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7월 4일, 세계 최대 규모의 로드 투어 레이스이자 전 세계 사이클링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축제인 2015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 TDF)가 시작된다. 올해의 투르 드 프랑스는 4일부터 26일까지 이틀의 휴식일을 포함하여 21일간 경기가 진행되며, 총 3360km의 거리를 달리게 된다.
프랑스 인근 국가의 도시에서 시작되어 파리의 샹제리제 개선문 앞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최근의 관례에 따라, 올해의 투르 드 프랑스는 프랑스 인근 국가인 네덜란드의 남서부 도시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시작된다. 선수들은 프랑스 북부지역을 일주한 다음, 비행기를 타고 남부지역으로 이동해 경기를 치르게 되며,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 산맥을 올라 수많은 전설적인 레이스가 펼쳐졌던 해발고도 1860m의 산악코스인 알프 듀에즈(L'Alpe d'Huez)에서 클라이맥스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투르 드 프랑스의 전통대로 다시 파리로 입성해 샹젤리제(Champs－Elysees) 거리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투르 드 프랑스는 1903년 7월 1일에 시작된,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에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경기로 현재의 사이클링 스포츠의 뿌리가 된 이벤트이기도 하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과 달리 매년 치열한 승부가 열리고, 하루 동안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달리 21번의 레이스로 최강의 선수와 팀이 누구인지를 판가름한다. 야구의 월드시리즈, 미식축구의 슈퍼볼, 자동차의 포뮬러 원에 해당하는 이벤트지만 프랑스 전역을 일주하는 로드 레이스인 만큼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하다.
투르 드 프랑스는 아무 선수나, 아무 팀이나 참가할 수 있는 레이스가 아니다. ‘선별된 특별한 팀’과 선수들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국제사이클연맹(Union Cycliste Internationale, 이하 UCI)의 최상위에 랭크된 ‘월드 투어’ 등급 팀이 투르 드 프랑스의 초대장을 받게 되며, 때로는 그 아래등급의 프로 콘티넨탈 팀이 와일드카드로 선별되어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투르 드 프랑스에서의 성적과 관계없이, 그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정상의 팀과 선수임을 인정받는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팀과 선수들은 투르 드 프랑스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투르 드 프랑스의 시작
투르 드 프랑스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의 로드 투어 레이스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현대 로드 레이스의 뿌리가 된 경기로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에 시작되었다. 올해로 투르 드 프랑스는 102회를 맞이하는데, 이는 유럽 전역이 전쟁의 불길에 휩쓸렸던 제 1차, 2차 세계대전기간만큼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 로토 벨로에 실린 투르 드 프랑스 개최를 알리는 기사
1903년 여름, 프랑스의 스포츠 신문인 로토 벨로(L'Auto Velo)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신문의 발행부수를 늘리기 위한 이벤트로 프랑스 전역을 일주하는 대회를 구상하게 된다. 당시 경쟁 신문사인 르 벨로(Le Velo)가 파리-보르도, 파리-브레스트 왕복 대회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화젯거리가 될 이벤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 1947년도의 레이스 장면. 지금과 달리 길은 거칠었고, 선수들은 먼지와 진창 속을 달려야 했다. 현대 사이클 스포츠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아닌, 마치 전장을 헤쳐 나온 듯한 거친 남자들의 모습이었지만 이 같은 ‘철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당시 프랑스의 도로사정은 열악했고, 프랑스 일주라는 것은 자전거만을 타는 것이 아니라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제1회의 투르 드 프랑스에는 60명의 선수들이 참가했고, 19일 동안 총거리 2428km를 달리는 당시로서는 ‘미친’ 자전거 대회였다. 제1회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선수들은 한 번의 스테이지 레이스에서 400km 이상을 달린 다음 며칠을 쉬고 다음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총 6번의 레이스를 했다. 중간에 자전거가 망가지면 자기 손으로 고쳐야 했고, 때로는 한밤중에도 어두컴컴한 길을 계속 달려야 했다.
: 1903년 열린 첫 투르 드 프랑스의 우승자 Maurice Garin
이 같은 험난한 레이스였기에 투르 드 프랑스의 우승자는 그야말로 ‘철인’과 다름없었다.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날에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온 파리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고, 레이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승자의 영광스러운 옐로우 저지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레이스의 선두를 달리는 선수가 옐로우 저지(마이요 존느 : Maillot Jaune)를 입는다. 이러한 투르 드 프랑스의 전통은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투르 드 프랑스는 전쟁이 끝난 직후 프랑스에서 열리는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신문을 통해 경기 내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실제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을 처음 본 관중들은 누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보고 응원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로드 투어 레이스는 여러 날의 경기기록을 합산하여 승부를 내기 때문에, 경기 중 가장 앞에서 달리는 선수라고 해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종합기록에서 가장 앞선 '가장 빠른 선수‘가 누구인지 관중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눈에 띄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투르 드 프랑스는 21개의 스테이지, 즉 21번의 레이스에서의 시간기록에 각 스테이지에서의 순위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를 합한 기록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종합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21번의 스테이지 레이스를 펼치면서 매일 순위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옐로우 저지의 주인은 자주 바뀌게 된다.
