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금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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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VFR800F인간 중심 V4 스포츠 투어러의 재탄생
 
 
혼다가 다른 메이커와 차별되는 부분은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은 양산형 V4엔진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V4엔진은 작은 크기로도 높은 배기량과 출력을 끌어낼 수 있어 동급 대비 차체를 작게 설계함에 따라 운동성능도 향상될 수 있다.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일반적인 병렬4기통 엔진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V4엔진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로운 VFR800F는 이전세대 모델부터 마니아층이 확실히 존재해온 스포츠 바이크 중 하나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오랜 시간 두터운 마니아층이 생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다루기 쉽고도 두툼한 토크를 저속부터 내어주는 엔진의 유연성, 그리고 가볍고 슬림한 차체를 가졌지만 충분한 파워를 가져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는 점, 또 무엇보다도 다루기 쉬운 조종성 등이 그렇다. 미래를 지향한 듯한 감각적 디자인은 플러스 알파 요인이다.
 
 
V4엔진은 VFR800 뿐 아니라 다른 모델에도 적용되어 왔다. VFR1200은 더 높은 배기량으로 장거리를 고속으로 주파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적용해 인기를 얻고 있다. 눈치 챘겠지만 VFR이라는 이니셜의 계보는 40년 가까이 이어 온 V4엔진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오랜 시간을 세계 레이스 무대에서 쌓아온 VFR의 계보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 현재의 신형 VFR800F라고 봐도 좋다. 참고로 현재 MotoGP에서 활약하는 RC213V또한 V4엔진을 쓴다. VFR800F에 혼다 만의 엔지니어링 DNA가 가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혼다는 오랜 VFR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신형 모델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 고객들은 본질적으로 VFR의 품질에 대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으며 더욱 실용적이고도 다루기 쉬운 토크를 실용영역에서 마음껏 쓸 수 있길 바랐다. 과거의 VFR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친화적인 면모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런 면모를 갖출 필수 요소 중 하나로는 차체 기반이 되는 섀시가 더욱 슬림하고 가벼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혼다는 과거의 VFR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중심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기능과 새로운 전자 장비를 부드럽게 접목하는 것에 주안을 뒀다. 더불어 VFR이 가지고 있는 높은 품질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각 부분의 세부적인 상품성에도 만전을 기했다.
 
 
782cc 배기량을 가진 V형 4기통 V-TEC 엔진은 저중속 영역의 두툼한 파워를 기반으로 즐거운 스포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심지어 매일 아침 통근용으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함을 내포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 중 하나다. V-TEC 시스템은 가변형 엔진 밸브 시스템으로 저중속의 토크를 더욱 강력하게 보완하고 고속에서는 후련한 파워를 만끽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시스템 덕분에 높은 연료효율성을 유지함은 물론 모든 영역에서 원하는 파워를 낼 수 있다. 
 
 
부드럽고 강한 파워를 내는 V4엔진의 출력 특성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완만한 선형 곡선이 드러난다. 하지만 인간친화적인 면모를 유지하기 위해 거기에 최신 전자장비도 접목하기로 했다. 바로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를 적용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TCS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존 VFR시리즈의 라이딩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에만 작동하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라이딩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혼다스럽다’고 말하는 메카니즘이란 이런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크게 다가오는 점은 차체 무게를 무려 10 킬로그램이나 경량화 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큰 공헌을 한 것은 크고 무거웠던 듀얼 타입 배기시스템을 일반적인 싱글 타입으로 변경한 점이다. 그 덕에 무게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반면 시트 아래로 빠지는 듀얼 머플러의 사이버틱한 존재감은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조형미 대신 기능을 추구한 결과다. 촉매 등 무거운 배기 부품들이 엔진 아래로 내려가면서 더욱 저중심화 된 것은 필연적으로 얻게 된 장점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모여 ‘타기 쉬운’ 특징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적용된 혼다 프로암은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양 쪽으로 휠을 지지해 주는 ‘더블 사이드 스윙암’이 아닌 ‘싱글 사이드 스윙암’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역시 단순히 조형미를 추구한 작품은 아니다. 레이스에서 노면 상황에 따라 빠르게 피트에서 휠을 교체해야 했던 기능적인 메카니즘에서 시작된 방식이다. 그래서 이름도 혼다만의 ‘프로암’이라는 명칭을 달게 됐다. 사실 따라오는 조형미는 부가적인 가치라 볼 수 있다.
 
 
앞바퀴에 장착된 서스펜션은 정립식 43mm 텔레스코픽 포크이며,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스를 서스펜션에 직접 연결한 래디얼마운트 방식이다. 슈퍼바이크와 유사한 트윈 스파 알루미늄 섀시와 새롭게 디자인 된 휠은 가볍고 강성이 높은 특징을 가진다. 안장은 20mm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운전자의 키에 맞춰 세팅하면 정차가 잦은 도심에서도 불편 없이 운전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은 키에 상관없이 요령으로 타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무게의 몇 배나 되는 기계를 한 발로 지탱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혼다도 일본 메이커다. 우리와 같은 동양인이 만들고 테스트한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인 만큼 인체공학적인 이해도 높다. 이런 점에서는 화려한 유럽 메이커보다도 정감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휠이 잠기는 현상을 방지해주는 ABS도 기본 적용되어 있다. 스포츠 바이크라고 해도 일반 도로에서 타야 하는 이상 이제는 필수 파츠가 된 것이 현실이다. ABS가 없으면 없는 대로 조심하겠지만, 최신 바이크를 구입하면서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파츠 중 하나로 꼽게 된 것도 맞다. 가속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감속이고, 최고속으로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멈추는 일이다. 제동에 대한 안심감이 확실할 때 비로소 마음껏 스로틀을 비틀어 달릴 수 있다.
 
