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모든 이들에게 헬멧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헬멧이 사고를 예방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부상을 예방하거나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청년의 머리를 트럭 바퀴가 밟고 지나갔음에도 헬멧을 써서 무사했던 사례가 있는 반면, 제자리에서 넘어졌음에도 헬멧을 쓰지 않아 도로 연석에 머리를 부딪쳐 큰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다. 사고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머리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약한 부위인 만큼 헬멧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자전거용 헬멧은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고가의 모델에서부터 저렴한 모델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고가의 레이스용 헬멧 중에는 웬만한 자전거 못지않은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제품도 있고, 입문자용 헬멧은 그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입문자용 헬멧이라도 유럽, 미국의 안전검사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라면 충분한 머리 보호기능을 제공하니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사실 헬멧을 구입할 때 라이더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편안함’이다. 최신기술로 만든 최고급 헬멧이라도 썼을 때 불편하고 손오공의 머리테처럼 머리를 꽉 조여 지끈거리게 만든다면 즉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 출시된 많은 헬멧이 유럽이나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의 두상에 맞춰 만들어진 제품이다. 서양인의 두상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대체로 타원에 가까운데, 우리나라 사람을 비롯한 동양인 두상은 주로 원형에 가깝다.
헬멧 상자에 쓰인 머리둘레가 비슷하더라도 헬멧이 잘 맛지 않는 경우, 주로 헬멧이 머리 양 옆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설명한 서양인 두상에 맞춘 헬멧이 머리에 잘 맞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 지로의 아시안 핏 모델은 인터내셔널 핏 모델보다 헬멧의 폭이 약 1cm정도 더 넓다.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헬멧의 명가인 지로(GIRO)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인터내셔널 핏과 별도로 ‘아시안 핏(Asian Fit, AF)’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지로 헬멧의 국내 공급사인 첼로(참좋은레져(주))는 작년에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서반트(SAVANT)’ 아시안 핏 모델에 이어 최상급 레이스용 헬멧인 ‘에이온(AEON)’과 저렴한 가격대의 입문자용 헬멧인 ‘리벨(REVEL)’ 아시안 핏 모델을 전격 출시했다. 지로의 새로운 아시안 핏 모델 3종을 라이드매거진이 만나보았다.
2015 에이온 아시안 핏 - 경량 로드 레이스용 헬멧
에이온은 지로의 레이스용 헬멧이다. 최근 출시된 신모델 신더(Synthe)가 등장하기 전까지 에이온은 지로의 최고급 레이스 헬멧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모델이다. 레이스용 헬멧은 크게 세 가지 성능이 요구된다. 선수들의 머리를 사고에서 확실히 보호해야 하고, 무게가 가벼워 오래 쓰고 있어도 덜 피곤해야 하며, 편안하고 통기성이 좋아야 한다.
지로 에이온은 이같이 까다로운 레이스용 헬멧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프로 사이클링 팀 카추샤를 비롯한 많은 팀과 선수들이 에이온 헬멧을 사용했고, 국내의 로드바이크 및 산악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가벼운 무게와 편안함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에이온 헬멧에는 롤 케이지(Roll Cage) SL이라는 EPS 내부의 보강기술이 적용되었다. 머리 전체를 감싸는 형태의 롤 케이지는 1차 충격에서 헬멧이 쪼개져 머리에서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며 2차 충격으로부터 라이더의 머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지로 에이온 헬멧은 로드레이스 뿐 아니라 MTB XC 라이딩용 헬멧으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한 보호능력을 지녔다.
헬멧의 디자인 또한 에이온을 다른 헬멧과 확연히 구분하게 해주는 요소다. 유선형으로 이루어진 실루엣은 날렵한 느낌으로 이전 모델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아트모스’, ‘아이오노스’ 헬멧의 디자인과도 닮은 부분이 많은데, 둥근 앞모습이 뒤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모습은 지로 헬멧 디자인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지로 에이온 헬멧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불꽃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헬멧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형상화 한다면 에이온 헬멧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고개를 살짝 숙였을 때의 앞모습이나 약간 옆에서 보았을 때의 모습은 특히 멋지다. 여기에 바람을 맞으며 달릴 때 저항을 줄여 고속주행시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도 살짝 가미된 것이 에이온 헬멧의 특징.
바람이 흘러가는 결 사이로 24개의 길쭉길쭉한 벤트 홀(통풍구)이 있으며, 헬멧 내부에도 ‘윈드터널 벤틸레이션’ 디자인을 통해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통로를 만들어 유입된 공기가 라이더의 머리에서 발산된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해낸다. 머리의 피부와 맞닿는 부분에는 X-스태틱 소재의 패드를 사용했다. 무척 빨리 건조할 뿐 아니라 항균성이 있는 은이 함유된 섬유를 사용해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억제한다.
에이온 헬멧은 지로의 최신형 다이얼식 록 락 5(Roc Loc 5) 핏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초경량의 다이얼을 이용해 헬멧의 밴드가 머리를 죄는 정도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고, 다이얼은 장갑을 낀 손으로도 쉽게 다룰 수 있다. 밴드의 상하 높이는 3단계로 조절 가능해 헬멧이 쉽게 머리에서 벗겨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아주면서도 편안한 피팅이 가능하며, 220g(실측, M사이즈)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덕분에 장시간 착용하더라도 마치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지로 에이온의 2014년 모델의 가격은 34만원이었지만, 아시안 핏이 적용된 2015년 모델은 값을 내렸다. 가격은 30만원이며, 색상은 매트블랙/화이트, 매트블랙, 블루, 매트레드/블랙, 그로잉 레드, 매트 티탄, 매트화이트/실버, 하이라이트 옐로우 8가지가 출시된다. 사이즈는 M(55-59cm), L(59-63cm) 2가지다.