수많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무리가운데에서도 옐로우 저지는 쉽게 눈에 띄며 다른 모든 선수들의 견제를 받는다. 옐로우 저지를 입은 선수가 무리의 앞으로 나서거나, 혹은 무리의 가운데로 숨으려 한다면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경쟁 팀의 모든 선수들이 움직일 것이다. 이 같은 불리한 상황에서 옐로우 저지를 빼앗기지 않고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투르 드 프랑스는 ‘팀’의 경기다. 팀의 리더가 입은 옐로우 저지를 다른 팀 선수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도메스티크(Domestique, 도움선수)들은 끊임없이 헌신하고 희생한다. 선수의 무리와 팀 서포트 카의 사이를 오가며 리더에게 마실 것을 전달하고, 언덕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리드하거나 스프린트 시 앞에서 전력질주하며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심지어 팀 리더의 자전거가 고장 나면 자신의 자전거를 대신 내어주고 경기를 포기하기까지 하는 것이 도메스티크들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같은 희생을 덧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팀 리더는 필사적으로 옐로우 저지를 사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옐로우 저지는 매년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옐로우 저지는 투르 드 프랑스를 상징하는 유니폼인 만큼 프랑스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힌다. 올해의 옐로우 저지에는 파리 샹젤리제의 개선문(Arc de Triomphe)을 상징한 그래픽이 들어가며, 프랑스의 스포츠웨어브랜드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가 공급한다.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1960년대부터 옐로우 저지를 비롯한 투르 드 프랑스의 공식 유니폼을 만들어왔다.
산악과 평야의 최강자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스페셜 유니폼
승자를 상징하는 스페셜 유니폼은 옐로우 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악에서의 최강자임을 뜻하는 흰 바탕에 붉은 반점이 찍힌 유니폼 레드 폴카 닷 저지(Maillot a pois : 마이요 아푸아, 산악 유니폼이라는 뜻의 ‘Maillot Grimpeur’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함), 평지와 타임트라이얼에서 최고로 빠른 스프린터가 입는 그린 저지(Maillot Vert : 마이요 버트)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임을 나타내는 유니폼이다. 25세 미만의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선수는 화이트 저지(Maillot Blanc : 마이요 블랑)를 입게 된다.
마치 미사일처럼 평지에서 절대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라도 산악에서 실력을 내지 못한다면 종합우승을 노리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금까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옐로우 저지를 입은 종합우승자는 산악과 평지에서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올라운더 스타일의 선수가 많았고 균형 잡힌 경기운영 실력을 가진 노련한 선수가 에너지 넘치는 젊은 선수를 꺾고 포디엄(Podium, 우승한 선수가 시상식에서 오르는 단상)의 정상에 오르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다.
: 투르 드 프랑스에서 5번 우승한 전설적인 선수들, 좌측부터 ‘식인종’이라는 별명을 가진 에디 메르크스, 베르나르 이노, 자끄 앙크틸
만약 옐로우 저지를 입은 선수가 산악이나 스프린트 유니폼까지 모두 차지하게 된다면? 레이스에서 다른 유니폼보다 우선순위를 가진 옐로우 저지를 입고 달리게 되며, 산악과 스프린트에서 다음 순위의 선수가 레드 폴카 닷 저지와 그린 저지를 입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투르 드 프랑스 역사에서 옐로우, 레드 폴카 닷, 그린, 화이트 저지를 한 선수가 독차지 한 경우는 모든 우승을 먹어치우는 ‘식인종’ 에디 메르크스가 유일하다.
2015 투르 드 프랑스, 정상을 노리는 주요 우승 후보
마지막 날 파리에서 옐로우 저지를 입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4명의 선수가 있다. 지난 해 우승자인 아스타나(Astana) 팀 소속 이탈리아의 빈센초 니발리(Vincenzo Nibali), 영국 팀 스카이(Team sky)의 리더인 크리스 프룸(Chris Froome) 그리고 틴코프-삭소(Thinkoff-Saxo)의 리더인 스페인 출신 선수 알베르토 콘타도르(Alberto Contador), 마지막으로 콜롬비아 국적 선수로 모비스타(Movistar)팀의 리더이며 4명 중 가장 젊은 나이로 퀸타나(Nairo Quintana)다.
