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사건들로 자전거의 도로 사용에 대한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린다는 것에 법적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자동차와 자전거는 아직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다. 자전거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교통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원칙상 자동차가 양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법규를 준수하지 않고 교통흐름에 방해를 주고 있는 자전거 라이더들도 큰 문제다.
자전거 이용자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도로위에서 어떻게 주행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라이더는 많지 않다. 도로 위에서 아슬아슬한 주행을 하는 자전거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자전거를 올바르게 운행하는 법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다행히 이러한 실정에 필요한 자전거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라이드매거진 기자가 직접 참가했던 ‘FOCUS와 함께하는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는 자전거를 올바르고 안전하게 제대로 탈 수 있게 라이더를 교육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는 현재 1기로 진행 중인 자전거 교육 프로젝트 그룹으로 약 10여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진행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자전거 숍인 ‘사이클리스트’에서 시작되었으며 고급 자전거, 특히 로드바이크에 막 입문하여 자전거에 대한 열정을 가진 라이더들은 많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사이클리스트에서 자체적으로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한강탈출’ 이 말에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시작한 곳은 근처 공원의 자전거도로일 것이다. 한강자전거도로는 많은 수도권 라이더들에게 자전거 안장에 오르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곳이다. 하지만 한강자전거도로는 로드바이크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출퇴근길인 동시에 휴식을 취하러 많은 시민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로드바이크의 자유로움과 스피드를 만끽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한강을 벋어난 한적한 교외 도로에서는 로드바이크의 진면모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초보라이더에게 교외의 도로 라이딩은 위험천만하고 힘겨운 도전이다. 주행 거리도 길어질 뿐만 아니라 차량과 함께 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안전하고 로드바이크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라이더로 성장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다.
포커스를 비롯한 다양한 자전거 브랜드 제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세파스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으며 자전거 피팅과 엘리트 선수 컨설팅 등 전문 자전거 교육 기관으로 알려진 싱크웨이의 정형래 대표가 직접 주 2회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5월 초에 시작된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는 최초부터 계획적이고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아니었다. 사이클리스트의 김상훈 대표가 자전거를 처음 구입하였으나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절실했던 고객들을 만나며 초보라이더 교육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고 이에 공감한 자전거 기업과 전문가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달이 지난 지금은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되며 라이더들도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라이드매거진 기자가 참가했던 지난 교육의 코스는 유명산과 중미산 사이의 오르막 정상을 넘는 코스였다. 유명산 일대 도로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성지와 같이 여겨질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장소다. 주말이면 행락객들의 차량과 라이딩을 즐기러 나온 모터사이클 그리고 자전거 라이더들로 북적인다. 더운 초여름의 날씨에 가파르고 긴 언덕은 초보라이더들에게 쉽지 않은 코스다.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 그룹이 처음 도전하는 이 코스를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라이딩 그룹은 주말을 맞은 행락객 차량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양평군 근교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자전거를 내리고 장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거친 이후 라이딩 코스와 주의사항을 공지 받은 후 출발했다. 행렬 선두에는 싱크웨이의 정형래 대표가 그리고 그룹 중간과 후미에는 스텝 라이더들이 함께 달린다. 라이더 무리 뒤로는 지원 차량 1대가 따라오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이같은 지원을 위해 많은 수고가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선이라는 원칙을 두고 매주 이러한 구성으로 교육이 진행된다고 한다.
차량이 드문 한적한 교외로 나왔지만 일렬로 늘어서 도로의 가장자리만을 사용하여 달리며 함부로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앞뒤에 위치한 라이더와 종종 추월해 가는 차량에 불안감을 주지 않을 수 있게 질서정연하게 안정적인 라이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텝들이 그룹 사이를 오가며 라이더들에게 조언을 한다든가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정도가 그룹 내에서 움직임 이었다.
본격적인 업힐 코스가 시작되기 전 잠시 그룹의 주행이 멈추고 힐클라임의 요령과 코스에 대한 이론 교육이 실시된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복동삼거리부터 정상인 선어치고개 까지 거리는 약 6.9km로 결코 만만치 않는 길이다. 힐클라임은 아주 고통스럽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라이더가 느끼게 되는 성취감은 그 고통을 모두 잊게 만들 정도로 짜릿하여 라이더에게 싫으면서도 찾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오늘의 교육은 라이더들에게 힐클라임의 이런 묘미를 알게 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7km에 다다르는 오르막은 초보자들이 오르기엔 험난하다. 이 코스에서는 개개인의 페이스에 맞춰 주행하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회전수와 주력 기어비를 찾는데 교육의 포커스를 맞췄다. 빠르진 않지만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코스를 오르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막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 초보라이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이클리스트 김상훈 대표에게 물어보니 그동안 라이더들 개개인에게 알맞은 주력 기어비와 회전수를 파악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교육해온 결과라고 한다.
덥고 힘든 코스이지만 정상에 오르자 다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멤버 모두는 사이클링의 매력에 흠뻑 빠진 라이더들로 자전거에 입문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당한 부상에서 재활에 성공한 라이더부터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주말 라이딩이 바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버팀목이 된 라이더까지 이젠 자전거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은 열정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날 특별한 멤버가 있었다.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열연을 펼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공정환이 함께 교육라이딩에 참가하였다. 공정환 씨 역시 한명의 입문 라이더로서 자전거 타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워 한강을 탈출하고픈 마음에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더운 날씨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유명산 정상에 오르며 짜릿한 성취감을 함께 하였다.
‘FOCUS와 함께하는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는 한강 자전거 도로를 벋어나 자전거의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있는 교외 라이딩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자전거를 탈수 있는 라이더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최종 관문으로 올해 가을에 열릴 장거리 라이딩 이벤트인 그란폰도 대회에 참가하여 멤버 전원 완주하는 것을 구체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멋진 경기와 안전한 라이딩을 기대해본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자전거 이용자는 많아진 반면 아직도 자전거 라이딩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미비한 상태다. 자신이 자전거를 사랑하는 라이더라고 자칭하면서도 안전수칙과 교통법규를 제대로 알지 못한 뿐더러 지키지도 않는 모습을 도로위에서 흔히 보게 된다.
자전거 라이더도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다른 도로이용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라이딩 수칙을 교육하고 제대로 된 자전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FOCUS와 함께하는 한강 라이더 탈출 프로젝트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자전거 문화를 전파하는데 앞장선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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