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 투르 드 스위스(Tour de Suisse)에서 마크 카벤디쉬(Mark Cavendish)와 피터 사간(Peter Sagan)이 타고 등장한 새로운 자전거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사이클 팬들의 궁금증을 폭발 시켰다. 검은색상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핸들바를 장착한 이 자전거의 정체를 두고 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에어로다이내믹 바이크를 예상했었다.
: 피터 사간은 2015 투르 드 스위스에 신형 벤지 ViAS를 타고 출전했다.
마크 카벤디쉬와 피터 사간의 공통분모는 둘 모두 당대 최고를 바라보는 스프린터이며 스페셜라이즈드의 후원을 받은 팀에 소속된 선수라는 점이다. 골라인을 눈앞에 두고 펼쳐지는 승부사들 간의 대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두 선수에게 지급된 자전거는 다름 아닌 에어로 바이크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벤지(Venge)의 새로운 모델 ‘벤지 ViAS’ 였다.
: 스페셜라이즈드는 벤지가 ‘가장 빠른 에어로 로드바이크’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벤지 ViAS의 등장으로 벤지는 두 번째로 빠른 자전거가 되었다.
이미 펠로톤에서 벤지는 스프린터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포디엄 보증수표’로 자리 잡았다. 벤지의 특징은 스프린터의 강력한 다리 힘이 자전거에 전달될 때 전방을 향해 똑바로 나아갈 수 있게 단단한 강성을 갖추었으며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고속 주행에서 라이더의 체력 손실이 획기적으로 줄였다는데 있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벤지 ViAS를 통해 에어로 바이크의 혁신적인 진화를 보여주었다.
: "I am Venge" 스페셜라이즈드 벤지 소개 영상
지난 23일을 기해 전 세계의 모든 사이클링 미디어들이 일제히 벤지 ViAS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다. 공개된 새로운 벤지의 모습은 ‘미래에서 온 자전거’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진보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은 스템과 핸들바다. 에어로 플라이 ViAS 콕피트(Aerofly ViAS cockpit) 라는 명칭의 이 부품은 이번 벤지 ViAS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로 만들기 위한 공기역학적 설계가 반영된 전용 부품이다. 스템의 각도는 -17도, 지면과 수평을 이루며 공기저항이 가장 적은 각도로 세팅되었다. 스템의 각도를 바꾸는 대신 핸들바를 라이저 타입으로 교체하거나 스템 하단에 에어포일 형태의 스페이서를 넣어 핸들바의 높이를 조절한다.
정면에서 맞는 공기의 흐름을 유연하게 넘길 수 있도록 한 공기역학적 디자인이며 스템은 최대한 낮추되 라이더가 피로도를 적게 느낄 수 있게 다양한 포지션을 고려하여 핸들바가 교체 가능한 설계를 채택하였다. 또한 넓고 얇은 핸들바 상단은 마치 새 또는 비행기의 날개를 연상 시킨다.
두 번째 큰 특징은 브레이크의 설계다. 브레이크 위치 변경에 대한 시도는 여러 에어로 콘셉트 바이크들에서 볼 수 있는 유행중 하나다. 그만큼 전통적인 브레이크의 위치가 공기역학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몇몇 브랜드에서는 앞브레이크를 포크에 밀착되게 부착할 수 있게 설계한 다이렉트 마운트(Direct Mount) 방식을 사용하는가 하면 뒷브레이크를 바텀브래킷(Bottom bracket) 하단에 장착하는 방식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하단에 부착된 브레이크는 오염에 취약하며 비가 오는 날 이물질이 끼기 쉬워 제동력의 감소를 가져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스페셜라이즈드에서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이런 문제점을 해결 하였다.
브레이크가 어디 있지? 라고 의문을 가지고 찾아보면 프레임과 포크의 일부가 브레이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점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브레이크의 위치는 모두 튜빙의 후방부에 위치하며 자전거의 프레임세트와 일치되는 형상으로 제작되어 외관을 해치지 않을뿐 만 아니라 공기를 부드럽게 흘려보내는데도 문제가 없다.
앞브레이크는 포크 후방과 다운튜브(Down tube)가 만나는 지점에 장착되어 마치 프레임의 일부가 된 느낌을 준다. 다운튜브의 형상 또한 브레이크 부품과 접촉되지 않도록 일부 움푹 들어가게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뒷브레이크는 시트 튜브 가운데 지점에 프레임과 일체형으로 장착 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뒷브레이크의 위치는 에어로 성능과 제동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아주 중요하다. 이를 두고 많은 고심을 했을 텐데 스페셜라이즈드는 시트 튜브의 중앙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하였다. 공기흐름의 영향이 가장 적은 부위가 바로 시트 튜브 중앙이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여전히 프레임 형태에 연장선이 되는 디자인으로 공기의 흐름을 최소화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뒷바퀴와 닿을 것만 같은 낮고 짧게 배치된 시트 스테이(Seat stay)의 모습은 스페셜라이즈드의 타임 트라이얼(Time Trial) 바이크인 쉬브(Shiv)에서 볼 수 있던 특징이다. 시트 스테이를 짧게 구성하여 프레임의 무게를 절감하는 동시에 반응성을 높이고 시트 튜브를 타고 흐르는 공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새로운 벤지 ViAS를 타고 이번 투르 드 스위스에 출전한 피터 사간은 두 번의 스테이지 우승과 더불어 종합 시상식에서 포인트 저지를 입는 좋은 성적을 보이며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다. 벤지 ViAS 역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곧 다가오는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외계인의 선물과 같은 이 미래지향적인 자전거는 대 활약을 펼치게 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페셜라이즈드가 함께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로발 CLX 64(Roval CLX 64)휠을 장착한 벤지 ViAS는 평지 코스 40km를 주행할 때의 기록을 올라운더 모델인 스페셜라이즈드 타막 SL4와 비교했을 때 약 120초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같은 놀라운 공기역학적 성능은 스페셜라이즈드가 자랑하는 과학적인 풍동실험설비인 윈-터널(Win Tunnel)의 실험결과다. 120초, 2분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단 1초에도 승과 패가 갈리는 사이클링 스포츠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 차이다. 이제 막 공개된 벤지 ViAS를 하루빨리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보길 기원한다.
벤지 ViAS는 9월 중 국내 출시 예정이며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해외 소비자 가격은 듀라에이스 Di2(Dura-Ace Di2)와 로발 CLX 64 그리고 쿼크 파워(Quarq Power Meter)를 장착한 모델은 12,500달러로 책정 되었다. 국내 출시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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