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목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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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마스터'가 주는 짜릿함에 취하다, 야마하 MT-09 SP/MT-07

출시되자마자 승승장구하는 제품이 있는 반면, 처음엔 큰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대대적인 변화를 거치고 나서야 인기를 얻는 제품도 있다. 야마하의 MT 시리즈가 그러했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2005년, MT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 MT-01이 공개됐다. 크루저에 탑재되는 높은 토크의 엔진을 네이키드에 얹으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판단으로 XV1700에 탑재되는 V트윈 엔진을 얹었던 모델이다. 그리고 다음해에는 어드벤처인 XT660R에 탑재되는 단기통 엔진을 이용한 MT-03도 선보였다. 두 모델 모두 토크가 뛰어난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에서는 지금과 똑같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MT-01의 경우 기존 크루저 엔진을 그대로 이식해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나와 재미를 즐기기 쉽지 않았던 것이 이유라는 분석이 있다. MT-03은 단기통 특유의 강력한 토크는 좋겠지만 강한 진동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건 아니었을까?

MT-09 SP

그렇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가 싶던 MT 시리즈가 2014년, 기존과는 다른 콘셉트의 MT-09와 MT-07 두 모델이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으며 드디어 시장에 안착했고, 이어 MT-03, MT-10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성공의 원인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MT-09의 경우 당시 보기 드문 3기통 모델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요인이었지만, 고회전에서의 강력한 토크감으로 달리는 재미를 갖췄다는 것이 많은 구매자들의 선택 이유였다. 함께 출시된 MT-07은 MT-09보다 배기량을 낮춰 부드러운 엔진 특성으로 고배기량 입문자들이 부담 없이 탈 수 있으면서도, 숙달된 후에는 고회전에서 뿜어지는 파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아 유럽에서는 출시 첫해 유럽 전체 판매된 모터사이클 중 2위를 달성하고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MT-07

이 두 모델이 2021년 새로운 환경규제 유로 5에 맞춰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국모터트레이딩은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9월 말 모든 절차를 마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더 강력해진 규제 속에서도 두 모델은 여전히 특유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을지 확인해보았다.

이번 신형 MT-09는 SP 버전만 출시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부담될 수 있겠지만, 성능 향상 업그레이드를 미리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 실제로 기본형 구입 후 파츠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보다 미리 업그레이드가 적용된 제조사의 스페셜 버전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가격적으로도 이득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조사에서 대량으로 파츠를 구입해 적용하기 때문에 개인이 하나를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다.

이번 MT-09 SP의 서스펜션은 전면에 KYB 43mm 조절식 포크를, 후면에 올린즈 조절식 쇼크 업소버가 적용됐다. 서스펜션이 업그레이드되면 우선 그만큼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타이어가 안정적인 접지력을 제공하도록 도와주는데, 타이어의 접지력이 향상되면 엔진의 동력이 고스란히 타이어로 전달되어 노면을 더 잘 밀어내게 되니 순정 대비 약간의 최고속도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경험이다.

또한 라이더의 체중에 적합하게 세팅을 맞춰주면 서스펜션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서스펜션의 주 역할인 충격 완화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경우,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가 한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일명 ‘바텀(바닥)을 친다’고도 표현하는데, 흡수되지 못한 나머지 충격은 전부 라이더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허리에 통증이 오는 건 기본이고, 심한 경우 강력한 반동으로 라이더가 차체와 분리되어 날아가는 사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승차감 개선 뿐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서스펜션이 라이더나 탑승 조건에 맞춰 세팅되어야 하는데, 이런 세팅이 가능한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장착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운 일이다.

이 밖에도 스모크 처리된 브레이크 오일 리저버, 아노다이징 스윙암 등의 파츠가 적용되고, 크루즈 컨트롤 기능 추가, 시트 소재 변경 등의 적용 사항이 있다. 가격은 작년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서스펜션 업그레이드만 감안해도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이익이다. 그리고 기본형과 SP를 함께 판매했을 때 기본형보다는 SP 버전의 판매량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니 수입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듯.

또다른 변화점은 전면부로,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 두 줄의 조화가 낯익다. MT-07도, MT-03도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하며 MT 시리즈의 패밀리룩으로 굳어가고 있는데, 현재 단종상태인 MT-10이 유로 5로 변경되어 재발매되면 이러한 디자인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등화류에는 모두 LED가 적용되어 우수한 광량과 내구성을 모두 확보했다.

