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해 초 공식석상에서 2022년까지 친환경차 세계시장 2위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그 때 아이오닉 라인업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일렉트릭,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3월 제주에서 열린 전기차 엑스포에서 아이오닉 EV 신차발표회를 열었다.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를 발표하고 2022년의 목표를 향한 그 계획은 순차적으로 잘 진행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뒤이어 자연스럽게 나왔어야 했던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어물쩍 1년 가까운 긴 시간이 지났다.

사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발표되고 난 이후에도 판매에 이렇다 할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번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토요타의 프리우스와 비교를 당하거나 현대차의 친환경시장 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들어야만 했다. 아이오닉을 발표했을 때 정말 야심차게 발표하긴 했으나, 그에 반해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판매량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덕분에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게다가 모 매체가 보도한 언덕길에서의 밀림 현상의 오류 등 악재가 잇따르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 만한 것은 해외 평가에서 가장 큰 경쟁자라 할 수 있는 프리우스와의 비교 평가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연달아 받았고, 실제로 아이오닉을 타고 있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이번 행사의 정식 명칭은 ‘아이오닉 컨퍼런스(IONIQ Conference)’. 바로 이 행사에서 아이오닉의 풀 라인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모델인 아이오닉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아이오닉 플러그인(plug-in)’을 선보인 것이다. 실제로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로드맵 계획상 작년에 나왔어야 하는 모델이다. 그래서 다소 늦은 감이 없지는 않은데, 현대차는 아이오닉 플러그인을 발표하면서 2017년형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함께 선보였다.

아이오닉 컨퍼런스 행사를 처음 연 것은 바로 KBS 뉴스 영상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전기차 보조금 신청자가 몰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는 줄서기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뉴스 영상에서는 선착순 30대로 제한된 전기차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 청주시청에서 70여명이 밤새 줄을 서는 모습이 보여졌다. 더 긴말이 필요가 있었을까. 현대차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발표하고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고 친환경차나 전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엄청나게 바뀌었다. 실제로 웬만한 지자체가 오픈한 민간공모들은 마치 대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듯 서버를 열자마자 신청이 완료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는 테슬라 같은 이슈메이커들의 힘도 컸지만 실제로 친환경차나 전기차가 생각보다 쓸만 하다는 경험해본 사람들의 평가들이 뒷받침 됐다.

실제로 작년 여름 기아차가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뒤늦게 내놓았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 같지 않았다.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공개가 되고 계획보다는 조금 늦은 시기였지만 정식으로 출시된 기아차의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애석하게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 기아차는 그 차를 열심히 팔기 위해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K5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만 해도 라인업 구색 맞추기식 신차발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시장은 미숙했고 소비자는 어색해했다. 하지만 하반기를 지나면서 사람들이 관심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아무래도 보조금과 맞물린 정책적인 이슈에 따른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목해야할 이슈도 있다. 쉐보레의 볼트 PHEV의 한정 예약판매가 2주 만에 준비한 물량 60대를 모두 판매하며 추가로 예약한 40명이 2차 물량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며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이다. 이는 기존 친환경차에 쏟아졌던 관심도를 넘어서는 것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여태까지 국내에서 이렇게 줄을 서서 예약을 받으며 판매했던 친환경차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 진행된 테슬라의 예약 발표에 다수의 국내 소비자들이 예약금을 걸기도 했지만 이와는 좀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쉐보레의 볼트 PHEV의 한정 예약판매 완판 소식은 최근 친환경차, 전기차에 쏟아지는 대중과 소비자들의 관심을 가장 잘 말해준 사건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볼트 PHEV와 아이오닉 플러그인이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메이커들도 훨씬 적극적인 자세로 시장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 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와 본격적인 판매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하이브리드 모델을 넘어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나 마케팅이 어느 정도 선까지는 도달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전기차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풀고 제대로 된 가치와 효율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게다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아직 충전 인프라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말끔히 해결해 준다. 때문에 이제 넘어야 할 문제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늘 행사에서 현대차는 최고 수준의 연비와 완전 충전, 주유 시 900km이상의 주행거리를 보여주는 효율성, 강력한 엔진과 고출력 모터 시스템 등으로 인한 뛰어난 동력성능, 첨단 예방 안전 사양들로 구성된 ‘현대 스마트 센스’, 2천만원대에서 구매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 등의 높은 상품성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아이오닉 전기차 구매 고객 대상 홈충전기 상담, 설치, A/S 등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는 ‘홈 충전기 원스탑 컨설팅 서비스’,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방문해 무상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고객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배터리 평생 보증 서비스’, 3년 이내 현대차 재구매 시 합리적인 중고차 잔가를 보장해주는 ‘중고차 잔가 보장 서비스’, 아이오닉 시승을 통해 구매 전 친환경 차량을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카셰어링 서비스’ 등의 적극적인 고객 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을 밝히면서 공격적으로 홍보 마케팅 및 판매에 임할 것임을 알렸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 중에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현기차가 제대로 뛰어들어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 현기차가 아이오닉 컨퍼런스에서 보여준 여러 가지 사실들로 예상해 봤을 때 아마도 올해 친환경 시장의 성장폭과 변화의 크기는 무척이나 크고 빠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실질적인 중심자리에 아이오닉 라인업이 자리를 잡지 않을까 싶다. 재주는 곰이 넘고 정작 돈은 다른 사람이 번다고 했던가, 토요타가 불을 붙이고 테슬라가 기름을 부어놓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최대 수혜자가 아이오닉 라인업을 앞세운 현대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참고로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가격은 N트림 3,230만원, Q트림 3,410만원이며, 정부 보조금 500만원 반영 시 N트림 2,730만원, Q트림 2,910만원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