4명의 선수 모두 투르 드 프랑스, 지로 디 이탈리아, 부엘타 아 에스파냐로 대표되는 3대 그랜드 투어 경기에서 종합우승을 거둔 경력이 있으며, 산악 클라이밍 스테이지에서 가장 빠른 선수들이다.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에는 퀸타나를 제외한 3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였으나 크리스 프룸과 알베르토 콘타도르는 낙차 사고로 경기를 포기하였다. 반면 빈센초 니발리는 21일간 내내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더불어 승부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구간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투르 드 프랑스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4명의 선수 중 힐클라임 능력에서는 니발리가 가장 열세로 여겨지나 경기운영 능력과 노련함은 높이 평가된다. 이는 21일, 3664km의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그랜드 투어 경기가 단순히 뛰어난 실력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풍부한 경험을 통한 안정적인 운영 능력은 물론 행운도 따라야만 할 것이다.
알베르토 콘타도르는 이미 올해의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italia)를 우승하며 뛰어난 기량을 확인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지로를 지배한 것은 라이벌 팀인 아스타나 였다. 그 아스타나가 이번엔 니발리를 리더로 앞세워 투르 드 프랑스를 달린다. 콘타도르는 올해 지로와 투르 드 프랑스 모두를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그를 견제하기 위한 아스타나의 강력한 화력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면 크리스 프룸은 지난 6월 초에 있었던 크리테리움 드 도피네(Critérium du Dauphiné)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컨디션임을 입증해 보였다. 크리테리움 드 도피네는 투르 드 프랑스의 전초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팀 스카이는 프룸의 투르 드 프랑스 종합우승을 위해 최고 기량의 선수들로 구성된 출전 명단을 공개하였다. 팀 스카이의 투르 드 프랑스 출전 선수 9명은 다른 팀에서 리더 자리를 맡기에 충분할만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프룸은 든든한 아군까지 갖춘 셈이니 지난해를 교훈 삼아 사고 없이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외모만 보았을 때 믿기 어렵겠지만, 4명의 우승 후보들 중 가장 어린 퀸타나는 최근 프로 사이클링에 불고 있는 콜롬비아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선수다. 1990년생의 젊은 클라이밍 스페셜리스트의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있으며 이번 투르 드 프랑스에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오르막을 잘 타는 선수는 내리막도 잘 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언덕을 오르며 경쟁자와 거리를 벌리더라도, 내리막길에서 천천히 내려온다면 결국 골라인은 함께 통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바이크 컨트롤 능력에 부족함이 있는 퀸타나다. 반면 빈센초 니발리와 알베르토 콘타도르는 최고의 컨트롤 능력을 갖춘 선수로 유명하다. 퀸타나가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이번 투르 드 프랑스를 지켜보자.
2015 투르 드 프랑스 코스 프리뷰 - 격전지가 될 코블스톤과 랄프 듀에즈
올해 투르 드 프랑스는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에서 열리는 개인 타임트라이얼(일정 구간을 주파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경기)을 시작으로 21일간 경기가 진행된다. 스테이지 9의 팀 타임트라이얼과 더불어 개인 종합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에겐 첫 날이 전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개인독주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들은 첫 날의 경기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산악구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경기 초반의 며칠간 옐로우 저지를 입을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에 첫날부터 최선을 다해 달릴 것이다. 단 며칠이라도 옐로우 저지를 입는 것은 모든 언론과 팬들에게 집중 받을 수 있는 기회이며 선수 개인에게도 큰 영광이기 때문이다.
초반 스테이지 2부터 스테이지 8까지 평지에서는 구간우승을 노리는 스프린터들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더불어 투르 드 프랑스에서 최고의 스프린터를 상징하는 그린 저지를 위한 스프린트 포인트 경쟁도 함께 이루어진다. 특히 올해 경기부터 스테이지 순위에 따른 스프린트 보너스 포인트 방식에 변경이 있어 평지 스테이지의 우승자가 그린 저지를 입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평지 스테이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포인트의 양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보너스 타임까지 주어지기 때문에 골라인을 앞둔 선수들의 라스트 스프린트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지켜보는 관중들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스테이지 4의 세렝-캉브레(Seraing – Cambrai)에는 무시무시한 코블스톤(돌로 포장된 오래된 길) 구간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스테이지 5의 코블스톤 구간은 빈센초 니발리에겐 종합우승의 기반을 다지는 결정적인 교두보가 되었고 크리스 프룸에게는 낙차로 인해 경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악몽의 스테이지가 되었다. 작년 투르 드 프랑스의 비로 흠뻑 젖은 미끄러운 코블스톤 스테이지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냈던 선수 세 명이 올해는 모두 아스타나에 모여 있다. 니발리의 도움 선수인 야곱 풀상(Jakob Fuglsang), 작년 스테이지 우승자 라스 붐(Lars Boom)이 니발리의 종합우승을 돕게 되었다. 올해 코블스톤 스테이지에서 레이스를 리드할 빈센초 니발리와 아스타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팀들의 대결이 벌써 기대된다.
