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6.18 화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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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본기에 고사양 장비들을 더해 다재다능함을 높이다, 두카티 몬스터 SP

엔트리 모델은 이제 막 진입하는 유저들을 위한 것이지만, 그만큼 기본기에 충실하기 때문에 초심자부터 숙련자까지 누구나 부담없이 탈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일단 초심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브랜드 라인업에선 가격이 가장 낮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상대적으로 파츠의 단가 역시 저렴해져 실제 주행에서 약간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숙련자의 경우엔 단순히 일반도로 주행은 물론이고 같은 모델로 트랙데이까지 즐기기도 할텐데, 그러다보면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등이 조금 더 나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되고, 사외품으로의 교체를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브랜드에서 고사양 파츠를 적용한 제품을 기본형과 함께 선보이기도 하고, 두카티 역시 S나 SP 등의 이름을 붙여 이러한 제품들 간에 차별화를 둔다. 작년에 두카티의 엔트리 모델인 신형 몬스터를 두카티 트랙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시승했는데, 얼마 전 스페셜 버전인 몬스터 SP의 시승차량이 마련됐다고 하여 지난 11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 트랙 익스피리언스 행사에 참가해 경험해봤다.

몬스터 SP는 몬스터의 업그레이드 사양이다보니 전반적인 형태에서 헤드라이트 상단으로 작은 윈드스크린이 추가된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전부 레드나 블랙 컬러였던 연료탱크와 리어 카울, 앞 펜더 등에 블랙과 레드를 혼합한 디자인을 입혔는데 이는 모토GP 2022시즌 두카티 팩토리 팀의 데스모세디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또한 리어 카울 측면에 이름과 이탈리아 국기 디자인을 더해 특별함을 강조했다. 머플러는 아크라포빅 제품이 적용됐으며, 금색으로 시선을 모으는 올린즈 서스펜션과 업그레이드된 브렘보 캘리퍼 등도 기본형과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런 외장의 변경만이 몬스터 SP의 전부는 아니다. SP의 진면모는 달라진 파츠들에 따른 주행 성능의 업그레이드에 있다. 우선 서스펜션은 올린즈의 NIX30 포크와 모노 쇼크 업소버를 채택했다. 앞 포크는 좌측에서 컴프레션(압축)을, 우측에서 리바운드(신장)을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최근 많은 서스펜션 업체들에서 상위 클래스 제품들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각각의 감쇠력은 카트리지 상단부의 다이얼을 돌려 조절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강도의 스프링으로 변경해 각자의 신체 조건이나 주행 환경에 맞춘 세밀한 세팅도 가능하다.

브레이크는 기본형이나 SP 사양 모두 브렘보 제품이지만, SP 사양에는 업그레이드된 스타일레마 캘리퍼가 적용된다. 기본형에 적용된 M4.32와 다른 점은 피스톤과 브레이크 패드 주변의 부피를 줄여 캘리퍼 내부에 더 적은 브레이크액이 머물게 함으로써 레버 조작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도록 했다. 캘리퍼 자체의 무게도 7% 감소시켰고, 패드 주변 공기 흐름을 늘려 냉각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 밖에도 탑브리지 위로 스티어링 댐퍼를 더해 안정적인 제어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며, 보이지는 않지만 배터리의 경우 기본형으로 납산 방식 대신 리튬 이온 방식을 채택해 무게를 덜어냈다. 이런 덕분에 윈드스크린이나 스티어링 댐퍼 등 기본형에서 추가된 장비가 있음에도 차량 전체의 무게가 이전보다 2kg 줄었다.

기능면에서는 주행모드(라이딩 모드),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퀵시프트, 파워 론치 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SP 사양만의 특별한 기능으로는 론치 컨트롤이 있는데, 레이스 등에서 빠른 출발을 도와주는 기능으로, 정교한 조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과도한 출력 때문에 앞바퀴가 들려 넘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를 다양한 전자기능들을 통합 제어해 안전하면서도 빠른 출발을 가능하게 한다.

차량을 대략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달려볼 차례다. 두카티 코리아에서 몬스터 SP와 함께 스트리트파이터 V2를 시승차로 마련해준 덕분에 둘에 대한 비교도 살짝이지만 할 수 있었다. 먼저 몬스터 SP를 타고 서킷으로 들어섰다. 엔트리 모델이라도 탑재된 테스타스트레타 11° 엔진은 과연 엔트리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 수랭 90° V형 2기통 엔진의 배기량은 937cc로 1,000cc에 조금 못미치는데다, 성능도 최고출력이 111마력/9,250rpm, 최대토크 93Nm/6,500rpm으로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 다행인 것은 주행모드에서 출력이 최대한 부드럽게 뿜어지도록 하는 레인 모드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고배기량 입문자라면 이를 선택해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좋겠다.

