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9.21 목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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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러다운 장비와 기능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혼다 NT1100

과거엔 브랜드들마다 내로라하는 투어러를 라인업에 갖추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당대를 풍미했던 이런 걸출한 모델들이 어느샌가 서서히 사라지고 최근에는 어드벤처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한 모습이다. 혼다 역시 다양한 투어러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으나 최근엔 골드윙만으로 투어러 라인업을 구성하는 아쉬운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2021년, 드디어 혼다 투어러 라인업에 변화가 불어왔다. 골드윙 아래에 위치하는 새로운 투어러 NT1100을 등장시켰기 때문. 한동안 조용했던 혼다 투어러 시장에 새로 등장한 모델인 만큼 실물이 처음 등장한 지난 2021 EICMA의 혼다 부스에서는 NT1100을 살펴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사진을 찍기도 좀처럼 쉽지 않았을 정도. 최근의 물류난과 반도체난 등으로 오랜 기다림을 거치고 드디어 NT1100이 국내에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제품을 먼저 받아 새로운 투어러가 그동안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혼다에서는 이 NT1100을 ‘유러피안 투어러’라고 정의한다. 평일에는 출퇴근 등의 일상 주행용으로, 주말에는 장거리도 거뜬히 소화하는 투어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미 오래전부터 NT650V 도빌 등 이런 장르의 모델을 출시해왔던 혼다인 만큼 이번 NT1100의 출시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면 NC 시리즈에 탑재되는 750cc 2기통 엔진을 적용한 NT750이 출시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이쪽은 NC750X와 인테그라 등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아프리카 트윈의 2기통 1100cc 엔진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량은 탑 케이스와 사이드 케이스가 모두 장착된 모델이어서 외관에서 투어러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패니어 케이스를 모두 탈거하고 나면 스포츠 네이키드의 스타일도 엿볼 수 있다. 다만 프런트 포크가 다른 스포츠 성향 모델에 비해 쭉 뻗은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는 아프리카 트윈에서 가져온 것이 엔진만은 아니기 때문. NT1100에는 아프리카 트윈에서 엔진과 프레임, 서스펜션을 가져와 투어러 성향에 맞게 세팅을 바꿔 적용하고 있다. 온로드 중심 모델인 만큼 아프리카 트윈처럼 긴 작동범위가 필요하지 않고, 프레임 역시 큰 연료탱크나 스탠딩 자세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전면부는 스포티한 외관에 맞춘 헤드램프가 가장 눈길을 끈다. 주간주행등과 헤드라이트 모두에 LED를 탑재해 야간에도 넓고 밝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주변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온/오프가 이뤄지기 때문에 헤드라이트 조작 버튼을 손댈 일이 거의 없다. 윈드스크린은 아프리카 트윈보다 넓은데, 방풍 성능을 높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중앙의 구멍은 헬멧에 가해지는 와류를 줄이기 위한 것이고, 윈드스크린 좌우의 작은 스포일러는 손으로 가는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보통 옵션이나 사외품으로 장착할 수 있었던 이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긴 점이 좋다. 차체를 지나 후미에서 날카롭게 마무리되는 디자인은 꽤나 스포티한 인상을 주는데, 이것이 실제 주행에서도 나타날지는 시승을 통해 확인할 부분이다.

이번 NT1100의 가장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 커넥티비티 기능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항상 익숙한 길로만 다니게 되는 건 아닌데, 이럴 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우선 상당수 모터사이클 자체에서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고, 지원하더라도 휴전 상태라는 한국의 특성상 탑재된 내비게이션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에 출시된 몇몇 모델들도 분명 내비게이션이 적용된 모델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사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바로 커넥티비티 기능으로,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인 만큼 자신의 스마트폰을 그대로 차량에 연결하면 평소 사용하던 카카오내비, 티맵, 네이버 지도 등의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제조사에서는 국가의 사정에 맞춰 어떤 내비게이션을 탑재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고, 사용자도 익숙한 것을 그대로 쓸 수 있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사용까지 고려해 터치 스크린 하단에 소형 LCD 계기판을 더해 속도, 적산거리, 기어 위치 등 최소한의 정보를 표시한다.

커넥티비티 기능을 사용하려면 우선 스마트폰을 차량에 유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USB 충전포트 주변에 연결한 스마트폰을 수납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핸들백이나 탱크백을 따로 구입하거나 주머니에 넣고 긴 케이블로 연결하는 불편함은 옥의 티. 여기에 음성 안내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블루투스 인터컴도 연결해야만 커넥티비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난다. 사용 가능한 기능은 자동차와 동일해 정차 상태에서만 경로 설정 등의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이 터치스크린 방식이고 왼쪽 핸들바의 버튼이나 스마트폰으로도 조작 가능하지만, 라이딩 중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조작할 수 있도록 정전식이 아닌 감압식을 채택하고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은 골드윙 정도에나 적용됐던 기능인데 이번 NT1100을 필두로 향후 출시되는 모델들에 고루 적용되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주 다니는 구간이라면 케이블 연결 없이도 다닐 수 있는데, 한 번이라도 연결한 적이 있다면 스마트폰과 차량이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전화 송수신, 음악 제어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시승차를 타고 오래간만에 유명산을 찾았다.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와인딩과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적당한 크루징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잖이 더운 날씨지만 달리면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은 열이 식는구나’하던 찰나 눈에 보이는 우뚝 선 스크린. 신호를 받아 잠시 멈췄을 때 잽싸게 내려주고 나니 메시 재킷 사이로 바람이 파고들어 땀을 싹 말려준다. 페어링 형태가 아니어서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방풍성능이지만, 196cm의 키에도 상당히 우수한 방풍 능력을 보여줄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

