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5.30 화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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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렉 도마니 SLR - 인내와 뚝심으로 거친 길을 지배한다

“길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그 앞에 굴복할 것이냐.”
이것이 트렉의 인듀어런스바이크 도마니(DOMANE)의 명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파르타쿠스’ 칸첼라라의 애마로 유명했던 도마니를 로마식으로 라틴어의 도미누스(Dominus)라는 단어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도마니는 ‘코블의 제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는 자전거임이 분명하니 말이다.

도마니와 같은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는 원래 ‘스프링 클래식’ 레이스에서 활약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스프링 클래식은 봄철 동안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에서 열리는 원데이레이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대회는 노면이 거칠고 때로는 코블스톤(Coblestone)으로 덮인 울퉁불퉁한 ‘파베(Pave)’ 구간을 포함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록 하루짜리 레이스이지만 난이도가 높고 선수의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의 도마에 올린다.

선수들은 거의 오프로드를 방불케 하는 거친 파베 구간을 포함해 하루에 백 수십 킬로미터를 달려 골인 후 다음 날의 레이스를 위해 이동한다. 선수들에게 라이딩의 피로를 줄이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또한 예상치 못한 코스변화에 적응하고 낙차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위해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에는 높은 안정성이 요구된다.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잘 흡수하고, 거친 길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있는 프레임과 포크, 강력한 브레이크와 잘 미끄러지지 않는 높은 접지력의 타이어의 조합. 여기에 피니쉬라인 직전에서 발휘되는 순발력까지 더해 도마니는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자전거를 목표로 개발되었다.

 

SLR, 도마니 라인업의 정점

도마니 시리즈는 적용된 기술과 소재의 등급에 따라 SLR, SL, S 그리고 알루미늄 모델인 ALR로 나뉘는데, 도마니 SLR은 명실상부 최고의 기술이 모여 완성된 도마니 라인업의 정점에 위치한 모델이다. 도마니 SLR의 프레임은 트렉 600 시리즈 OCLV 카본기술을 통해 만들어진다. 스프린트를 위한 마돈이 가벼움과 단단함을 위해 700 시리즈 OCLV 카본 기술을 적용했지만, 도마니는 단단함과 유연함의 밸런스에 최적화된 카본소재를 선택했다.

프레임의 시트스테이와 탑튜브의 이음매와 헤드튜브 두 군데에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가 위치해 프레임에 유연성을 더하고, 포크와 핸들바 역시 아이소스피드 콘셉트의 일부로 노면의 진동과 충격흡수에 최적화된 것이 도마니 SLR의 특징이다. 아래 모델인 도마니 SL 역시 아이소스피드 콘셉트를 적용했지만, 도마니 SLR은 리어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의 유연함을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데, 도마니 SL은 트렉의 공장에서 출고된 상태로 고정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도마니 SL은 500 시리즈 OCLV 카본기술로 프레임이 제조되는 점도 SLR과의 차이다.

 

아이소스피드 콘셉트, 노면 충격과 진동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

도마니 시리즈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이라면 역시 탑튜브와 시트튜브 연결부의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일 것이다. 기존 도마니는 이곳에 위치한 한 개의 디커플러를 갖고 있었지만, 도마니 SLR은 헤드튜브에도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기존 위치의 것을 ‘리어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로 부른다.

도마니 SLR의 리어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의 구조는 탑튜브가 Y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중간에 시트튜브를 넣고 베어링과 샤프트를 가로질러 고정해놓은 형태다. 라이더가 안장에 올라 수직으로 하중을 가할 때 시트튜브는 라이더의 체중과 카본의 탄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앞뒤로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노면에서 충격이 올라올 때도 마찬가지다. 시트튜브가 앞뒤로 흔들리며 충격을 흡수한다.

