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2.1 목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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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풍미한 황금 독수리 21세기에 다시 날다, 모토모리니 히스토리

한국의 모터사이클 시장은 재미있는 면이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대신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들이 대부분 진출해있어 다양한 나라들의 특색있는 모터사이클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 국내에 출시할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올해 한국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의 황금독수리, ‘모토모리니’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라이더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토모리니는 1930년대에 설립되어 이탈리아 뿐 아니라 전 세계 각종 레이스에서 활약하며 다수의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세계 최고속도 기록도 여러 차례 세웠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으나,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며 존폐 위기를 여러 번 넘긴 끝에 21세기에 부활하며 고유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이다.

알폰소 모리니(오른쪽)

설립자인 알폰소 모리니는 10대부터 모터사이클 수리일을 하다가 1914년 16세의 나이로 본격적으로 작업장을 차리며 사업의 기틀을 세웠다. 알폰소 모리니의 실력을 눈여겨본 마리오 마제티는 1925년 레이스 모터사이클의 제작을 의뢰하며 본격적인 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MM’이라는 이름을 단 완성품은 뛰어난 실력으로 고작 2년여 만에 6개의 세계 기록을 달성했으며, 1933년에는 175cc 모터사이클로 162km/h로 최고속도 기록을 갱신하는 등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알폰소 모리니 자신도 1927년 몬자 그랑프리 125cc 클래스에서 우승했을 정도여서 제품의 성능을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1937년 마리오 마제티와 15년간의 협력 관계를 마친 알폰소 모리니는 ‘모토모리니’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350cc와 500cc, 600cc 삼륜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모터사이클 기반의 삼륜차는 세금 감면 혜택과 함께 별도의 운전면허가 필요치 않을 뿐 아니라 소형 트럭 대비 1/3밖에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토모리니의 첫번째 모터사이클 T125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하나 싶었지만, 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덮쳤다. 포격으로 인해 생산 공장이 파괴됐지만, 알폰소 모리니는 낙담하지 않고 베르티에서 재건에 나섰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DKW의 125 RT에서 영감을 얻어 2행정 125cc 엔진을 기반으로 한 T125를 제작했다.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자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 생산 체제로 돌입, 1947년 성능과 최고속도를 향상시킨 파생모델인 T125 스포츠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특히 리어 서스펜션이 기본 탑재되어 품질이나 신뢰성, 승차감 등에서 경쟁제품을 압도했다고. 이를 기반으로 한 레이스 버전의 모델도 출시했는데, 양산형의 3단 변속기 대신 4단 변속기를 탑재해 8~9마력의 최고출력에 약 120km/h의 최고속도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1948년 이탈리아 챔피언십 2부 리그에서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며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175 세테벨로

2행정 엔진이 성능 면에서는 우수하나 여러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알폰소 모리니는 1949년 4행정 125cc 엔진으로 새로운 레이스 모터사이클을 만들었다. 그 결과 1951년 몬자에서 MV나 몬디알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브랜드 최초로 챔피언에 오르는 업적을 이뤘을 뿐 아니라 스페인 그랑프리 우승으로 이탈리아 외 지역에서의 첫 우승 기록도 달성했다. 1953년에는 4행정 175cc 엔진을 얹은 175 세테벨로도 출시했는데, 이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던 장거리 레이스인 밀란-타란토나 모토지로 디 이탈리아를 노린 제품이었다. 개량를 거듭해 1962년에는 22마력/10,500rpm이라는 지금의 기준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정도였다. 이 모터사이클로 많은 레이서들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중 유명한 사람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이서'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레이서 자코모 아고스티니가 있다. 뿐만 아니라 250cc 클래스에 도전한 결과 역시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강력인터내셔널 식스 데이즈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온오프로드 가리지 않는 뛰어난 결과는 브랜드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캉구로 350

그러나 모토모리니를 이끌던 알폰소 모리니가 1969년 71세의 나이로 사망했고, 그의 뒤를 딸인 가브리엘라 모리니가 이었다. 1971년에는 최초의 72° V형 2기통 350cc 엔진을 얹은 제품을 출시했다. 모토모리니의 350cc 모델은 고성능 고품질 파츠들을 대거 투입해 당시 혼다 CB750과 엇비슷한 고가에 판매됐다. 이후 1977년 업그레이드를 통해 500cc로 배기량을 높였으며, 1981년 밀라노 모터사이클 쇼에는 터보 엔진의 500 터보를 콘셉트카로 선보이기도 했으나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 때 양산된 모델로는 1981년 카멜 500, 1983년 캉구로 350, 1986년 엑스칼리버 350/500 등이 있다.