2015 서반트 아시안 핏 - 편안하고 가성비 우수한 로드라이딩 헬멧
로드바이크에 어울리는 날렵하고 멋진 디자인의 헬멧을 원하지만 최상급 레이스용 헬멧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지로 서반트는 입문자용 헬멧의 투박한 디자인에서 벗어나고 싶은 라이더를 위한 합리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
일단 서반트의 디자인은 지로의 최상급 헬멧의 디자인과 닮은 부분이 많다. 전체적으로 유선형을 유지하면서도 뒷부분이 날카롭게 마무리된 지로 헬멧 특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인 몰드 공법으로 제작되어 헬멧의 플라스틱 셸과 내부의 EPS폼 사이에 들뜨는 부분 없이 일체형으로 성형되어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 서반트의 외관은 여느 상급헬멧 못지않은 깔끔하고 멋진 디자인과 마무리를 보여준다.
서반트 역시 아시안 핏 디자인이 적용되어 동양인의 두상에 잘 어울리며, 최상급 헬멧인 에이온과 같은 록 락 5(Roc Loc 5) 핏 시스템이 적용되었다는 점 또한 서반트의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저가형 헬멧의 투박한 다이얼식 밴드 조절장치와 비교하면 훨씬 가볍고, 섬세한 밴드의 조임을 조절할 수 있어 머리에 딱 맞는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헬멧은 라이딩 중 장시간 착용하는 장비인 만큼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의 차이가 라이더의 피로를 줄이고 장시간동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최상급 모델인 에이온과 달리 서반트에는 롤 케이지 보강재가 적용되지 않았고, 대신 충격흡수재인 EPS 폼의 두께가 조금 더 두꺼운 편이다. 헬멧 앞부분의 벤트 홀 크기는 에이온보다 조금 더 작다. 그러나 서반트 헬멧은 에이온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윈드터널 벤틸레이션 디자인이 적용되어 실제 착용했을 때의 통풍성은 상당히 우수하며 무게는 212g으로 에이온보다 조금 더 가볍다.
2015년형 지로 서반트 헬멧의 가격은 12만원이며, 색상은 레드/블랙, 매트블랙/화이트, 블루/블랙, 매트화이트/블랙, 매트티탄/화이트, 하이라이트옐로우의 6가지 모델이 출시된다. 사이즈는 S(51-55cm), M(55-59cm), L(59-63cm)의 3가지다.
2015 리벨 아시안 핏 - 부담 없는 가격으로 안전을 책임진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모델은 지로 리벨 아시안 핏 헬멧이다. 어떤 자전거에도 잘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자전거에 막 입문한 라이더에게 부담 없이 추천할만한 헬멧이다.
앞서 소개한 둥글고 날렵한 디자인의 헬멧과 달리 리벨의 첫 인상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둥근 헬멧의 앞부분에 각진 선바이저(햇빛가리개)가 장착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라이더의 취향에 따라 공구 없이도 손쉽게 탈착 할 수 있다.
리벨은 지로의 엔트리 급 모델이지만 다른 상급 헬멧과 마찬가지로 인 몰드 공법으로 제작되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한다. 다만 전체적인 디자인이 단순한 편이며, 벤트 홀의 숫자는 22개로 앞서 소개한 상급 모델과 비교하면 통풍성능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대량의 열을 발산하는 레이스가 아닌, 일상에서의 라이딩을 즐길 때 사용하기에는 충분하다.
지로의 다른 헬멧과 마찬가지로 턱끈을 고정하고 후두부의 다이얼을 돌려 머리에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아쿠 다이얼(ACU DIAL) 핏 시스템을 통해 한손으로 쉽게 헬멧의 핏을 조정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헬멧의 사이즈는 U 한 가지 모델이 나오는데, 착용 가능한 머리둘레 54-61cm로 다른 헬멧에 비해 조절 폭이 넓은 것이 특징. 다른 지로 헬멧 M-L 사이즈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헬멧의 앞부분 통풍구에는 그물망이 부착되어 라이딩 중 벌레나 이물질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헬멧 내부의 패드는 부드러운 융 재질로 편안한 착용감을 보여주지만, 흡수한 땀을 빠르게 배출하기위한 특별한 소재를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게는 306g으로 다소 무거운 편. 저렴한 가격대의 입문용 헬멧임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2015 지로 리벨 헬멧의 가격은 7만 5000원으로 지로의 다른 스포츠용 헬멧과 비교하면 무척 저렴한 편. 입문용 헬멧이지만 최근 유행하는 위장 패턴에서 형광색에 이르는 다양한 컬러를 제공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매트그린카모, 레드/블랙, 블랙/인더스트리얼그린, 매트블랙/화이트, 매트블루, 매트티탄/실버, 화이트/실버, 하이라이트옐로우의 8가지 컬러로 출시된다. 고급스러운 셸의 질감과 함께 마감 또한 뛰어나니 새롭게 자전거에 입문한 라이더를 위한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글
장낙규 rockyou@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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