게다가 리어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는 노면의 충격과 진동뿐 아니라 라이더의 페달링과 상호 반응하는 것이 특징인데, 라이더가 안장에 올라 일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페달링 할 때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안장이 앞뒤로 움직이는 현상이 발견된다. 라이더 스스로 흔들림은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프레임이 노면의 충격을 추진력으로 바꿔 대신 페달을 누르는 다리에 스프링처럼 힘을 보태주는 독특한 감각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독특한 승차감 때문에 도마니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는 라이더는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다.

도마니의 기존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는 ‘대나무’처럼 시트튜브의 탄력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신형 슬라이더 조절식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는? ‘세로로 쪼갠 대나무’를 앞뒤로 묶었다고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시트튜브를 옆에서 살펴보면 시트튜브 뒤쪽에 싯마스트와 연결된 카본 플레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카본 플레이트가 싯마스트와 연결되어 탄성을 책임지는 리프스프링(Leaf spring) 역할을 한다.

또 카본 플레이트와 시트튜브 사이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슬라이더가 있다. 평소에는 손으로 밀어도 꿈쩍 않고 단단히 고정되어있지만, 물통케이지 상단 고정 볼트를 살짝 풀면 슬라이더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 슬라이더를 위로 올려 고정하면 리어 아이소스피드의 특성이 단단하게 변하고, 슬라이더를 아래로 내리면 보다 유연해진다. 이처럼 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프레임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도마니 SLR의 특징이다.

트렉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안장이 앞뒤로 움직이는 거리를 기준으로 유연함을 최대로 했을 때(슬라이더가 가장 아래로 내려간 상태)의 굴절 최곳값이 약 40mm, 유연함을 최소로 했을 때의 굴절 최곳값은 32mm라고 한다. 참고로 슬라이더가 없는 기존 도마니의 굴절 최곳값은 37.5mm에 고정되어있다.

프론트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는 앞바퀴에서 포크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아이소스피드 콘셉트가 적용된 포크가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이미 어느 정도 흡수하지만, 프론트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는 울퉁불퉁한 돌과 같은 큰 충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트렉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프론트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의 설치 이후 앞바퀴에서 핸들로 전달되는 노면 충격이 무려 10%나 감소했다고 하니 거친 길을 달리는 라이더의 피로감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신형 본트래거 프로 아이소코어(IsoCore) VR-CF 핸들바는 카본구조물 안쪽에 진동을 흡수하는 특수 고무합성물을 넣었다. 일반 알루미늄 핸들바와 비교했을 때 24%, 기존 카본 핸들바와 비교해 20% 정도 우수한 댐핑 성능을 보여준다고 하니 핸들바의 교체만으로도 거친 노면의 승차감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거친 남자’의 광폭 타이어와 디스크브레이크

아이소스피드 콘셉트가 프레임과 포크의 기본성능을 보여준다면, 이번에는 도마니의 세팅을 볼 차례다.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도마니 SLR 6 디스크는 시마노 울테그라 급 구동계와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했다. 또한 디스크브레이크를 적용하면서 캘리퍼브레이크의 ‘타이어 폭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에 프레임과 포크가 허용하는 최대한도인 폭 32mm의 광폭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로드바이크 타이어 폭이 20에서 25mm, 최근에는 점차 두터운 타이어를 사용하는 라이더가 늘어간다고 해도 32mm 타이어는 엄청나게 넓다. ‘일반 도로에서 달리는데 과연 속도를 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사실 폭이 넓어진 만큼 타이어의 무게가 늘어났으니 당연히 자전거가 가속할 때 조금 둔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아스팔트에서의 이야기.

도마니의 테스트를 위해 이포보 일대 수변지대를 달려보았다. 유럽의 ‘파베’ 만큼은 아니지만 비포장구간의 뭉쳐진 흙과 자갈들이 제법 거친 노면을 만들어낸다. 포장 안 된 논두렁 뚝방길 같은 느낌이라 해도 좋다. 아마 콘크리트로 포장된 노면보다 조금 더 거칠지 않을까 생각되는 길. 이런 길을 달릴 때 도마니 SLR 6 디스크에 장착된 32C 타이어의 진가가 보인다. 그저 매끄럽게 달린다, 거친 길인 줄도 모를 만큼. 확실히 노면의 충격을 타이어가 가장 먼저 흡수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부드러운 타이어 승차감 덕분에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하는 게 아쉬웠을 정도.