트레에메조(3½) 시리즈

1980년대 초반, 판매가 줄며 모토모리니에 위기가 닥쳐왔다. 경영진은 결국 회사를 카지바에 매각했다. 카지바 산하에서 모토모리니는 1988년 72° V 트윈 엔진의 레이스 모터사이클 다트 350을 만들었고, 1989년 코과로 350/500, 크루저인 뉴욕 350/500 등을 선보였지만, 모기업인 카지바는 모토모리니의 개발에는 큰 관심이 없다보니 별다른 업그레이드 없이 형태적인 변경에 불과했다. 이렇게 관심 밖으로 밀려난 모토모리니는 1996년 두카티와 함께 TPG(텍사스 퍼시픽 그룹)에 매각됐다. 그러나 1999년 창업주 알폰소 모리니의 조카인 프랑코 모리니가 세운 ‘모리니 프랑코 모토리 주식회사’가 두카티로부터 모토모리니 브랜드에 대한 권리를 구입, 모토모리니 브랜드의 정통성을 이어갔다.

코르사로 1200

2005년 코르사로(Corsaro, 사략선(corsair)의 이탈리아어) 1200이 출시되고 뒤이어 노베에메조(9½)도 선보였다. 두 모델에는 1187cc 87° V트윈 엔진이 적용되었는데, 엔진 설계는 1970년대 트레에메조(3½)를 담당했던 페라리 출신의 프랑코 람베르티니가 맡았다. 카지바 산하에서 제대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자 회사를 떠났던 그가 브랜드의 부활에 돌아와 다시 역사를 만들어가기로 한 것. 2006년에는 코르사로 벨로체 1200을, 2008년에 1200 스포츠, 1200 스크램블러 등이 연이어 발표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갔으나 재정난으로 그리 많은 양이 생산되지 않았다. 2009년에는 유명 모터사이클 디자이너인 로돌포 프라스콜리의 손을 거친 하이퍼모타드 ‘그란페로’를 공개, 2010년부터 양산에 돌입하려 했으나 재정난이 심각해지며 양산에 이르지 못했다.그동안 350cc와 500cc가 전부였던 모토모리니 라인업은 이때를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레벨로 1200 쥬빌레오

이러한 심각한 상황 끝에 결국 회사는 2009년 9월부터 법원의 파산 선고 전에 먼저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남은 재고 차량과 부품 등을 매각하고 2011년 브랜드와 각종 지적 재산권 등을 매각하며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했는데, 같은 해에 이탈리아 회사 '이글 바이크'에 인수되며 2012년 한정판 모델 생산으로 재기를 알린다. 1956년 생산했던 동명의 제품을 재해석한 레벨로 1200 쥬빌레오의 경우 브랜드 75주년을 기념해 20대 한정생산했다. 2013년에는 코르사로 벨로체, 스크램블러 1200, 그란파쏘 1200 등의 라인업을 공개하며 회사의 재건을 선언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 외에도 새롭게 장단기 임대 방식을 도입하며 수익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시티 28

2017년에는 자전거 시장에도 재진출했다. 이미 1960년대에 자전거를 제작했던 적이 있는 모토모리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통적인 자전거 대신 전기자전거 제품군으로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점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린 모토모리니는 2015년 야누첼리 가문 산하에서 코르사로 ZZ/ZT, 밀란 등의 모델을 발표했으며, 2018년 가을 중국의 중능 인더스트리 그룹(Zhongneng Industry Group)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엑스 케이프(X-CAPE)가 국내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모토모리니의 라인업은 스포츠 네이키드 코르사로 시리즈, 모던 클래식 네이키드인 밀라노와 슈퍼 스크램블러, 어드벤처 모델인 엑스 케이프 등이 있으며, 어반 스크램블러 세이에메조(Seiemezzo, ‘6½’을 의미)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공식 수입원은 모토모리니 코리아이며, 올 상반기 중 엑스케이프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토모리니 모델들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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