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서 맘에 드는 자전거를 발견했지만 집 앞 자전거 가게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 밤 꿈에 등장하기까지 하다 보니 일단 질러보자는 심정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주문하였지만 집에 도착한 것은 멋진 자전거가 아닌, 덩그러니 큰 박스 하나.”
약간의 각색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아마 온라인으로 자전거를 주문한 적이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리라. 물론 박스 안에는 견고하게 포장된 자전거가 들어있지만, 지름신에게 홀려 다급한 결제를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핸들도 바퀴도 모두 풀려있는 조립되기 전의 자전거를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평상시 무난하게 탈만한 자전거를 고르던 중 눈에 확 들어오는 형광색의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발견했다. 20만 원대 초반의 가격에 3×8단 구동계, 로드바이크와 같은 700c 휠세트가 장착된 무난한 부품구성과 에이모션 크로스오버라는 모델명을 확인하고 구매버튼을 눌렀다.
처음 구입한 자전거의 조립과 세팅은 자전거 전문 숍에 의뢰하는 것이 좋지만, 자전거가 들어있는 커다란 박스를 들고 가기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자전거를 구입 할 때 주는 사은품 중에 공구처럼 생긴 물건이 하나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육각렌치. 분명 이 공구는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사용하는 물건일 텐데 한번 직접 조립해보자는 생각이 든다. 실패하면? 그때는 집 앞 자전거 숍에 끌고 가면 된다.
** 온라인으로 구입한 자전거는 대부분 반조립 상태로 온다. ‘90% 조립상태’로 배송된다는 자전거 역시 엄밀히 말해 반조립 상태인 것은 동일하다. 만약 자전거의 조립에 자신이 없다면 인근 자전거 숍에 맡기는 것이 확실하고 안전하다. ‘조립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공임은 보통 2-3만원 내외로 숍마다 차이가 있으니 미리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전거의 정비에 관심이 있거나, 공구 다루는 데 자신이 있다면 직접 자전거 조립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자전거의 대부분이 핸들과 바퀴, 브레이크의 세팅을 하면 주행 가능한 상태로 포장되어 판매되기 때문이다.
✔check list - 간단한 공구면 충분하다
크기가 다른 육각렌치 세 개가 모여 있는 ‘삼각렌치(Y렌치, 3-Way 렌치)’만 있다면 어느 정도 자전거의 기본 조립은 가능하다. 일단 박스를 열고 포장된 자전거를 꺼내어 보면 각종 완충제로 포장된 자전거의 모습이 나온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완충제와 포장, 자전거에 묶여 있는 케이블 타이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포장재를 제거하다보면 상당한 분량의 종이와 비닐이 쏟아져 나온다. 케이블 타이와 테이프를 끊을 때는 날카로운 날에 자전거의 부품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제 막 박스에서 나온 자전거에 상처가 난다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될 것이다. 포장재 제거와 함께 뒷바퀴와 앞바퀴 축에 부착되어 있는 플라스틱 부품도 함께 제거해 준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자전거를 둘러쌌던 껍질이 제거되었다. 이제 자전거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조립을 시작할 차례다. 환경과 작업자의 취향에 따라 순서는 다르겠지만 라이드매거진은 집에서 독자들이 자전거를 조립할 환경과 비슷하게, 사은품으로 받은 삼각렌치만을 가지고 에이모션 크로스오버의 조립을 진행했다.
✔check list - QR레버 사용법을 정확히 알아두자
가장 먼저 할 일은 앞바퀴가 장착되는 포크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다. 자전거의 포크와 핸들바를 이어주는 ‘목’에 해당되는 부품인 스템이 안장을 바라보는 상태로 포장되어 있는데 앞으로 돌렸다. 스템을 돌리면서 포크도 함께 돌아간다. 브레이크가 장착된 쪽이 앞을 향하게 하면 바른 방향이다.
포크의 방향을 제대로 맞췄으니 그 다음은 앞바퀴를 장착할 차례다. 일단 바퀴를 장착해야 자전거를 안정적으로 세워둘 수 있고 다음 작업이 수월하다. 이번에 사용한 에이모션 크로스오버의 앞바퀴는 퀵 릴리즈 레버(Quick release Lever, 이하 QR레버) 방식으로 맨손으로 바퀴를 쉽게 탈착할 수 있다.