주행모드는 왼쪽 핸들바 방향 버튼의 상하를 눌러 변경할 수 있다. 가장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주는 투어부터 어반, 레인,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하는 유저 1/2까지 총 5개가 마련되어 있다. 차량 흐름이 적은 교외에서라면 단연 투어가 좋겠지만, 출퇴근에도 사용해보니 투어일 때의 스로틀 반응은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어 시내에서는 어반이나 레인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주행 모드를 바꿔주는 것으로 스로틀 반응과 HSTC, 엔진브레이크까지 한꺼번에 변경할 수 있어 편리하다.

1084cc 수랭 2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102마력/7,500rpm, 최대토크 104Nm/6,250rpm으로 수치상의 데이터는 동일하지만, 부드러운 가속과 저회전대에서의 배기음을 다듬기 위해 흡‧배기부를 조절했다. 그렇다고 ‘실키 식스’ 골드윙처럼 비단결같은 감각은 아니고, 2기통 특유의 감각을 부드럽게 조정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변속 버튼을 눌러 D에 맞추고 스로틀을 감아주면 두둥거리는 고동감과 함께 힘있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탑재된 6단 DCT는 스로틀을 연 정도에 맞춰 연비 중심으로 빠르게 변속타이밍을 가져갈지, 아니면 최고의 성능을 위해 최대한 늦게 변속타이밍을 가져갈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물론 줄곧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S모드로 바꿔 연비를 포기하는 대신 최고의 성능을 즐길 수도 있고, 와인딩 구간에서 다운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왼쪽 핸들바 버튼으로 직접 수동 변속을 하면 된다.

브랜드의 신뢰도 때문에 와인딩에서도 아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스포티한 움직임은 첫 코너에서부터 눈이 커지게 만든다. 좌로 우로 경쾌하게 기울어져 다음 코너를 빠르게 공략하는 재미가 여타 스포츠 모델 못지 않은 수준이다. 정말 ‘빠르게 머리를 돌린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여서 200kg 전후의 무게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제원표상 차량 무게는 무려 250kg이고 여기에 패니어 케이스가 모두 달려있는 상태였는데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혼다의 노하우는 박수칠만 하다.

서스펜션은 아프리카 트윈에 탑재된 43mm 쇼와 SFF-BP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와 쇼와 모노 쇼크 업소버를 조합했는데, 온로드에 맞춰 세팅을 바꾼 것이라고. 여기에 앞뒤 서스펜션 모두 손쉽게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인 만큼 사용자가 동승자나 짐 적재량에 맞춰 세팅을 변경해주면 훨씬 쾌적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브레이크는 앞 더블 디스크에 닛신 4포트 캘리퍼, 뒤 싱글 디스크에 1포트 캘리퍼를 조합하고 2채널 ABS를 더해 안정적이고 우수한 제동 성능을 보여준다. 위험한 상황에 급제동을 할 경우 후행 차량에 위험한 상황임을 알리는 긴급 비상 신호 기능도 더해져 한결 안심할 수 있다.

이 밖의 편의기능으로는 장거리 주행을 편하게 만드는 크루즈 컨트롤, 동절기 주행을 고려한 열선 그립과 12V 전원 소켓, 정비 및 보관에 용이한 센터 스탠드 등이 기본 적용된다. 탑 케이스 및 사이드 케이스 등 21종의 순정 액세서리도 출시와 함께 발매될 예정이다. 8월 27일부터 사전 계약에 돌입했으며, 고객 인도는 10월 중에 시작된다.

혼다 NT1100의 가격은 1,940만 원이다. 경쟁모델 대비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DCT와 커넥티비티 기능이 기본 적용된 사양(국내는 DCT 사양만 출시된다)임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좋은 가격이라고 본다. 특히 투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이 두 기능의 가치와 유용함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올해 배정된 물량이 30대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하반기 시즌에 즐기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것, 여러 세계 정세들의 영향이 모터사이클 시장에도 미치고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외면받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수동변속기를 외면받게 만들고 있는 DCT, 투어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커넥티비티 기능, 각종 편의기능을 더하고 이 정도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건 혼다 정도 되는 대형 브랜드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를 바짝 낮췄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모델을 만드는 것을 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 상황에서 모터사이클 하나를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곱절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NT1100처럼 하나의 플랫폼으로 오리지널인 아프리카 트윈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모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어낸 혼다의 저력은 정말 대단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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