 
VFR의 존재 가치인 V4엔진 이야기를 더 깊게 해 볼 필요가 있다. 신형 VFR800F의 782cc 수랭 16밸브 DOHC 엔진은 마치 90도로 꺾인 L형 2기통 엔진 두 개가 나란히 포개어 있는 형상이다. 이 V4-VTEC 엔진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개선을 겪어왔다. 주로 캠 타이밍과 밸브 개폐 지속시간 등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춰 좀 더 부드러운 필링을 얻기 위해 다듬어 왔다. 최대출력은 104.5마력으로 조금만 익숙해지면 컨트롤하기에 따라 크게 버겁지 않은 수준이다. 토크는 7.5kgm으로 출발부터 부드럽게 솟아오르는 타입이다. 
 
 
VTEC 밸브 시스템은 흔히 알고 있는 CB400SF 시리즈에도 오래 전부터 적용해 온 바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VFR에 적용되어 호평을 받았던 전력이 있는데, 저속에서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먼 거리를 이동할 때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유럽에서 특히 알맞은 메카니즘이라며 반응이 좋았다. 신형 VFR800F는 흡/배기 밸브가 열고 닫히는 과정을 좀 더 부드럽게 조정해 작동하는 시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밸브 타이밍을 정교하게 다듬었다고 한다. 
 
 
VFR800F의 첫 인상은 새로운 X 모양의 헤드라이트가 결정짓는다. LED 헤드라이트로 장식된 헤드라이트는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하며 방향 지시등은 슈퍼바이크 CBR1000RR과 같은 사이드미러 매립형이다. 분리형 시트는 착좌감이 편안하며 동승자석에는 튼튼한 그랩바가 설치돼 있다. 테일 램프는 방향 지시등과 하나의 파츠처럼 이어져 있는데, 이는 기존 VFR800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 정체성을 전달받은 부분이다.
 
 
세련된 디자인의 새로운 계기반은 많은 정보를 표시한다.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는 기본이고, 기어 포지션, 주변 온도, 연료계와 시계는 물론 기본 장착된 열선이 현재 몇 단계 온도인지도 알려준다. 또 한 가지, VFR800F의 키는 ‘웨이브 디자인’으로 불리는 새로운 모양인데 어지간한 충격에도 손상되지 않는 특별한 디자인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스마트 키는 아니지만 기천 만원대의 고급 모터사이클인 만큼 이제는 키 디자인도 대충 할 수 없는 시대다.
 
 
혼다는 또 오토 쉬프트 시스템을 정품 옵션으로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옵션은 클러치 조작 없이 빠르게 기어를 올리며 가속할 수 있는 레이스 장비로, VFR800F의 스포츠 라이딩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45리터 수납공간을 가진 패니어 케이스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데 메인 키와 함께 쓸 수 있어 간편하다. 기본 시트 높이는 789mm에서 809mm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컬러는 라이트닝 화이트 펄, 메탈릭 블랙, 혼다 레드의 세 가지로 판매된다. 
 
 
오랜 시간 스포츠 투어러로 활용되어 온 VFR의 V4엔진은 세계무대에서, 특히 유럽 무대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다. 유럽 대륙에서만 약 75,000대의 VFR이 판매되었으며 약 20년에 걸쳐 오랜 기간 구매자들의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넓은 대륙 간 도로와 고속도로, 험한 산세와 다양한 지형이 뒤섞인 유럽에서 VFR이 가진 민첩한 운동성과 활기차게 도는 V4엔진의 매끄러움은 편하고도 조종성이 좋은 섀시와 어우러져 좋은 궁합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VFR800F는 예각을 살린 이전 세대 디자인을 부드럽게 다듬어 보다 여성스럽게 변모했다. 정립식 포크나 새로운 프로암(모노스윙암)도 새롭게 설계됐고,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안장이나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ABS, 따뜻한 열선이 들어간 그립 등 혼다 고유의 메카니즘에다 현대 전자 장비를 첨가해 보다 완벽해졌다. 강한 토크는 이전 모델보다도 더 낮은 영역에서 발휘되며 차체 무게는 10킬로그램이 가벼워졌다.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상품성이 더욱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VFR800F가 2014년을 맞아 더욱 높은 완성도를 가지게 된 것에 이견을 표하기 어렵다. ‘완숙’됐다는 표현이 진부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써 가장 적합하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과거 VFR800이 가졌던 날카롭고 남성스러운 카리스마가 조금 시들해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비춰지는 디자인에 대해 객관성을 가지고 평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디자인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있어 한 단계 진보했다는 사실이다. 주행을 돕는 각종 전자 장비를 혼다 답게 버무렸고, 드러나지 않게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하고자 했다. 무턱대고 최신 장비를 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교체 주기가 빠른 최신 스포츠 바이크와 비교해 오랜 시간을 혼다 역사와 함께 해 온 VFR800F에 대한 혼다 엔지니어들의 각별함을 짐작할 수 있는 세심함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롱-런 해온 VFR800의 계보는 큰 변화를 겪는 2014년을 지나 앞으로도 무리 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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