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타던 오래된 자전거가 얼마 전부터 말썽이다. 가끔씩 변속이 잘 안되고, 언덕에서 체중을 실어 강하게 페달을 누르면 뒷바퀴의 기어에 제대로 걸리지 않은 체인이 미끄러져 동력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십중팔구 체인 혹은 뒷바퀴의 카세트 스프라켓의 문제일 것이다. 구동계가 엉망이 되도록 제대로 정비를 안 했으니 자전거를 탓 할 수도 없다. 내친 김에 체인과 구동계를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체인과 카세트 스프라켓의 상태 점검하기
체인은 자전거의 동력을 전달하는 근육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품이지만,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다. 오래 사용한 체인은 체인의 마디를 구성하는 플레이트가 미세하게 늘어나는데, 지나치게 늘어난 체인을 계속 사용하면 카세트 스프라켓과 크랭크 체인링의 톱니를 조금씩 마모시키기 때문에 자전거 구동계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오래된 체인 교체비용을 아끼려다가 나중에 망가진 다른 부품까지 바꿔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체인 체커(좌)와 스프라켓 체커(우). 체인과 스프라켓은 수명이 다하면 교체하는 소모품이다. 일반적으로 스프라켓의 수명이 체인보다 길지만, 늘어난 체인을 교체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경우 스프라켓의 수명도 급속히 줄어든다.
일본의 자전거 부품 메이커 시마노는 3000km정도를 주행하면 체인을 바꿀 것을 권장하며, 산악자전거의 경우 2500km으로 권장 교체주기가 더 짧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방식에 따라 체인 교체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체인 체커’라는 공구를 이용해 체인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체인 체커는 체인의 간격을 재는 공구다. 체인의 길이가 몇 퍼센트 정도 늘어났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데, 1% 이상 길이가 늘어난 체인은 다른 부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사진은 체인 체커를 이용해 실제 필자의 자전거 체인 상태를 촬영한 것이다. 약 1% 가까이 체인이 늘어난 상태다. 가끔씩 산악라이딩 용으로 타는 자전거지만 2년 가까이 제대로 된 정비를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체인의 교체시기가 다가왔다.
: 카세트 스프라켓 역시 소모품으로, 사진에서 스프라켓 톱니의 붉게 표시된 부분이 마모되면 체인이 제대로 걸리지 않고 미끄러진다. 스프라켓 체커를 이용해 가끔씩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스프라켓 체커는 KMC 제품.
체인을 체크한 김에 카세트 스프라켓의 상태도 체크해보았다. 카세트 스프라켓 역시 소모품이며, 체인의 상태에 영향을 받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스프라켓 체커라는 공구를 사용하는데, 의외로 숍에서도 자주 보기 어렵다. 저렴한 공구니 자가정비에 관심 있다면 체인 체커와 함께 하나쯤 구비하기를 권한다.
카세트 스프라켓의 상태 이상이 의심되는 스프라켓 톱니에 스프라켓 체커를 걸고 스틱을 손으로 눌러 제대로 체인이 걸리는지 확인해본다. 만약 이상이 있다면 스프라켓 체커의 체인이 제대로 걸리지 않고 미끄러지게 된다. 스프라켓 체커는 톱니 수 12T에서 21T 스프라켓의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다.
참고로 기어마다 마모 상태가 다른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 시마노 XT 10단 스프라켓에 One-Up이라는 42T 알루미늄 스프라켓을 별도로 장착해서 사용 중이었는데, 알루미늄 스프라켓과 나머지 9장의 강철제 스프라켓의 마모상태가 달랐다. 스프라켓의 재질과 사용 빈도의 차이 때문이다. 어쨌거나 체인은 교체시기가 되었고, 카세트 스프라켓은 당분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어떤 체인을 사용할까?
이번에는 체인을 고를 차례다. 구동계를 만드는 시마노, 스램, 캄파뇰로 등의 메이커는 자사의 순정 체인을 사용하기를 권하지만 그동안 KMC, YBN, 스램 등 다양한 메이커의 체인을 사용해보았으나 체인의 호환성 문제로 인한 트러블을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성능 비교를 위해 KMC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선택의 이유는 제품군이 가장 다양했고, 체인과 함께 다양한 체인 전용 공구를 출시하는 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체인 선택을 위해 카탈로그를 보니 그 종류가 굉장히 많다. 일단 8단에서 11단까지 자신의 구동계에 맞춰 체인을 골라야 한다. KMC 체인의 경우 모델명의 숫자를 보면 몇 단 구동계용 제품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체인의 가격이 16,000원에서 120,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11단 구동계용 체인이 8단 체인보다 비싼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단수가 같은 체인인데도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비교를 위해 가장 비싼 체인인 'X11SL DLC 모델과 그 아래 등급인 X11EL 체인을 준비했다. 가격은 각각 12만원과 6만원, 꼭 2배의 차이가 난다.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우선 X11EL은 일반적인 구성을 갖춘 체인이다. 링크의 숫자는 116개이며, 체인의 안쪽 플레이트에 -자 모양의 구멍을 내어 경량화 했다. 체인의 링크를 연결하는 핀에는 구멍이 나있지 않다. 색상은 골드와 실버 2가지가 있는데, 색상과 상관없이 성능은 동일하다고 하며 무게는 254g이다.
