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미국 유타 주 버진에서 ‘레드불 램페이지 2013’이 열렸다. 관중을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계곡에서 펼쳐진 이 대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프리라이드 이벤트이며, 동시에 가장 악명 높은 대회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마치 절벽과도 같은 코스를 달려 내려오며 기술의 숙련도와 화려함을 겨룬다. 수십 미터를 날고, 뛰어내리며, 때로는 착지의 실패로 지면을 구르거나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레드불 램페이지는 2001년 처음 개최되었고, 지난 2004년에는 너무나 위험한 대회라는 이유로 ‘마지막 레드불 램페이지’가 치러지기도 했다. 그러나 레드불 램페이지는 여전히 수많은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리라이드 이벤트였고 결국 2008년에 다시 부활하게 된다. 그것도 더욱 악랄하고 무서운 코스와 함께.
 

레드불 램페이지는 레이스가 아니다. 하지만 선수와 관중들의 열기는 그 어떤 대회보다도 뜨겁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제외하면 정해진 루트가 없고, 선수들은 자신이 달릴 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선수들은 시간이 아닌 기술을 겨룬다. 어려운 코스를 달리고, 위험하고 난이도 높은 기술을 선보일수록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가 레드불 램페이지의 우승자가 된다.
 

복잡한 룰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가장 많은 관중을 열광시키는 선수가 가장 훌륭한 선수다. 올해 레드불 램페이지는 현장 뿐만 아니라 레드불TV를 통해 4시간 반 동안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되었다. 익스트림 스포츠 팬 누구나 즉석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고의 선수를 선택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
 
 

‘레드불, 날개를 달아줘요’ 라는 슬로건에 이처럼 어울리는 대회가 또 있을까? 선수들이 달리는 루트는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절벽이다. 급격한 경사면을 타고 달리며, 바위와 도약대 사이를 누비는 선수들을 처음 본 사람들은 아찔한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추락이 아니다. 관중들의 시선에 각인된 이들의 모습은 분명 중력을 거스르며 날아오르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공포가 없을까? 아닐 것이다. 용기 없이는 까마득한 절벽을 향해 도저히 몸을 날릴 수 없다. 선수들은 온 몸을 프로텍터로 감싸고, 강력한 서스펜션으로 무장한 자전거를 탄다. 하지만 도약 후 착지 순간에는 결국 무릎으로 충격을 받아내고, 낙하에너지를 경사면을 달리는 속도로 바꿔가며 기적처럼 넘어지지 않고 달린다.
 

레드불 램페이지는 원한다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올해는 24명의 세계 정상급 프리라이더가 초빙되었다. 선수들에게는 이틀간의 연습 주행 시간이 주어졌고, 마지막 날인 13일에 결승전이 치러졌다.
 

재미있는 점은 선수들이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자신이 달릴 루트를 다듬어야 했다는 것이다. 주최 측이 준비한 기본적인 주행 코스가 있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적합하게 점프대를 다지고, 착지면의 각도를 수정하거나 코스를 다듬으며 코스를 익히고 주행 연습을 반복하며 기술을 다듬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선수는 더욱 멋진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화려하고 복잡한 기술 뿐 아니라, 스케일이 큰 기술일수록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필연적으로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날아올라, 더 멀리 뛰어야만 한다. 여러 선수들이 선택하는 코스의 주행 라인이 겹치기도 한다. 주최 측이 미리 만들어놓은 립과 랜딩이라는 도약대와 착지대를 이용할 수 있는데, 특히 오클리 아이콘 센더라는 점프대에서 많은 선수들이 압도적인 스케일의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레드불 램페이지의 우승은 미국의 카일 스트레이트가 차지했다. 카일 스트레이트는 2004년 레드불 램페이지의 우승자이기도 하며, 한 선수가 레드불 램페이지에서 2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일 스트레이트는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주행라인을 망설임 없이 달리는 거침없는 주행으로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코스 중간의 오클리 드롭에서는 도약하는 동안 자전거의 핸들바에서 손을 떼고 25m를 날아 착지하는 ‘수어사이드 노핸드’ 기술을 선보이며 관중을 놀라게 했다.
 

뉴질랜드에서 온 캘리 맥게리는 22m의 협곡을 뛰어넘는 밸리 점프를 시도하며 동시에 백플립(공중에서 후방으로 도는 기술)을 펼쳐 수많은 관중을 흥분시켰다. 비록 종합 순위에서는 2위를 기록했지만, 온라인 시청자들의 투표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며 2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2010년 레드불 램페이지 우승자 카메론 징크는 무려 25m 낙차의 절벽을 뛰어내리는 드롭 기술과 동시에 백플립을 시도해 성공시켰다. 이 백플립은 산악자전거 역사상 최대 스케일의 백플립으로 기록되었다. 카메론 징크는 올해 레드불 램페이지에서 3위를 차지했다.
 

레드불 램페이지에서는 사진만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장면들이 속출한다.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심 있다면 영상을 꼭 보기 바란다. 레드불 램페이지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이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