. 늦게 나온 배터리 일수록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어, 충전가능한 최대용량 또한 이전보다 훨씬 오래 유지된다. 결국은 오래된 전기차보다 새로 나온 전기차가 더 긴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소폭 상승한 점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탑재되는 배터리의 숫자를 늘린 것이다. 볼트 EV나 모델 S에 탑재된 배터리팩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리프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량 크기는 제한되어있으며, 무게 때문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의 용량도 한정되어있다. 결국은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디젤과 휘발유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다. 중국은 자국 내 EV수요를 활성화 하는 정책을 제정하고 벤처 EV 붐이 일어났다. 볼보자동차는 2019년부터 신형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만든다. 전기차 산업의 규모는 클수록 업계에 도움이 된다. 많은 차량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만들면 규모의 법칙에 따라, 비용은 줄어들고 경쟁을 통해서 기술의 발전을 선도한다.

북미 가족용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유럽시장에서는 전기차 중 르노 조에와 닛산 리프가 모델 X와 모델 S보다 잘 팔린다. 또한 상업용을 포함한 전기차 전체시장을 이끌어가는 차량메이커는 테슬라가 아니라 르노-닛산 공동체이다. 이미 5만 여개의 전기 밴(닛산 ENV 200, 르노 강주 ZE, 미쯔비시 미니캡 MiEV)들이 유럽을 달리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생산한 르노-닛산 공동체는, 신형 리프를 가지고 테슬라를 따라잡을 것이다.

앞으로 신형 리프의 판매량이 점차 늘면, 테슬라가 주름잡던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닛산은 프로파일럿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 리프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리프는 프로파일럿 드라이브 어시스트와 프로파일럿 파크 기능을 통해 완전 자율주행만큼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귀찮아하는 부분들을 하나씩 대체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리프가 다른 경쟁 모델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이전의 판매 성장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닛산이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와 쉐보레 볼트 EV의 추격을 늦출 수 있을지, 올해 신형 리프의 판매량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국내의 전기차 시장도 북미 시장 못지 않게 후끈 달아올랐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주는 전기차 보조금 때문이다. 이미 정부가 전기차의 보급목표로 하는 2만대 이상이 접수되면서, 보조금이 조기소진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늘어났다. 쉐보레는 올해 볼트 EV를 5천대를 수입하며, 사전계약을 접수 받았는데 3시간 만에 모두 예약이 끝났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상반기 출시 예정인 차량도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배터리 용량에 따라 두 가지 모델(64kWh / 39kWh)로 예약판매하는데, 주행거리는 자사 기준 390km(240km) 이상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2019년 배터리 용량을 늘린 리프 e-plus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리프 e-plus 모델은 60kWh 배터리를 장착하고 모터의 출력을 높여, 주행거리는 EPA기준 362km(225마일)가 될것이라 알려졌다. 한국 닛산측에서는 신형 리프의 국내 출시에 대해서 '아직 국내 출시될지 여부는 논의중이며, 올해 판매할지 여부도 미정'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국내에 신형 리프의 판매를 시작하면, 현재 생산량을 가지고 무리없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까지 공급될 것인지 고려하는것 같다. 함부로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는게, 일본의 닛산 공장은 1982년 이후 파업이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노조와 회사와의 관계가 원만하다고 생각된다. 유럽, 북미의 예약구매 열기를 보면 닛산자동차 입장에서는 참으로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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