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도마니(DOMANE) 시리즈의 태생은 레이스바이크다. 레이스바이크의 목적은 말 그대로 경주에서 가장 먼저 골인지점을 통과해 승리하는 것인데, 특히 도마니는 일반 도로가 아니라 조금 특수한 환경인 유럽의 ‘스프링 클래식’ 레이스에서 활약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다.

스프링 클래식이란 유럽에서 주로 봄에 열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원데이(One day)레이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스프링 클래식 레이스에는 돌로 포장된 유럽의 옛길인 ‘파베(Pave)’ 구간들이 코스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트렉은 파베를 비롯해 도로포장상태가 거친 노면을 달리는 동안 라이더가 노면 충격과 스트레스를 덜 받는 자전거를 개발하기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탄생한 자전거가 바로 도마니 시리즈다.

레이스바이크라고 하면 대부분 라이더가 페달을 누르는 힘을 손실 없이 바퀴에 전달하기위해 단단한 프레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단단한 자전거를 타고 거친 길을 오래 달리다보면 라이더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굉장히 크다.

트렉 도마니 시리즈는 사실 로드바이크 치고는 특수한 모델이다.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와 설계로 ‘편안한’ 승차감을 보장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가 물렁물렁하거나 느린 것은 아니다.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는 동안은 부드럽고 탄력 있는 주행감을 느낄 수 있지만,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폭풍 같은 페달링으로 가속할 때는 단단한 프레임이 라이더의 다리가 내는 출력을 고스란히 바퀴로 전달한다. 이런 180도 다른 두 가지 성향을 모두 담은 반전 있는 로드바이크가 바로 도마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긴 휠베이스와 32T 스프라켓을 장착한 폭넓은 기어비, 28C(디스크 33C) 광폭 타이어의 조합으로 어떤 도로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트렉은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천후 로드바이크로서의 특징을 가진 도마니 시리즈를 통해 ‘올라운드’ 로드바이크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다.

 

도마니 시리즈의 주력모델 ‘SL’

도마니는 트렉의 전천후 로드바이크 라인업의 이름이다. 파비안 칸첼라라와 같은 정상급 레이서가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고급 사양인 ‘도마니 SLR’이 가장 먼저 공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고성능 양산모델이라 할 수 있는 ‘도마니 SL’이 후속 공개되었다. 또한 도마니 시리즈의 엔트리모델인 ‘도마니 S’, 알루미늄 버전인 ‘도마니 ALR’까지 공개되며 레이서에서 입문자까지 선택할 수 있는 라인업을 완벽히 갖추게 되었다.

이 중 동호인 레이서를 위한 모델을 선택한다면 단연 주력기종은 도마니 SL이다. 사실 최상급인 도마니 SLR이 가진 몇 가지 기능이 도마니 SL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행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기능을 빠짐없이 갖췄고, 무엇보다 정상급 성능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도마니 SL이 SLR보다 한 등급 아래라고는 해도 이전 세대 도마니 이상의 주행성능을 갖췄으니 그 성능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도마니 SL과 도마니 SLR의 가장 큰 차이는 프레임 소재다. SLR이 트렉 600 시리즈 OCLV 카본 프레임인데, 도마니 SL은 OCLV 500 카본 프레임이라는 점이다. 상위소재를 사용한 SLR이 무게대비 프레임강도와 같은 부분은 앞서지만, SL 프레임은 성능최적화를 통해 프레임의 무게와 강도, 강성의 뛰어난 밸런스를 갖췄고 가격적인 메리트 또한 뛰어나다. IsoSpeed 디커플러의 조절기능과 같은 부분도 두 모델이 다르지만 주행성능에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중 장착 IsoSpeed 디커플러의 편안함

탑튜브의 시작과 끝, 헤드튜브와 시트튜브가 만나는 부위에는 플라스틱 덮개가 씌워져있다. 일반적인 로드바이크라면 헤드튜브-탑튜브-시트튜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덩어리로 구성되었겠지만, 도마니 SL의 프레임은 헤드튜브와 시트튜브가 탑튜브와 분리되어있고 ‘IsoSpeed 디커플러’라는 구조물을 통해 결합된다. IsoSpeed 디커플러는 베어링과 샤프트가 가로로 관통하는 구조로, 시트튜브와 헤드튜브가 유연하고 탄력 있게 앞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단단함을 콘셉트로 내세운 자전거만을 보아왔다면 트렉 도마니의 IsoSpeed 디커플러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저 특이한 구조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눈으로만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리어 IsoSpeed는 라이더가 안장에 앉아서 페달링하며 달리는 동안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안장과 시트튜브가 앞뒤로 움직이며 흡수하는데, 흡수한 에너지의 일부를 마치 스프링처럼 저장했다가 페달링에 보태 추진력으로 바꿔준다.