QR레버는 단단히 잠그지 않았을 때 앞바퀴가 헐거워 포크에서 빠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두는 것은 필수다. 바퀴 허브축의 구멍에 레버의 샤프트를 넣어주는데, 좌우에 스프링을 넣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프링은 넓은 쪽이 자전거 바깥쪽을 향하게 조립한다. 다음으로 QR레버 손잡이가 바퀴 축과 일직선을 이룬 상태에서 반대편의 나사를 돌려 꽉 죄어준다. 이 상태에서 레버를 손바닥으로 눌러 닫아주면 바퀴가 튼튼하게 고정된다.
QR레버를 잠글 때 레버 손잡이 방향은 가능하면 포크와 수평을 이루거나 뒤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 미관상 아름답고 더 안전하다. QR레버가 앞으로 돌출되어 있으면 자전거가 달리는 중 다른 자전거나 사물에 걸려 풀리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자전거에 안장을 장착할 차례다. 박스에 함께 들어 있던 안장과 시트포스트(Seat post, 안장을 지지하는 기둥)를 자전거에 끼우고 클램프를 죄어 적당한 높이로 고정하면 된다. 시트포스트를 고정하는 클램프는 육각렌치로 나사를 돌려 죄거나, QR레버를 이용해 죄는 방식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QR레버를 사용하는 클램프는 앞바퀴와 마찬가지로 안장에 앉았을 때 주저앉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check list - 핸들바의 세팅, 볼트를 죌 때는 순서대로!
이제 자전거의 기본적인 조립이 거의 다 끝났다. 스템의 앞부분의 클램프 캡(덮개)을 분리한 다음 핸들바를 장착할 차례다. 사은품으로 들어있던 삼각렌치 공구가 계속해서 빛을 발한다. 스템 앞쪽의 캡을 고정하던 4개의 육각볼트를 모두 풀고 핸들바를 좌우 밸런스가 잘 맞게 위치시킨 다음, 다시 캡을 덮고 육각볼트를 이용해 고정하면 된다.
: 손목이 꺾이지 않고, 브레이크 레버에 손가락을 얹었을 때 팔과 손등 손가락이 일직선이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다.
볼트를 단단하게 조이기 전 주의할 점이 있다. 안장에 앉아 핸들바를 잡았을 때 핸들바의 각도가 편안한지,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손이 편안한지 점검해보자. 손가락으로 브레이크를 제동하는데 불편함 없는 위치를 확인한 이후에 스템의 캡을 볼트로 단단히 죈다.
스템의 클램프 캡 고정 볼트를 죌 때는 네 개의 볼트를 균일하게 죄기 위해 상하좌우 대각선으로 볼트를 번갈아가며 조금씩 죄는 것이 좋다. 보통 두 개의 볼트는 세게 죄고, 나머지 두 개의 볼트를 헐겁게 죄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실수다. 스템 클램프 캡 뿐 아니라 여러 개의 볼트로 고정하는 부품은 사방의 볼트들을 조금씩 번갈아가며 죄어나가는 것이 기본임을 기억해두면 좋다.
: 스템 캡을 조일 때 핸들바가 좌우로 잘 도는지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덜 조이면 유격이 생길 수 있고 너무 강하게 조이면 핸들이 원활히 돌지 않는다.
핸들바의 높이를 조절할 때는 스템을 포크에 고정하는 볼트를 풀어 분리한 다음, 스템 하단의 스페이서를 이용한다. 하단의 스페이서를 뺀 만큼 스템 높이가 낮아지는데, 뺀 스페이서는 다시 스템 상단에 끼우도록 한다. 스템을 고정할 때는 스템 상단을 덮는 둥근 뚜껑인 컴프레션 캡을 먼저 죄어준 다음, 스템의 방향을 맞춰 고정 볼트를 죈다. 스템과 스템 컴프레션 캡을 고정하는 순서가 바뀌면 포크 베어링이 헐거워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check list - 브레이크 상태 점검
브레이크 상태 점검은 안전을 위해 필수다. 반조립 상태로 배송된 자전거 대부분은 브레이크 조립까지 이루어져 있지만 원활히 작동하는지 반드시 재차 확인이 이루어 져야 한다. 특히 브레이크 패드의 각도와 같은 세부적인 부분이 제대로 세팅되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브레이크 상태를 확인하여 만약 엔드캡(End cap)과 케이블 후크가 풀려있다면 다시 체결해야 한다. 사실 이정도면 근처 자전거 숍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는 문제가 없을 정도지만, 여기까지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면 조금 더 내 손으로 조립을 진행해 보자. 만약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 자전거 숍을 방문해 미캐닉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전거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타려면 어느 정도 자가정비 지식도 필요한 법이다.