계기판도 눈에 띄는 변화점 중 하나로,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3.5인치로 크기가 작은 건 좀 아쉬운 부분이나, 너무 큰 사이즈는 오히려 공기 저항을 높일 수도 있어 이 정도가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주요 정보들은 큼직하게 표시되어 작은 화면 크기에도 불구하고 시인성이 우수하다. 이 밖에도 경량 알루미늄 휠, 퀵 시프트 시스템, 브레이크 컨트롤, 관성측량 유닛, 라이드 바이 와이어 등 다양한 최신 장비와 기능들이 탑재됐다.

이번 신형은 엔진에도 변화가 있다. 유로 5 대응을 위해 흡기 구조, 캠 프로파일, 피스톤 헤드 구조 등이 변경됐고, 피스톤 스트로크가 3mm 늘어나 기존 846.6cc였던 배기량이 889.6cc로 증가했다 그 결과 최고출력은 119마력/10,000rpm으로, 최대토크는 93Nm/7,000rpm으로 향상됐고, 최대토크는 발생구간이 이전 모델보다 더 빨라졌다. MT 시리즈의 핵심인 ‘마스터 오브 토크’에 더욱 잘 들어맞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신형 MT-07은 어떨까? MT-09는 완전변경이 가해진 반면, MT-07은 부분변경 정도만이 이뤄졌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두 모델인데 왜 차이가 날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MT-09의 변화에 집중하기 위해 MT-07을 미뤘다는 점이 가장 유력하다. 이번 MT-09에 적용된 CP3 엔진이 업그레이드되며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트레이서 9(구 MT-09 트레이서)에도 바로 적용됐기 때문. 여기에 MT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만큼 세대교체에 우선권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MT-07 역시 테네레 700이나 트레이서 7 등의 모델에도 적용되는 만큼 서둘러 세대 변경이 이뤄져야 하는데, 올해 유로 5 대응을 위한 변경이 진행된 상황에서 바로 내년에 풀체인지 모델을 만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신형에서는 우선 유로 5 대응을 위해 엔진 흡배기부를 다듬었으며, 전면부 등화류 디자인 변경 및 LED 적용, 새로운 디자인의 계기판,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 확대 등이 주요 변경점이다. 성능면에서의 변화는 없지만, 두 모델을 함께 시승하면 다음 MT-07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먼저 탄 모델은 MT-09 SP다. 처음 만났을 때도 강력한 토크로 만만하게 봐선 안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모델이었던지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에 걸맞게 낮은 엔진회전에서도 차체를 밀어붙이는 힘이 상당하다. 빠르게 속도를 올려붙이다 계기판을 확인하니 QSS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아차 싶어 두 손가락을 왼쪽 레버에서 내려놓고 변속을 시도하니 착착 이뤄지는 빠른 변속으로 경쾌한 가속이 시원시원하다. 역시 MT-09다운 성능이다.

향상된 서스펜션이 탑재되니 승차감부터 움직임까지 많은 부분이 바뀐다. 우선 핸들로 전해지는 앞 타이어 쪽의 피드백이 보다 정확하다. 타이어가 노면에 착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지니 가속이나 코너링 과정에서 불안함은 없다. 이번 신형은 이날이 첫 시승이고, 도로 주행도 이번 시승이 처음인 모델인 만큼 무리하면 좋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앞 타이어가 노면을 꽉 쥐고 있는 감각이 전해지니 더 과감해지게 된다. 뒷타이어 역시 올린즈 쇼크 업소버가 단단히 노면을 물어주니 훨씬 든든하면서도 허리로 노면 충격이나 진동이 크게 올라오지 않아 편하다. 이런 향상된 서스펜션이 순정 대비 좋은 점은 대응 범위가 더 넓다는 것. 적당한 승차감과 높은 감쇠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어느 한 쪽을 높이기 위해 나머지를 희생할 필요가 없어 좋다.