얼핏 황당한 이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도마니를 처음 타본 라이더가 승차감이 부드럽지만 페달링이 경쾌하다는 것에 놀라고, 실제로 도마니를 타고 주행하는 모습을 옆에서 살펴보면 노면 충격에 따라 안장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IsoSpeed 디커플러의 유연함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인 슬라이더가 도마니 SL에는 빠졌다. 대부분의 라이더가 평균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에 맞춰 유연하게 세팅되었는데 슬라이더가 빠진 만큼 프레임의 구조는 더 단순하다.

기존의 도마니는 IsoSpeed가 하나였지만, 신형 도마니 SL에는 SLR과 마찬가지로 프론트 IsoSpeed 디커플러가 더해졌다. 앞바퀴를 타고 올라오는 충격과 진동을 1차적으로 IsoSpeed 콘셉트 포크가 걸러준 다음 여과되지 않은 나머지를 프론트 IsoSpeed 디커플러가 걸러주는 구조다. 트렉은 프론트 IsoSpeed를 개발하면서 실험결과 포크 엔드를 기준으로 수직 컴플라이언스(휘어짐과 복원을 통한 변형의 정도)가 약 10% 성능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합리적 사양의 컴포넌트 구성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도마니 SL에도 SLR과 마찬가지로 본트래거 스피드 스탑 다이렉트마운트 브레이크 캘리퍼가 장착된다는 점이다. 가벼운 무게와 강력한 제동력 부드러운 작동감을 지닌 고성능 브레이크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컴포넌트다. 스피드 스탑 브레이크를 장착한 이유는 타이어 클리어런스의 확보를 위해서다.

도마니 SL은 최대 28mm 폭의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라이더에게 물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펜더도 장착 가능하다. 프레임에는 펜더를 장착할 수 있는 구멍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살짝 마련되어 있다.

참고로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림브레이크가 장착되었지만, 도마니 시리즈는 SLR/SL/S/ALR까지 모두 림브레이크와 디스크브레이크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악천후에 강하고 더 강력하며 안정된 브레이킹 성능을 원한다면 디스크브레이크 모델을 적극 추천한다. 레이스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특히 장거리 투어를 나갈 때나 자전거의 컨트롤이 어려운 거친 길을 달릴 때라면 신뢰할 수 있는 브레이크시스템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시마노 Di2와 같은 전동식 구동계를 장착하고자 하는 라이더를 위해 트렉은 도마니 SL의 프레임 다운튜브 중간에 ‘도마니 컨트롤 센터’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컨트롤 센터는 나사를 통해 덮개가 고정되어있는데, 내부에는 구동계의 배터리 포트 등을 수납할 수 있다. 전동식 구동계의 배터리를 충전할 때 쉽게 꺼낼 수 있으며, 공기역학적이고 깔끔한 외관을 완성한다.

이번에 시승한 도마니 SL은 시마노 울테그라 등급 기계식 컴포넌트가 장착된 사양의 도마니 SL 6 모델이다. 전동식 컴포넌트를 원하는 라이더라면 울테그라 Di2가 장착된 도마니 SL 7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주행감

