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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을 넘어지지 않게 만드는 긴 여정, 플렉스기어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23.10.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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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을 판다.”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외길을 걷는다.” 같은 말도 있고 흔히 이런 사람을 가리켜 외길인생을 산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보면 인연이 되어 가끔 이런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한 곳에 미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그리고 자전거 시장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던 것 같기도 한데 최근에도 인연이 되어 이런 사람을 한 명 만나게 됐다. 플렉스기어란 제품을 만들고 있는 GLK의 김몽룡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플렉스기어라는 제품이 있다. 모터사이클이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서드파티 제품으로 플렉스기어라는 제품명보다 랜딩기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는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그 제품을 알게 된 것은 꽤나 오래전 일이었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어떤 모터사이클 관련 행사에서 어떻게 봤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이라곤 어떤 행사의 전시부스에서 그 제품을 처음 본 것이 십년도 더 된 아주 오래 된 일이라는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더 크고 투박하며 세련되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리 크지 않은 키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모터사이클이 절대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 준다는 그 제품의 설명에 단신 라이더로서 잠시나마 귀가 솔깃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저렇게 크고 무겁게 생긴 것을 아름답고 멋진 모터사이클에 장착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올해 우연히 기회가 되어 플렉스기어를 만들고 있는 GLK라는 회사에 방문할 일이 생겼고 그 제품을 만든 대표를 만나게 됐다. 사실 처음 GLK라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 김몽룡 대표는 일을 하고 있었고 잠시 인사를 나누고 다시 일을 하러 들어가는 바람에 이사와 얘기를 나눴다. 회사와 제품에 대해서 설명도 좀 듣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으나 처음에는 그리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김몽룡 대표는 사실 매체가 취재 오는 것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고 홍보나 마케팅과 관련된 제안을 받는 것도 그리 탐탁치 않아 한다고 했다. 이미 오랜 시간 그런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쓰고 예산을 집행하며 많은 기대를 해봤지만 자신이 기대한 정도의 결과가 나온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김몽룡 대표와 다소 가까워질 수 있었고 플렉스기어 탄생과 지금까지 GLK라는 회사가 걸어온 과정, 결과물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 평생을 바쳐 진행하고 있는 플렉스기어라는 이 제품이 그냥 쉽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플렉스기어는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과정과 히스토리, 그리고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하는 제품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고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어가면서 지금도 계속 진화해 발전해 만들어지고 있는 그런 제품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품들 중 명품으로 취급받거나 명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들에는 대부분 공통점들이 있다. 한 번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것은 저마다의 히스토리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난 현대자동차도 포니라는 시작점이 있었고 소니를 일으킨 워크맨도 자료를 찾아보면 초기 워크맨 모델인 TPS-L2 모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포니나 워크맨 이외에도 이런 예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데 그들은 그 초기의 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진화해 세대를 구분 짓는 모델들이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몽룡 대표에게 부탁을 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초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플렉스기어 제품을 가장 최신형 모델과 함께 하나씩 스튜디오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봤다. 그 두 제품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도전, 노력, 실패, 좌절이 있었을까 가늠조차 안됐다. 내가 직접 기획하고 만든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 개 모델을 같이 놓고 촬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사실 이 제품을 보면서 김몽룡 대표와 이 초기 제품을 1세대라고 했을 때 지금의 모델이 몇 세대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두 손으로 손가락을 꼽으며 모델명을 설명하면서 세대를 구분 짓는데 양 손가락이 모자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었는데 만들다보니 이 방식이 더 좋아서 개선을 하게 됐고, 그 바람에 신제품이 또 나왔고, 그것이 계속 반복되어 하다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즉 굳이 세대로 구분 짓자면 너무나 많은 세대의 플렉스기어가 존재한다는 답변이었다. 

랜딩기어 사무실과 공장을 둘러보면 과거 만들었던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뜯어보고 테스트해보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시도해본 흔적들이 많다. 사무실과 공장이 깨끗하거나 세련되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플렉스기어를 만들면서 고민한 흔적, 노력한 과정, 과거와 현재의 여정이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김몽룡 대표는 기존 플렉스기어 대비 사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형 크루저가 아닌 소형 크루저나 스쿠터 까지 장착할 수 있는 콤팩트한 신모델을 개발 중이다. 사무실에서 그 제품의 목업 모형부터 왜 개발하게 됐는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해 기존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몽룡 대표한테 플렉스기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으면 정말 한두 시간은 후딱 이다. 처음에는 매체가 와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는 말을 끊지 않으면 하루 종일, 시간만 되면 밤새라도 제품에 대해 설명해줄 기세다. 나는 그 이유가 그의 머릿속과 마음속을 이해하고 설명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흥미로운 것은 여태까지 나온 플렉스기어의 모든 제품이 그의 머릿속과 손끝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이다. 큰 대기업이라면 기획파트, 설계파트, 생산파트, 테스트 및 검수 파트가 다 따로 있었겠지만 지금도 플렉스기어의 거의 대부분은 김몽룡 대표가 혼자서 다 도맡아 한다. 물론 생산이나 포장 같은 부분은 직원들이 하지만 최종 기획이나 설계, 생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정한 사람은 김몽룡 대표 혼자다. 그러니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가득 차 있을까. 솔직히 상상조차 힘들다.  

그런 그의 생각과 플렉스기어의 진화과정, 개선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이유를 들어주고 제대로 이해해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나 역시 다음 스케줄이 없었다면 밤을 새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김몽룡 대표와 플렉스기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체 이 사람의 머릿속에는 모터사이클을 넘어지지 않게 만들어주는 이것 밖에 들어있는 것이 없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심이 느껴진다.  

이 시장에서 미디어로서 일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담당자들을 만나봤지만 김몽룡 대표는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을 가지고 와서 판매를 잘 하는, 흔히 장사꾼이라 불리는 사람들과는 가장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다. 얘기를 하다보면 돈 버는 것에도 그리 큰 관심도 없는 것 같고 그저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히 미쳐서 외길인생을 사는 사람으로 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글의 서두를 한우물이니 외길이니 그런 말로 시작한 것이었다. 한번은 제품에 대해 너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김몽룡 대표에게 무심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니 플렉스기어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과 계획을 가지고 있으면 대체 언제 쉴 수 있는 거냐고, 맨날 일하다 지쳐 쓰러져 자는 것은 아니냐.”고 말하고 설명을 끊은 적도 있었다. 뭔가에 제대로 미친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아 이 사람은 진짜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정말 완벽하게 진심이구나.”

플렉스기어와 관련된 기사와 영상이 라이드매거진과 영상채널에 나가고 나서 주변에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 심지어 우리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그 제품이 진짜로 쓸만한지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충분히 괜찮고 좋은 제품이니 직접 경험해보고 구입해 보라고 답변을 했지만 솔직히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대답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아니 하루 종일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만 고민하고, 그것과 씨름하고 있는 정말 거기에 제대로 미친 사람이 거기 대표에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혼자 기획하고, 설계하고, 만들고, 테스트하고 혼자 다 하고 있는데 아니 그게 안 좋을 수가 있을까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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