X11SL 역시 116개의 링크이며, 체인의 안쪽과 바깥쪽 플레이트 모두 -자 모양의 구멍을 내었다. 뿐만 아니라 링크를 연결하는 핀에도 구멍을 내어 경량화 했다. 무게는 242g으로 X11EL보다 12g 더 가볍다. 색상은 블랙과 레드 2가지로 다른 체인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색상이 다르고 불과 12g 더 가볍기 때문에 가격이 2배나 차이나는 것일까? 제원을 자세히 살펴보니 Diamond Like Coating(DLC)이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세부 기술정보를 확인해본 결과 DLC는 ‘티타늄-카본 니트라이드 코팅(TiCN)’이라는 기술로 체인 표면을 처리했다는 것을 뜻한다. 금속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에 KMC는 다이아몬드처럼 표면이 단단하다는 의미에서 DLC라 이름 붙였다.
X1SL DLC체인의 금속 표면은 빅커 경도 3000 이상의 이르는 단단함을 갖는다. 일반적인 금속 표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마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마찰저항이 줄어든다. 회전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반 금속 베어링을 세라믹 베어링으로 교체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자가윤활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오일을 뿌리지 않아도 매끄럽게 움직일 정도로 저항이 적기 때문에 체인의 움직임이 부드러워 페달링 시의 힘 손실을 줄여준다. 또한 체인에 녹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고, 독특한 블랙 컬러를 만들어낸다.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고, 힘 손실이 적은 하이엔드 자전거를 원하는 라이더라면 휠세트의 세라믹 베어링 교체와 함께 마찰저항이 적은 X11SL DLC 체인의 장착을 추천할 수 있겠다. 그러나 기존의 체인 성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라이더라면 12만원이라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 어쨌거나 궁금한 부분은 확인했으니 이제 자전거에 체인을 장착할 차례다.
체인링크와 체인커터(체인 리벳 제거 공구)로 체인 분리/장착
체인의 연결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반적인 체인 핀을 이용하는 방식과 체인플레이트에 핀이 결합되어 있는 탈착 가능한 링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탈착 가능한 링크를 흔히 ‘체인링크’라고 부르는데, 자전거 부품 메이커에 따라서는 마스터링크 혹은 파워링크(SRAM), 미싱링크(KMC), 퀵 릴리즈 링크(YBN) 등으로 부르기도 하나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방식이다.
: 미싱링크 리무버(좌) 미싱링크 커넥터(우)
체인링크의 종류에 따라 손으로도 쉽게 분리와 장착이 가능한 재사용 가능한 타입과 공구를 사용해야 분리와 장착이 가능한 재사용 불가능한 타입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자주 분리하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특히 체인링크는 오래 사용할수록 라이더의 체중과 페달링의 토크에 의해 단단하게 결합되어 분리하기 어렵다. 단단하게 결합되어있던 체인링크를 분리하면 필연적으로 연결부위에 마모가 생기며 유사시 체인이 헐거워졌을 때 쉽게 풀릴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체인링크로 연결된 체인을 끊을 때는 체인의 마디에 미싱링크 리무버의 고리부분을 집어넣은 다음 레버를 강하게 쥐면 체인링크가 압축되며 분리된다. 반대로 체인을 연결할 때는 미싱링크 커넥터의 고리를 체인의 마디에 집어넣은 다음 레버를 쥐어 링크를 결합한다. 결합 후 체인링크의 핀이 플레이트에 제대로 걸렸는지 확인해보고 크랭크를 돌려 체인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지 본다.
체인링크를 사용하지 않은 체인의 경우 흔히 ‘체인커터’라 부르는 체인 리벳 제거 공구(Chain De-Rivetter)를 사용해야 한다. 체인커터의 상단부에 체인의 링크를 끊을 부분을 위치시킨 다음, 손잡이를 돌리면 체인의 링크를 연결하는 핀을 밀어내며 분리시키는 구조다. 체인 커터는 다양한 메이커에서 출시되고 있는데, 핀을 밀어내는 부분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으니 스페어 부품을 포함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체인커터는 분리한 체인을 다시 결합할 때도 사용된다. 단, 한번 뽑은 체인 핀을 재사용 할 경우 해당 링크의 내구성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자전거의 응급 수리와 같은 비상시에만 이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체인 핀이 체인 플레이트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체인을 끊었다가, 체인 결합 시에는 공구를 반대로 돌려서 체인 핀을 밀어 넣는다. 시마노 체인의 경우 한번 분리한 체인을 재결합할 때는 전용 핀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새 체인 결합하기
체인을 분리했으니 이제는 새 체인을 연결할 차례다. 새 체인을 구입하면 길이에 몇 마디 정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우선 체인을 자전거에 맞게 적당한 길이로 잘라야 한다. 사진에서처럼 체인이 변속기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큰 체인링과 가장 큰 스프라켓을 감았을 때의 길이를 잰다. 이렇게 잰 체인의 길이에 1마디(바깥쪽 링크+안쪽 링크의 2토막) 정도를 더하면 적당한 길이가 된다.
: 작업을 마친 후 체인체커를 이용해 체인의 상태를 측정했다. 체인이 늘어났을 때의 상태와 비교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진에 나온 필자의 자전거의 경우 앞변속기가 없는 싱글 체인링 방식이다. 2단, 혹은 3단 체인링 크랭크를 장착한 자전거는 가장 바깥쪽 큰 체인링에 체인을 걸고 길이를 재야함을 잊지 말자. 체인을 결합할 때는 앞에서 설명한 요령으로 체인링크나 체인 핀을 사용한다.
이렇게 체인 교체 작업을 완료했다. 복잡한 작업이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야외에서 라이딩 중 간혹 체인트러블이 발생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정비기술이기 때문에 체인커터 사용법 정도는 반드시 익혀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체인이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없다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체인이 늘 촉촉하게 오일로 젖어있을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기본. 평소 라이딩 후 마른 걸레를 이용해 체인을 자주 닦아준 다음 오일을 약간 도포해주는 것을 습관처럼 몸에 익힌다면 늘 부드럽고 기분 좋은 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장낙규 rockyou@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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