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휠이 점차 대중화 되어가고 있는 시대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출시된 수많은 카본 휠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라이더들을 유혹하고 있다. 프로 레이서만을 위해 높은 기술력으로 소량생산 되던 제품들이 대중화되어 이제 우리들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점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무더워지는 날씨 속에 브레이크 패드와 마찰되는 림의 온도는 순식간에 무섭게 치솟는다.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카본 림 표면의 에폭시 수지가 녹아 내구성이 떨어진 휠이 뒤틀려버리는 '열 변형' 현상은 검증되지 않은 저렴한 카본 휠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문제다. 카본 휠이 대중화 되었다고 하나 아직 모든 제품의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믿을 수 있는 휠을 선택하는 것은 안전한 라이딩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 해외의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짝퉁 휠세트(위) 주행 중 파손된 브랜드 불명 카본 휠세트(아래)
생산자와 유통과정이 불분명한 카본 휠들은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위험한 물건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구입한다면 언젠간 폭발하여 라이더에게 큰 위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스포크(Spoke)와 니플(Nipple) 등 부품들이 파손되어 스페어 파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곤 하는데 사용 중인 부품의 정확한 스펙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의 정품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동호인 라이더를 위한 최상의 조합 - DT 스위스 스플라인 휠 라인업
DT 스위스(DT Swiss)는 자전거 휠의 명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회사다. 특히 휠에 들어가는 허브(Hubs)와 스포크 등 각종 부품들은 트렉과 스페셜라이즈드 등 수많은 메이저 브랜드의 휠에도 공급되고 있어 더욱 신뢰가 간다. 전통을 자랑하는 휠의 종가에서 시중에 선보인 로드바이크용 휠은 크게 두 가지 라인업으로 나뉘는데 프로레이서들의 위한 최상급 휠인 RRC 다이컷(DICUT) 시리즈 그리고 아마추어 레이서에게 적합한 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레이스용 휠인 RC 스플라인(SPLINE)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다이컷과 스플라인은 각 휠세트에 사용된 허브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허브와 스포크 그리고 프리허브 바디(Freehub Body)까지 휠을 구성하는 부품들이 허브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조합되어 그룹을 이룬다. 휠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생산, 개발하고 있는 브랜드답게 부품의 조화를 통해 휠의 주행성능을 극대화하는 DT 스위스의 철학이 담겨있는 부분이다.
RC 스플라인 휠 라인업은 RRC 다이컷 휠 라인업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되지만 프로 사이클링 팀이 실전에서 사용하기에 부족함 없는 정도의 높은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DT스위스 RC 55 스플라인 T 휠세트는 스위스의 프로투어 팀 IAM Cycling의 자전거에 장착되어 수많은 실전을 헤쳐 나온 모델이기도 하다.
RC 스플라인 휠 라인업의 가장 큰 특징은 스트레이트 풀(Straight pull) 방식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기존 전통적인 ‘J'형 스포크들은 허브와 결합되는 목 부분이 90도로 꺾여 있는 방식이다. 꺾이지 않은 직선방향 스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스트레이트 풀 방식이며 동시에 스포크의 머리가 걸리는 허브 셸(hub Shell) 부위도 스포크가 직선으로 관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트레이트 풀 방식의 스플라인 허브 쉘은 스포크를 지지하는 부위를 제외한 불필요한 부분이 모두 제거되었기 때문에 무게는 일반 허브에 비해 가볍다. 동시에 2개의 스포크가 하나의 돌기에서 뻗어 나와 반대방향으로 동시에 당기기 때문에 허브 보디의 변형이 적어 스포크의 장력변화가 중심축 베어링(Bearing) 부위에 주는 영향이 적다. 이런 장점은 허브 뿐 아니라 스포크, 림에 이르는 휠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내구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행성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라이더가 페달을 굴리지 않을 때 바퀴를 독립적으로 회전하게 하는 프리허브 바디에는 DT스위스만의 독자적인 방식이 사용된다. 바로 DT스위스 래칫 시스템(Ratchet System)이다. 흔히 '스타 래칫' 이라고 불리는 DT스위스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이 부품은 놀랍게도 매우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두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는 형태로 프리허브가 구르는 방향에 따라 맞물린 톱니가 미끄러짐과 걸림을 반복하게 된다. 정교한 18개의 톱니들은 부드러운 구름성의 핵심이 될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가속에도 빠르게 반응한다. 단순한 구조는 유지보수를 쉽게 하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으며, 톱니 수가 다른 래칫으로 교환해 휠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톱니가 보다 촘촘한 래칫으로 교환하면 DT스위스의 래칫 시스템은 단순한 구조 속에서 효율적인 성능을 구현한 허브 기술의 결정체이다.
RC 55 스플라인 T 시승 - 동호인 레이서의 합리적인 선택
림 높이 50mm 전후의 카본 튜블러 휠셋은 여러 브랜드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부문이기도 하다. 평지구간에서 고속 지속주행을 하기에 적합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지니는 동시에 오르막 구간에서도 부담이 적은 무게로 다양한 지형에서 사용할 수 있어 올라운더 타입 레이스 휠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RC 55 스플라인 T는 DT스위스의 여러 휠 라인업 중 동호인 라이더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스타 래칫 특유의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가 인상적이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여유로운 넓은 도로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55mm 카본 림의 에어로 성능과 스트레이트 풀 방식의 단단한 장력이 주는 느낌은 과연 어떨까. 그동안 궁금했던 호기심을 해소해 볼 차례다.
정지한 상태에서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급 가속하여 빠르게 출발하는 주행을 여러 번 반복해 보았다. 페달을 뒤로 돌리면 들리는 래칫이 구르는 소리와 크랭크를 통해 전달되는 느낌은 다른 허브들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소리가 약간 클 뿐이다. 하지만 페달에 몸무게를 실어 급격하게 주행방향으로 돌리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DT스위스가 자랑하는 래칫 시스템의 정교함은 라이더의 다리에서 전달되는 출력에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힘이 가득히 실린 페달링은 래칫의 작은 톱니들을 통해 휠을 굴리며 단숨에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경쾌한 느낌을 준다. 고속 중행 중에 몸을 일으켜 핸들바를 움켜쥐고 질주하는 스프린트에서 빠른 반응성이 주는 느낌은 휠이 가볍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55mm 하이프로파일 림은 고속 주행에서 속도를 유지하는데 탁월하다. 최근 전 세계 적으로 유행 중인 에어로 바이크에 장착하여 시승을 하였는데 둘은 최고의 궁합을 이루며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스트레이트 풀 방식의 부품들은 강한 주행에도 물렁한 느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에 사용했던 여러 휠셋들은 출고 시 적용된 스포크 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적이 많아 텐션을 높이는 작업을 거친 후 사용하곤 했었다. 하지만 DT스위스의 스트레이트 풀 휠에서는 그런 세팅작업은 불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스포크, 허브, 니플 그리고 림까지 RC55T 스플라인 휠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은 DT스위스가 생산하는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어 만약 사용 중 파손이 되더라도 스페어 파트를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휠은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사용하다보면 어느 정도 부품 파손은 발생하기 마련이니 유지보수 측면도 휠 선택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스타래칫 시스템과 스트레이트 풀 방식 그리고 55mm 하이프로 파일이 주는 주행성능과 유지보수의 용이성 이라면 동호인 라이더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 믿는다. DT스위스 RC55T 스플라인 휠세트는 (주)엠비에스코프레이션이 국내 공급과 AS를 담당하고 있다. 휠세트의 가격은 204만원(앞 - 92만원 / 뒤 - 112만원)이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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