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베이앙(Michel Vaillant, 1958-)이라는 이름을 알 정도라면 보통의 자동차, 레이스 혹은 영화 마니아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지만 유럽, 특히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그를 기억하고, 또 그와 같은 삶을 동경한다.

미셸 베이앙은 네 번이나 F1 그랑프리 월드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인디애나폴리스 500에서 두 번, 르망24시에서 네 번 우승한 천재적인 레이서다. 심지어 파리-다카르 랠리와 사파리 랠리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미셸 베이앙의 20번째 생일에는 위대한 레이서 중 한사람으로 꼽히며 4번의 F1 월드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알랭 프로스트, 헨리 포드 2세 그리고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가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위대한 레이서의 이름이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실 그는 만화 속 등장인물이기 때문이다. 미셸 베이앙은 1957년부터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래픽 노블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허구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슈퍼맨과 같은 만화 속 등장인물이 우리들 마음속의 영웅이 될 수 있듯, 미셸 역시 수많은 모터스포츠 팬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영웅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레이스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들인 F1 드라이버들 중에서도 그의 레이스를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미셸 베이앙은 만화 뿐 아니라 영화로 제작되어 현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팬들과 만나기도 했다. 뤽 베송 감독의 2003년작 영화 미셸 베이앙은 실제 레이싱 팀의 후원을 받아 촬영한 멋진 르망24시 레이스 영상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미셸 베이앙, 현실로

그럼에도 사람들은 허구가 아닌 현실을 꿈꾼다. 실제 레이스에서 미셸과 그의 멋진 동료들이 함께하는 ‘베이앙 레이싱 팀’을 만날 수 있다면 열정적으로 응원할 수많은 팬들이 있다. 그리고 2017년, 이런 팬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멋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바로 ‘베이앙 팀의 르망24시 복귀’다.

미쉘 베이앙의 원작자인 ‘장 그래턴’과 그래턴 스튜디오와 스위스 국적의 ‘리벨리온 레이싱’, 프랑스의 세계적인 자동차, 모터스포츠 케미컬 제조사인 모튤이 손을 잡았다. 올해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은 르망24시를 포함해 2017 FIA 세계 내구레이스 선수권(World Endurance Championship, WEC)에 출전한다.

리벨리온 레이싱은 사설 독립 팀으로는 유일하게 아우디와 포르쉐, 토요타, 푸조와 같은 자동차 메이커의 팩토리 레이싱 팀과 호각을 이루는 경기를 펼쳐왔다. 리벨리온 레이싱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FIA WEC 트로피 LMP1 클래스 우승을 차지해왔고, 리벨리온 R-One이라는 LMP-1 클래스 레이스카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미쉘 베이앙의 원작 만화에 등장하는 ‘베이앙 레이싱 팀’은 리벨리온 레이싱과 무척 닮은 점이 많다. 작중에서 베이앙 레이싱은 원래 운수업에 종사했으나 기계를 정비하는 실력이 뛰어났던 미쉘의 아버지 헨리 베이앙이 만든 팀이다. 그들은 직접 섀시를 개발한 레이스카를 타고 수많은 레이스에서 우승해왔다. 물론 사설 팀이기 때문에 레이스카를 개발하고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열정과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의 레이스카, 드라이버 그리고 모튤

리벨리온 레이싱은 올해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의 타이틀로 각종 레이스에 출전한다. WEC 1차전에 등장한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 팀과 레이스카는 그야말로 현실에 등장한 미쉘 베이앙의 동료들과 그들의 레이스카 그 자체였다. 프랑스 국기의 3색을 사용한 원형의 V 로고를 보고 수많은 팬들이 감동했으리라.

그리고 올해 리벨리온 레이싱의 르망24시 레이스카의 디자인이 공개되었다. 프랑스의 레이스카 메이커인 오레카와 공동 개발한 오레카 07S에 베이앙 팀의 리버리를 입혔다.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은 두 대의 레이스카로 르망24시 LMP2 클래스에 출전하며, 레이스카는 #13번과 #31번을 달고 달리게 된다.

#13은 미셸 베이앙을 상징하는 숫자인데, 남들이 두려워하는 숫자를 감히 사용하는 용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리벨리온 레이싱은 현실세계에서도 수년간 르망24시 LMP1 클래스 13위를 차지했고, 올해가 13번째 르망24시 참가다.

각 레이스카에는 3명의 드라이버가 배정된다. 드라이버 라인업에는 르망24시에서 2번의 클래스 우승과 2015 WEC 드라이버스 챔피언에 오른 줄리안 카날, 아일톤 세나의 조카이며 전 F1 드라이버인 브루노 세나, 알랭 프로스트의 아들인 니콜라스 프로스트가 포함된다.

그리고 이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한 숨은 공신이 있으니 바로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의 메인 스폰서인 모튤이다. 모튤은 오랜 기간 동안 모터스포츠, 특히 자동차의 성능 한계를 시험하는 르망24시와 같은 내구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케미컬 회사다.

이런 멋진 팀이 탄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단순히 레이스의 성적만을 보는 것이 아닌 모터스포츠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팬들, 오랜 모터스포츠 경험을 통해 수많은 팬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그들과 소통하며 문화를 이해하는 기업들이 있다.

올해의 르망24시에 앞서 6월 2일에는 미셸 베이앙의 새 시리즈 ‘리벨리온’이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미셸 베이앙과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이 르망24시를 달리며, 그들을 방해하려는 음모와 싸우고 멋진 레이스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현실의 베이앙-리벨리온 레이싱은 6월 17일과 18일 르망24시에서 그들의 기량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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