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디자인과 성능에 반영하고, 이렇게 탄생한 자동차는 다시 사람들의 삶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자동차의 등장은 세상의 큰 변화를 상징한다. 닛산이 세계최초로 출시한 양산형 순수 전기차 ‘리프(LEAF)’처럼 말이다.

“전기차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보통 전기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친환경’이지만, 불편하고 실용적이지 않은 차라면 아무도 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경제성’이라는 단어가 더해지면서 마법이 시작된다.

닛산 리프는 처음으로 양산되어 판매된 순수 전기자동차다. 전기자동차의 판매가 시작되었을 때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충전이 조금 번거롭고, 차가 조금 작고,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 한정되어있지만’ 그래도 적은 비용으로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게 해주는 차의 매력이 점점 알려지면서 닛산 리프의 판매는 급물살을 탔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순수 전기차’가 되었다.

 

닛산 리프, 전기차 시장의 파이오니어

1세대 리프는 2009년 프로토타입이 발표되었고, 2010년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일본과 북미에서 가장 먼저 판매가 시작되었고, 현재는 유럽과 중국, 우리나라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리프에 탑재된 전기모터의 출력은 110마력/80kW으로 아담한 체급에 어울리는 수준. 최고속도는 시속 150km/h로 높지 않지만, 저속에서 발현되는 최대토크는 280N·m로 답답하지 않은 주행실력을 보여준다.

리프의 초기모델은 24kWh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60km, 미국 EPA 측정기준으로는 117km를 달릴 수 있었다. 이후 연식에 따른 개량이 진행되면서 배터리 성능개선으로 주행거리는 EPA 기준 135km로 늘어났고, 2016년 모델은 용량이 더 늘어난 30kWh 배터리를 얹어 최대주행거리가 172km로 늘어났다.

국내 뿐 아니라 아직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전기차 충전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닛산 리프는 전기자동차를 위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모델임에도, 가정이나 도심의 사무실 등에서 활용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 평가받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친근한 느낌을 주는 외관과 실용성을 강조한 해치백 스타일의 차체, 콤팩트한 차체로 2열 좌석은 조금 불편하지만 트렁크의 용량은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등에서 닛산이 1세대 리프를 어떤 차로 만들려 했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리프의 진화, 전기차의 패러다임 변화

8년 만에 풀 체인지 된 2세대 리프는 1세대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세대가 바뀌었으니 당연히 디자인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만, 외관을 살짝 바꾸고 상품성을 개선한 것 이상의 내면 변화가 있다. 1세대 리프는 전기차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한 파이오니어였지만, 2세대 모델이 나온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닛산 외 여러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으며,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 기술의 탑재유무가 화제가 되는 때다.

닛산은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라는 위치에서 자만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를 긍정하며, 2세대 리프에 닛산이 가진 새로운 기술을 녹여내며 새로운 시대에도 앞서가는 전기차를 선보이기 위해 애썼다.

2세대 모델의 출시로 보여주는 닛산 리프의 변화, 마치 애플의 아이팟과 최신 아이폰을 비교하는 듯하다. 닛산 리프는 새로운 세대로 거듭나며 전기차라는 특징 외에는 완벽하게 새로운 차가 되었다. 그동안의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요소를 강조하다 보니, 1세대 리프가 왠지 운전의 재미와는 살짝 동떨어진 이미지다.

그러나 전기차는 결코 느리고 지루하지 않다. 저속에서도 내연기관 이상으로 높은 토크를 내며 경쾌하게 발진하는 전기모터의 힘, 차선과 주변 환경을 읽고 운전자를 서포트 하는 자율주행 기술까지 탑재된 ‘스마트’한 이미지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2세대 리프를 보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외관의 변화다. 1세대 리프가 개성 있지만 친근한 인상이었다면, 2세대는 닛산의 ‘V-모션’ 패밀리룩을 입고 더욱 스포티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닛산은 ‘리프 니스모’ 콘셉트를 선보이며 리프가 가진 전기차의 장점과 함께 스포티한 드라이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2세대 리프의 차체는 전장이 조금 더 길어지고 전폭도 넓어졌다. 휠베이스는 2,700mm로 상대적으로 더 낮고 안정적인 스탠스를 갖췄을 뿐 아니라 실내공간도 넓어진 것이 특징. 배터리팩의 용량은 40kWh로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배터리팩의 크기는 1세대와 비슷하지만 저장의 밀도를 높였다.

더 강력해진 전기모터를 탑재해 리프는 8초 만에 0-100km/h의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구형의 11.5초보다 훨씬 빨라졌다. 차체 중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바닥에 위치하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아주 낮고, 안정적이면서 민첩한 핸들링 성능까지 보유하게 되었으니 운전의 재미도 보통내기가 아닐 것이라고 보장한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거리는 일본 기준 400km, 유럽 기준 378km까지 늘어났다. 한 번 충전으로 도심을 벗어나 교외를 달리기에도 충분한 수준이다. 아직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기엔 부족하니, 여행을 떠나기엔 살짝 아쉬운 성능이라 느끼는 운전자가 있을까? 그렇다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2019년 출시예정인 리프 E-PLUS는 배터리 용량을 60kWh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1회 충전으로 약 500km를 달릴 수 있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휴대전화가 통화를 위한 단순한 도구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스마트폰으로 진화했듯, 전기자동차는 단순히 연료를 태우지 않는 자동차에서 능동적으로 주위환경을 파악하고 스스로 드라이버의 안전운전을 돕는 ‘스마트 카’로 진화중이다.

2세대 리프에는 닛산의 ‘프로파일럿’ 드라이브 어시스트를 탑재했다. 아직 자율주행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댑티드 크루즈컨트롤과 레인 키핑 어시스트와 같은 기능으로 운전자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여기에 ‘e-페달’이라는 새로운 주행기능이 더해졌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고 액셀러레이터 페달만으로 차량의 가속과 제동을 컨트롤할 수 있어 도심과 같은 복잡한 주행환경에서 더욱 쉽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e-페달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눌러 가속할 때 전기모터를 작동하며, 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시스템을 작동하며 차량을 감속시킨다.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처럼 회생제동시스템을 강하게 작동시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페달을 밟고 떼는 것만으로 쉽게 운전할 수 있으며, 정차 시에는 오토홀드 브레이크와 자동으로 연동되어 언덕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으며 쉽게 출발할 수 있다.

또한 주차 시에는 ‘프로파일럿 파크’ 기능이 작동해 리프 스스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며 차량을 지정된 공간에 주차한다. 점점 공간이 좁아지며 주차하기 어려워지는 도심환경에서도, 리프는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더 즐겁고 쾌적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1세대 리프는 전기차의 불모지에서 시작해 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가솔린이 아닌 전기로도 충분히 자동차를 달리게 할 수 있고,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는 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했다.

그리고 1세대 리프에서 2세대 리프로의 변화, 이는 닛산 전기차 기술의 진화이면서 동시에 불과 몇 년 전까지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했던 그런 차를 실제로 현실에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이 차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조금씩 바꿔놓을 것이다.

이제는 닛산 외 여러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만들고, 닛산도 이들과 함께 발맞추어 협력하고 또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신형 리프 같은 자동차의 존재가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될 때 즈음, 닛산이 다시 한 번 새로운 리프와 함께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져오기를 기대해본다. 어쩌면 그때는 리프뿐만 아니라 닛산의 모든 자동차에 내연기관 대신 모터와 배터리가 탑재될지도 모르지만, 분명 지금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가 등장하고 우리 삶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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