거친 길에서 광폭 타이어와 함께 빛을 발하는 것이 디스크브레이크다.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했다고 브레이크를 잡을 때 자전거가 전복될 정도의 제동력을 내는 것은 아니가. 사실 캘리퍼 방식 림브레이크를 장착했을 때도 급정거 시 뒷바퀴가 휙휙 들리곤 했으니,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라이더의 컨트롤 실력이다. 단, 디스크브레이크는 가벼운 손가락 힘만으로도 강한 제동력을 낼 수 있으니 무척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불규칙한 노면에서 자주, 긴 내리막에서 장시간동안 브레이크레버를 꾹 잡아도 손에 피로감이 적다는 것이 장점. 손힘이 약한 여성이나 청소년이라면 더욱 디스크브레이크의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거 한번 써보면 참 좋은데~” 하지만 무겁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라이더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

 

도마니, 트렉이 말하는 ‘진짜 올라운더’

필자는 도마니 SLR 6 디스크의 순정 32C 타이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이클로크로스와 MTB를 모두 즐겨 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스팔트에서도 넓은 타이어 접지면적을 믿고 코너에 빠르게 진입해 과감하게 눕히는 라이딩이 가능한 ‘충분한 여유를 가진’ 타이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록 포장된 울퉁불퉁한 도로와 오프로드에서도 상당히 편안하다. 도심을 달린다면 이만큼 편안한 로드바이크가 또 없을 것이며, 여행용으로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스에 나가고자 하는 라이더라면 상황이 다르다. 물론 파리-루베 레이스라면 이 두툼한 타이어가 훌륭히 제 역할을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열리는 레이스나 그란폰도에서는 일단 스피드를 중시하게 된다. 가벼운 무게, 낮은 마찰저항을 가진 타이어를 장착하면 더 빨라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디스크브레이크가 아니라 림브레이크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실 도마니 SLR의 가장 큰 특징인 슬라이드 조절식 리어 아이소스피드의 효과는 라이더에 따라 체감의 차이가 클 것 같다. 오프로드가 아닌 일반 도로를 달릴 때, 슬라이더를 끝까지 밀어 올렸을 단단하게 만들었을 때와 유연한 상태로 만들었을 때의 차이를 즉시 엉덩이로 느끼기는 어렵다. 리어 아이소스피드는 자전거를 푹신푹신하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아니라 진동을 흡수해주는 장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페달링 시의 미묘한 반응과 장거리 라이딩을 할 때 골반과 등을 타고 올라오는 피로감은 분명 차이가 있다. 리어 아이소스피드는 몸이 느끼는 프레임의 미세한 특징을 정확히 세팅하고자 하는 라이더에게 어울린다. 한 번의 시승으로 그 효과를 느끼기는 어렵다.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차라리 가장 부드러운 상태로 세팅하는 편을 권하며, 조금씩 단단하게 세팅을 바꿔가며 자신에게 알맞은 상태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도마니 SLR은 참 편안하고 다루기 쉬운, 그리고 알면 알수록 재미를 더해가는 자전거다. 하지만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심지어 거친 자갈길까지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의 진짜 ‘올라운더’를 원하는 라이더는 이미 충분한 라이딩 경험을 가진 숙련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며, 기존의 자전거와 다른 새로운 재미를 원하는 라이더들이 도마니를 찾지 않을까?

자전거를 자동차로 비교하면 도마니는 랠리카다. 그것도 챔피언십에 나갈만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그런 몬스터 말이다. 도마니를 타는 진짜 즐거움은 그 진가를 알아보고 다룰 줄 아는 선택된 라이더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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