주행모드에 따라 엔진의 반응이 달라진다. 가장 강력함을 보여주는 1단계부터 가장 부드러운 3단계까지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3단계는 노면이 젖은 상황에서나 선택할 듯 하고, MT-09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2단계부터다. 교외를 달리기 시작했다면 당연히 1단계를 선택하겠지만, 오늘은 시내 주행이 대부분인지라 2단계에서 타협했다. 그래도 스로틀 조작에 따라 엔진은 제법 민감한 반응을 보여준다. 전자식 스로틀은 조작감이 부드럽지만 전자식이라는 걸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즉각적으로 반응이 올라온다. 막 도입되기 시작한 몇 년 전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주는 엔진에는 경쾌한 움직임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신형 MT-09 SP의 운동성을 높여주는 건 서스펜션의 업그레이드도 한몫하지만, 여기에 새로 적용된 단조휠도 적잖은 역할을 한다. 야마하에서는 새롭게 ‘스핀 단조’기술을 개발했는데, 우선 알루미늄 합금과 일반적인 중력 주조로 휠의 중요 구조를 형성한 후 림에 열을 가하면서 휠 전체를 회전시켜 휠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강성은 유지하면서도 림의 두께를 3,5mm에서 2mm까지 줄일 수 있어 경량화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 이전 세대와 신형의 휠 무게 차이는 700g. ‘200kg 가까운 모터사이클에서 0.7kg 줄어든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프링 아래 중량이 줄어드는 것은 스프링 위 중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몇 배의 효과를 낸다. 특히 운동성 면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레이스에서 비싼 단조휠이나 카본휠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런 제품들은 최소 몇백만 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지만, 그만큼 스프링 아래 무게를 줄이는 것이 가져오는 효과를 알고 있기에 주저없이 구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야마하가 양산 모델에 경량화된 휠을 적용한 것이 얼마나 다른 움직임을 보여줄지 경험해본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세대의 MT-09가 빠르고 강력하지만 움직임에서 거친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신형은 강력한 토크로 만들어내는 가속에 훨씬 경쾌해진 몸놀림이 더해지니 라이딩이 한결 즐겁다. 조금은 난폭하다고 느꼈던 CP3 엔진에 경쾌함이 조화를 이뤄 딱 알맞은 합을 이뤘다.

다음은 MT-07의 차례. 3기통 모델에서 2기통 모델로 넘어오니 배기량은 낮아도 조금 더 커진 진동이 확연히 느껴진다. 다행이도 배기량이 크지 않아 피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서 괜찮다. 변속 때마다 클러치를 잡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인간의 빠른 적응력 때문이지 싶다.

CP2 엔진은 엔진의 부드러운 반응이 매력적이다. 과도하게 치솟지 않는 출력 덕분에 시내에서 조작이 한결 수월하다. 그렇다고 마냥 순둥이로 볼 건 아닌 것이, 엔진 회전수를 바짝 끌어 올리면 꽤 파워풀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배기량이 700cc에서 조금 모자란 미들급 정도라고 해도 ‘MT’의 이름을 달고 있으니 토크가 아쉽지 않을 만큼 뿜어진다. 이런 특성이라면 평일에는 출퇴근용으로, 주말에는 투어나 와인딩 공략용으로 충분한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MT-09 SP의 고사양 서스펜션에 엉덩이가 적응해있다가 MT-07로 넘어오니 확실히 불편함이 먼저 든다. MT-09 SP에선 느끼지 못했던 뒷타이어가 통통 튀는 느낌도 확실히 느껴질 만큼 차이가 있고, 앞타이어에서 느껴지던 그립감은 장갑을 두세 겹 끼고 핸들을 잡은 듯이 꽤 흐릿해진 느낌이다. 처음부터 MT-07을 탔다면 느끼지 못했겠지만, 서스펜션이 고사양에서 기본사양으로 바뀌니 확연하게 드러난다. 충실한 기본기는 확실하지만, 조금 더 욕심이 나는 것은 이러한 부분 때문이 아닐까.

MT-07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클랙슨 버튼의 위치다.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차량에 내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클랙슨이 가장 좋은데, 위치를 보통 방향지시등 아래 배치하는 경우가 많고 MT-09 SP역시 그렇게 구성했는데, MT-07은 방향지시등의 우측 대각선 상단에 클랙슨 버튼을 배치했다. 아예 혼다처럼 새로운 구성(클랙슨 위, 방향지시등 아래)을 채택하는 것도 아니고, 제품마다 다른 위치를 사용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자칫 혼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통일된 구성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MT-09 SP와 MT-07 모두 즐거움은 여전하다. MT-09 SP는 고사양 파츠로 즐거움을 업그레이드했고, MT-07은 쉽고 편하게 다루는 즐거움이 있다. MT-09가 SP 버전을 통해 파츠 업그레이드로 즐거움을 배가시켰으니 MT-07도 SP 버전이 출시될까? 아마 그건 아닐 듯하다. 쿼터급에서 리터급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미들급의 포지션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MT-07이 맡아줘야 하는 상황에서 SP 버전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P 버전이 나오지 않더라도 수년 내 등장할 다음 세대 MT-07에서는 다양한 주행 보조 장비들로 더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경험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각자의 영역이 있으니 그리 큰 배기량 증가는 없겠지만,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탈 수 있도록 전 구간에서 고른 성능을 내기 위한 소폭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시기인데, 당장 올해 말에 선보이긴 어려운 것이, 아직 유로 5에 대응하지 못한 기존 제품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래도 그때까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MT-07, 그리고 업그레이드된 성능으로 돌아온 MT-09 SP가 있으니 다음 세대를 기다리는 것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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