피레네와 알프스 - 옐로우 저지를 입을 자격을 시험할 시련의 장소
13일의 첫 번째 휴식일이 지난 이후 시작되는 피레네 산맥에서는 개인 종합우승을 노리는 주요 선수들의 혈투가 시작된다. 이어지는 3번의 산악구간에서 본격적인 시간 빼앗기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21일 전까지의 4개의 스테이지에 작은 언덕들이 산재하기 때문에 각 팀은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당일 스테이지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 종합순위를 뒤집기 위한 각 팀의 에이스들 그리고 각 부문 저지를 보유한 팀들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게 된다. 레이스 후반부로 갈수록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스테이지 17부터 20까지 알프스 산맥에서 열리는 4번의 경기는 이번 투르 드 프랑스의 클라이맥스다. 계속되는 오르막 코스는 모든 선수들을 지치게 만든다. 마지막 날 파리에서 옐로우 저지를 입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자 하는 제왕은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는지 증명하는 시련을 맞게 될 것이다. 험난한 오르막은 더 이상 팀의 화력 지원을 바랄 수 없다. 종합우승 후보에 오른 선수는 스스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우승자의 자격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25일에 열리는 랄프 듀에즈(Alpe d'Huez)의 경이로운 경관과 전설적인 경기가 열렸던 오르막 구간은 2015 투르 드 프랑스 최대의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110km 거리의 비교적 짧은 스테이지기 때문에 클라이머들은 구간 우승의 영광을 노릴 것이며 종합우승의 행방을 결정지을 마지막 갈림길에서 우승후보들의 사투는 많은 팬들을 흥분을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를 수놓을 형형색색 저지들 그리고 여성부 경기인 '라 쿠스'
종합순위를 결정지은 후 마지막 날 열리는 파리에서의 경기는 관행적으로 팬들을 위한 퍼레이드로 진행된다. 하지만 스테이지 우승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샹젤리제 스프린트'라고 불리는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의 우승은 총 21개의 구간 우승 중 단연 최고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 여제 마리안 보스는 라 쿠스에 복귀할 수 있을까? (사진은 Friends Life Women's Tour)
남자 선수들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투르 드 프랑스의 여자부 경기인 '라 쿠스(La Course)'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시작된 라 쿠스는 남자부 경기와 동일한 코스로 진행되는 원데이 경기로 스테이지 우승과 중간 스프린트 포인트 두 가지 부문에 시상이 열린다. 작년 우승은 여자 사이클 계의 모든 종목을 석권한 마리안 보스(Marianne Vos)가 차지했다.
올해 라 쿠스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 보엘스 돌맨(BOELS DOLMANS) 소속의 리지 아미스테드(Lizzie Armitstead)다. 시즌 초부터 파죽지세의 연승행진을 달리며 현재 UCI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사이클 여제로 불리던 마리안 보스는 부상을 이유로 2015년 경기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여자 사이클 계에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라 쿠스에서 마리안 보스의 경기를 볼 수 있을지 또 두 선수의 대결은 성사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가오는 토요일인 7월 4일부터 26일까지, 우리나라 사이클링 팬들에게도 잠 못 드는 한 달이 될 것이다. 시차 관계로 새벽에 종료되는 투르 드 프랑스 생중계를 보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더욱 높아진 사이클링 스포츠의 인기에 힘입어 투르 드 프랑스 공식 스폰서인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올 여름 서울 압구정 매장에서 투르 드 프랑스 단체보기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프랑스 현지 관람은 어렵지만, 이런 이벤트는 레이스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해주지 않을까?
짧아진 수면 시간으로 몸은 피곤할 테지만 4개의 저지를 차지하기 위한 선수들의 열정이 주는 즐거움으로 물드는 한 달이 될 것이다. 파리 개선문 앞에 설치될 포디엄 정상에서 우승자를 상징하는 옐로우 저지를 입게 될 선수는 과연 누구일지 지켜보도록 하자.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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