브레이크 간격은 브레이크 케이블을 고정하고 있는 볼트를 풀어 간단히 조절할 수 있다. 이 과정 역시 렌치 하나면 충분하다. 볼트를 살짝 풀어 케이블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다음, 브레이크의 위치를 조정하고 다시 볼트를 고정한다. 브레이크 레버를 움직여 브레이크의 작동감이 마음에 들 때 까지 몇 번 반복하다보면 금방 숙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세팅은 브레이크 패드가 자전거 바퀴 측면의 제동 면에 정확히 닿게 조절하는 것이다. 역시 어렵지 않다. 브레이크 패드를 고정하는 볼트를 살짝 푼 상태에서 한 손으로 브레이크 패드를 잡고 다른 손으로 브레이크 레버를 강하게 잡아 패드를 제동 면에 밀착시켜 고정한 다음 볼트를 단단히 죄면 된다. 한 가지 팁이라면, 이 작업은 혼자 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check list - 자전거 페달, 모양이 같아도 좌우 고정 나사가 다르다.
박스에 동봉된 페달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이 쉽게 장착할 수 있지만, 페달은 좌, 우가 구분되어있기 때문에 장착 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크랭크에 페달을 장착할 때 좌우의 나사산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페달의 회전축 안쪽에 R/L과 같이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만약 방향이 다른 페달을 강한 힘으로 억지로 장착하려 할 경우 크랭크의 나사산이 뭉개지는 등 자전거 부품의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수리가 어렵기 때문에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측 크랭크 암에 장착하는 페달은 회전축의 나사를 크랭크에 꽂아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돌리면 고정되고, 반대편 좌측 크랭크 암에 장착하는 페달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고정된다. 공구 없이 손으로 페달을 임시로 고정해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페달을 단단하게 죄기 어렵기 때문에 스패너나 페달렌치 등의 공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탠드를 이용해 자전거를 세워둔 상태에서 뒷바퀴를 약간 들고 페달을 돌리면서 변속레버를 하나씩 눌러보자. 변속에 문제가 없다면 자전거의 세팅이 거의 완료된 것이다. 보통 이 부분은 공장에서 세팅이 완료된 상태지만, 간혹 세팅이 틀어지거나 드물게 충격 등으로 인해 부품이 손상된 경우 변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민감한 변속 세팅은 경험이 없다면 어려우니 반드시 자전거 숍에 의뢰하기 바란다.
자전거를 구입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전후방 라이트까지 장착하고 나면 당장 타고 나가 자전거 도로를 달려도 이상 없을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자전거에 올라탔을 때 공기압이 부족해 타이어가 넙죽하게 눌리지 않는지 확인해야한다. 라이딩 전 자전거 숍을 방문해 공기를 충전해야 한다. 공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전거에 체중을 싣고 달릴 경우 튜브 펑크로 곧장 자전거를 수리해야 할 수 있으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조금만 가라앉히도록 하자.
안전을 위한 점검은 전문 자전거 숍에서
가장 이상적인 자전거 구매는 숍을 방문하여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구입 후 조립 및 세팅을 하고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으며 즐겁게 타는 것이다. 하지만 사는 곳 근처에 숍이 없거나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 온라인 쇼핑몰은 고마운 존재가 된다.
이렇게 에이모션 크로스오버의 조립을 모두 마쳤다. 조립 과정을 차근히 따라해 보면 어느새 자전거 정비도 재미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한 과정은 가장 기본적인 조립에 대한 것이나 안전을 위한 세부 세팅과 점검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변속기 세부 세팅과 같은 고급 정비를 스스로 배우고자 한다면 친절한 자전거 정비 전문서적 하나를 구입해 옆에 펼쳐놓고 도전하기를 권한다. 이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욱 빨리 숙달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전거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정과 좋아하는 마음이 아닐까? 내 자전거를 직접 조립해보는 것은 진정한 자전거 마니아의 길을 가기 위한 두근거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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