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9.21 목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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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그루, Compact Folding Minivelo

콤팩트하게 접히고,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휴대하기 편리한 자전거를 찾는다면? 아마 자전거를 좀 안다하는 이들은 바로 영국에서 만든 ‘브롬톤’이라는 자전거를 추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인이 탈 수 있는 풀 사이즈의 자전거지만, 작은 바퀴와 함께 2단으로 네모반듯하게 접히는 프레임 덕분에 브롬톤은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브롬톤이 결코 대중적인 자전거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비싼 가격, 자전거 한 대에 약 2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쓴다는 것이 자전거 마니아가 아닌 대중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브롬톤 마니아들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사진 좌측의 자전거는 대만 MIT 사이클의 폴딩 자전거, 가운데는 브롬톤 유저들에게도 잘 알려진 플라밍고, 우측은 국내 업체의 전시회에 등장한 샘플 접이식 자전거다. 사실 브롬톤의 구조에 대한 특허는 이미 1999년에 만료되었다. 즉 브롬톤과 비슷한 방식으로 접히는 자전거가 다수 출시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브롬톤을 닮은 자전거들이 간혹 출시되었음에도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브롬톤 특유의 감성은 흉내낼 수 없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이번에 출시한 ‘루트 그루(ROUTE GROO)’ 역시 브롬톤을 닮은 자전거들 중 하나다. 바퀴의 크기와 접는 방식까지 무척 비슷하지만, 디테일한 특징들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가격, 브롬톤의 약 1/5 수준인 43만원이라는 가격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루트 그루는 탈만한 자전거일까? 정말로 궁금해서 브롬톤과 비교해 보았다. 브롬톤과 루트 그루, 두 자전거 모두 직접 구입한 자전거들이다.

접는 방식

접는 방식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뒷부분을 회전시켜 뒷바퀴를 프레임 아래에 위치한 다음, 앞부분을 절반으로 뚝 잘라 접는다. 한마디로 프레임을 앞뒤로 세 등분해서 접는 셈. 그리고 핸들의 포스트 스템과 시트포스트를 접으면 접는 과정이 끝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프레임이 접히는 방향은 정 반대다. 브롬톤의 프레임이 오른 쪽으로 접히는데, 그루의 프레임은 왼 쪽으로 접힌다. 프레임을 고정하는 방식은 브롬톤이 나사를 이용해 고정하는 클램프 방식인데, 그루는 QR 레버를 사용한다. 사진으로 찍어 비교해보니 좌우 대칭을 이루는 것이 기묘하다. 프레임 소재는 브롬톤이 스틸, 그루가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루의 실측 무게는 12kg 중반 대. 사실 힌지 부분의 완성도는 브롬톤이 더 낫다. 그루의 힌지는 움직임이 뻑뻑하다.

프레임 뒷삼각을 고정하는 후크는 두 자전거가 놀랍게도 비슷하다. 그루가 브롬톤을 그대로 카피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 아마 구조가 같은 만큼 브롬톤의 부품을 그루에 그대로 장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루의 레버는 브롬톤에 비해 후크가 움직이는 범위가 좁고, 체결시 다소 뻑뻑하게 걸린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브롬톤에 비해 마무리가 많이 떨어진다.

롤러가 달린 뒷삼각, 메인 프레임과 연결되는 부위에는 엘라스토머 쇽이 장착된다. 쇽은 상당히 단단한 편이다. 짐받이가 기본 장착되는데,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최대 적재하중이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짐받이 자체의 무게는 제법 가벼워 보인다. 이 짐받이와 네 개의 롤러는 자전거를 접었을 때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도 하는데, 제법 안정적으로 서있는 편. 의외로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

구동계는 허브 내장형 3단 변속기가 장착된다. 3단 변속 허브는 스램-스터미 아처 제품. 한 때 브롬톤에 장착되기도 했던 것과 동일한 모델로 보인다. 플라스틱 체인 텐셔너를 장착했고, 자전거를 접을 때 체인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구동계의 성능은 사실상 흠 잡을 데가 없다.

프레임의 데칼은 솔직히 호불호가 크게 갈릴 듯하다. 해골나방 같은 무늬가 데칼 처리되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참고로 데칼 위에는 클리어 페인트 마감이 입혀져 프레임을 다시 도색 하지 않는 이상 제거가 불가능하다.

사실 데칼 디자인을 제외하면 여기까지 전체적인 완성도는 크게 흠잡을 데는 없다. 일반적인 생활밀착형 자전거들과 비교하면 더 나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부품의 움직임이나 결합이 다소 매끄럽지 않아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손재주에 자신이 있다면 부품을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튜닝에 도전해볼만하다.

 

치명적 문제 - 브레이크 레버

그러나 안타깝게도 페달과 브레이크레버, 이 두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좋은 말을 못 하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전거를 세팅을 마치고 시승을 시작한 직후 바로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을 정도. 곧바로 브레이크레버와 페달을 새로 주문했다.

특히 순정 상태의 브레이크레버는 애초에 세팅 자체가 크게 잘못되었다. 브레이크레버는 V브레이크를 작동하기 위한 ‘롱 풀’타입 레버와, 로드바이크용 캘리퍼 브레이크나 캔틸레버 브레이크를 작동하기 위한 ‘숏 풀’ 타입 레버로 나뉜다. 루트 그루에는 캘리퍼 브레이크가 장착되어있고 당연히 숏 풀 타입 브레이크레버를 사용해야 한다. 브레이크레버가 손의 힘을 증폭시켜주기 때문이며, 롱 풀 타입 레버를 장착하면 원래 브레이크의 성능을 약 절반밖에 내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루에 롱 풀 타입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고, 내리막길에서 가만히 안장에 올라 앉아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자전거가 앞으로 서서히 굴러 내려갈 만큼 불안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아마 실제로 타본 라이더들 중 브레이크를 순정 상태 그대로 타는 이는 거의 없지 않을까?

 

약간의 보완이 더해진다면

숍에서 자전거를 구입 후, 브레이크와 페달을 교체한다면 약 5-10만 원 정도의 부품 가격과 공임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이다. 이왕이면 브레이크패드도 교체하기를 추천한다.

시트포스트 역시 조금 더 긴 것으로 바꾸기를 추천한다. 순정 상태의 시트포스트는 33.9×500mm이며 키 173인 필자가 타기에는 너무 낮았다. 참고로 브롬톤용 시트포스트는 호환되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33.9×580mm 시트포스트를 새로 구입했다. 국내에서는 구입할 수 없어 해외 쇼핑몰을 통해 약 3만 원 정도 가격에 주문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는 자전거다. 하지만 부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루트 그루는 제법 쓸 만한 자전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가지출금액을 더한다고 해도 약 50만 원 정도에 지하철 휴대가 가능한 콤팩트한 자전거 한 대를 구입하는 셈이니 말이다.

물론 루트 그루는 브롬톤을 대체할만한 자전거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문화, 감성적인 요소, 오리지널 브랜드의 자부심과 같은 요소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콤팩트한 이동수단’을 원했던 이들에게 루트 그루는 단비 같은 자전거가 되지 않을까? 물론 어떤 자전거를 고를지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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