트렉의 로드바이크를 시승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모난 곳 없이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자전거라는 점이다. 등급과 상관없이 흔들림 없고 깔끔한 핸들링이나 강한 페달링에도 탄탄하게 받쳐주는 안정감 등은 필자 뿐 아니라 많은 라이더들이 트렉 자전거를 믿고 찾게 만드는 요소다. 디자인 또한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디자인을 뽐내는 편은 아닌데, 보면 볼수록 달리면 달릴수록 맘에 드는 자전거를 만들어내는 메이커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는 무척 주관적인 평가지만, 세간에서 말하는 트렉 자전거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아마 필자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동떨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도마니 이전세대 모델과 얼마 전 출시된 SL의 상급모델인 SLR을 이미 체험해보았기에 아무래도 비교평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 솔직히 말하자면 주행감에서 도마니 SL이 도마니 SLR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도마니 SLR이 슬라이더를 이용해 IsoSpeed 디커플러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레이스를 위한 섬세한 튜닝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도마니 SL의 IsoSpeed는 대부분의 평균적인 라이더와 코스에 맞는 무난한 성능을 추구한다. 어쩌면 이 상태가 대부분의 길에서 도마니의 성능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는 세팅인 셈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프론트 IsoSpeed 적용에 따른 핸들링의 느낌이다. ‘만약 포크가 앞뒤로 휘꺽휘꺽 움직인다면 핸들링의 불안함을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또한 기우에 불과한데 라이더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안 포크가 움직이는지도 잘 모를 만큼 미세한 움직임들이다. 일반자전거와 비교해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핸들링은 민감하다기보다는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정확하다는 느낌. 단단한 스트레이트포크를 장착한 스프린터 세팅 로드바이크의 예리하고 민감한 반응과는 조금 다른데, 이는 오히려 올라운드 로드바이크의 전천후성을 고려해 안정감을 추구한 세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조향이 가능하며 불필요한 흔들림이 없고 다루기 쉬워 과감한 코너링에도 불안한 느낌이 없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을 주행할 때 승차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프랑스나 벨기에의 파베구간을 달려보지는 못했지만, 자잘한 요철이 반복되는 길을 빠르게 달릴 때 응당 핸들바를 통해 손목으로 전해져야할 충격과 진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점은 시승을 진행하는 동안 곁에 있던 다른 자전거와 교체해 같은 코스를 달리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일어나서 페달을 밟을 때 힘을 잘 받아주며 죽죽 뻗어나가는 느낌, 결코 도마니의 프레임은 물렁물렁하지 않다. 굳이 비유하자면 엉덩이가 유연한 단단한 자전거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면 체중을 실은 강한 페달링에 잘 버텨준다. 이런 레이스에서 다져진 기본기가 없었다면 아마 칸첼라라와 같은 엘리트 선수가 도마니를 그렇게 고집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도마니 SL은 트렉 인듀어런스 ‘올라운드’ 로드바이크 라인업의 주력모델이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가진 모델이다. 훌륭한 승차감은 장거리 라이딩용으로 유리할 뿐 아니라 단단한 로드바이크가 부담스러운 레저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추천할만하며, 특히 그란폰도 이벤트를 즐기는 라이더와는 최고로 어울리는 궁합을 보여줄 것이다.

도마니의 여성용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실크(Silque)’ 또한 SLR과 S 모델 또한 도마니 시리즈와 함께 새롭게 출시되었다. 부담 없이 편안한 로드바이크에 관심 있는 여성 라이더라면 살펴볼만하다.

울테그라 기계식 구동계가 장착된 트렉 도마니 SL 6의 가격은 395만원, 울테그라 Di2 사양의 도마니 SL 7은 550만원에 국내 출시된다. 게다가 라이더들이 원하는 다양한 사양에 맞춰 최상급의 SLR에서 엔트리 등급인 S, 그리고 알루미늄 모델인 ALR까지 폭 넓은 라인업을 갖췄고 가격 또한 200만 원 대 초반으로 시작해 프레임과 부품의 사양에 따라 그 이상의 다양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도마니와 실크 시리즈는 노면과 코스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로드바이크, 언제나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부담 없는 로드바이크를 원하는 라이더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도마니와 실크에 대한 자세한 사양은 트렉 공식 홈페이지(http://www.trekbikes.com)를 참조하기 바란다.

 

트렉 도마니 SL 6 제원

프레임 : 500시리즈 OCLV 카본, 프론트&리어 IsoSpeed, 테이퍼드 헤드튜브, 시트마스트
포크 : 도마니 풀 카본, E2 비대칭 테이퍼드 스티어러
크랭크 : 시마노 울테그라, 50/34T 콤팩트, BB90
시프터 : 시마노 울테그라
앞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카세트 : 시마노 듀라에이스, 11-32T, 11단
브레이크 : 본트래거 스피드 스탑, 다이렉트 마운트
휠세트 : 본트래거 레이스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 : 본트래거 R2 하드 케이스 라이트, 700x28C
스템 : 본트래거 프로, 31.8mm, ±7도
핸들바 : 본트래거 레이스 라이트 IsoZone(아이소존), VR-CF, 31.8mm
헤드셋 : 카트리지베어링,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
안장 : 본트래거 어피니티 콤프
사이즈 : 50, 52, 54, 56, 58, 60, 62
색상 : 블랙 펄&크리스털 화이트, 매트 바이퍼 레드&피놋 레드
가격 : 39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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