숙련자라면 서킷에서 짜릿한 주행을 경험해보자. 인제의 경우 마지막 코너에서 100km/h 정도의 낮은 탈출속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메인 스트레이트를 지나 1번 코너 진입 전 220km/h까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강력한 파워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퀵 시프트도 은근히 중요한 부분. 클러치 조작으로 인해 가속이 끊기지 않고 빠르게 속도를 착착 올려붙이니 매섭게 코너를 향해 돌진한다.

1번 코너부터 2, 3번까지는 거의 한 코너나 다름 없을 정도여서 진입 전 미리미리 탈출 가속을 고려해 적당히 아랫단으로 변속한다. 역시 퀵 시프트가 있으니 클러치 레버 조작도 필요없고, 여기에 빠지면 서운한 슬리퍼 클러치까지 더해져 있어 불안한 기색 없이 엔진 브레이크에 의해 속도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여기에만 의존할 수 없어 부드럽게 브레이크 레버를 당겨 앞 서스펜션을 지긋이 눌러준다. 브렘보 최상위 제품인 만큼 스타일레마 캘리퍼는 속도를 빠르게 줄인다. 물론 코너링 ABS가 있으니 조금 강력하게 제동해도 안전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도와주겠지만, 레이스가 아니라 시승인 만큼 일찌감치 레버를 당겨 여유 있게 속도를 줄인다.

노면의 상황이 앞뒤 서스펜션을 거쳐 핸들바와 시트를 통해 전달되는데, 앞뒤 모두 불안함이 없다. 그렇다고 서스펜션이 무르게만 세팅된 것은 아니다. 혹여 노면에 잔돌 같은 이물질이 있어도 존재감 정도만 살짝 전달하는 정도인데, 압축 과정에서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너무 느리지 않은 속도로 다시 신장, 늘어나며 노면에서 타이어가 튀거나 하는 느낌이 없다. 타이어가 지면에 착 달라붙어 있으니 동력 손실이 적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 좋다. 재밌는 건 이러한 올린즈 서스펜션을 시승 전 별도로 세팅하지는 않았다는 점. 개인 차량이 아닌 시승 차량이기도 하고, 올린즈 서스펜션 자체가 기본적으로 대응하는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이 아니라면 기본 설정 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 물론 레이스를 하는 선수라면 서스펜션 세팅을 통해 더 빠른 기록을 노릴 수 있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꼭 자신에게 맞는 세팅으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세션에서는 스트리트파이터 V2로 바꿔타고 트랙에 들어섰다. 기본적으로 파니갈레 시리즈보다 높고 몬스터보다는 낮은 핸들바 위치 덕분에 몬스터 SP에 비해 좀 더 숙여야 하는 자세가 상당히 부담이다. 초반 몇 바퀴는 연료탱크를 무릎으로 단단히 잡고 주행을 이어나가 문제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릎에 힘이 빠져 상체를 팔힘으로 버티다보니 손바닥과 팔에 적잖은 통증이 밀려온다. 조금 전까지 함께한 몬스터 SP가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여기에 SP 모델과 기본형 모델을 비교하게 되니 나머지 기능들에서도 역체감이 크다. 가장 큰 부분은 서스펜션으로, 앞서 탄 몬스터 SP의 올린즈 서스펜션과 비교하면 스트리트파이터 V2에 적용된 OEM 방식의 서스펜션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제동시나 코너링에서 노면의 느낌이 올린즈에 비해 희미한데, 즉 타이어의 그립이 조금은 낮아진다는 의미다. 물론 OEM이라 해도 앞은 쇼와 43mm 조절식, 뒤는 작스제 조절식 쇼크 업소버가 적용되어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고, 개인에 맞춰 세밀하게 세팅을 한다면 비슷한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최상위를 경험한 다음에 곧바로 기본형을 이어서 체험하다보니 뭔가 모자라다고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 세션에서 다시 몬스터 SP에 오르자 몸도 마음도 한결 편안하다. 스트리트파이터에 비해 훨씬 편안한 포지션, 여기에 든든하게 받쳐주는 SP 사양의 고급 장비들 덕에 느껴지는 안심감은 왜 SP를 골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물론 저렴한 기본형을 타다가 나중에개별로 구입해 장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무리 부품을 싸게 구입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눈높이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면 더 높은 성능으로 재밌고 즐겁게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여기에 탄탄한 기본기, 강력한 엔진, 각종 첨단 기능들까지 더해진 몬스터 SP는 트랙에서도, 일상에서도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어 함께 달려주기에 충분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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