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구 속에서 펼쳐져 나오는 다양한 공구들, 흔히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던 휴대용 멀티 툴에 대한 로망은 공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이 작은 툴 하나만 들고 있으면 어떤 위급하고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자신감이 샘솟는다.
휴대할 수 있는 미니 툴은 공구 마니아라면 주머니 속에 또는 열쇠고리로 하나쯤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이다. 해외에서는 E.D.C.(Every Day Carry)라는 유행에서 다루어지는 대표적인 품목이기도 하다. 자전거에 관련된 E.D.C.에 대해서도 지난해 라이드매거진 기사에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특히 자전거를 사랑하는 라이더 중에서도 이런 공구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즐겁지만 집에서 스스로 정비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물건은 자전거 탈 때 휴대하기 좋은 미니 툴이다. 악시움(AXIOM)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자전거 용품 브랜드이지만 참신하며 자전거와 공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매력적으로 느낄 물건들을 출시하고 있다. 캐나다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HK코퍼레이션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살펴볼 제품은 터크 16(Tuck 16), 터크 11(Tuck 11) 그리고 키치(Kitch). 3가지 미니 툴이다.
작고 위트 있지만 충실한 악시움 미니 툴
좋은 휴대용 미니 툴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작아야 한다. 명색이 ‘휴대’ 하기 위한 멀티 툴인데 저지 뒷주머니, 혹은 새들백에 쏙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무게에 민감한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가벼움도 중요하다. 매일의 라이딩은 레이스가 아니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 가볍게 꾸민 자전거를 타면서 무거운 장비를 추가하고 싶은 라이더는 없지 않을까?
또한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공구의 신뢰도다. 품질이 좋아야 한다. 공구의 품질이 조악하다면 오히려 자전거를 망가트릴 수 있다. 강한 힘으로 조이게 되는 각종 볼트를 마모시킬 수 있으며 공구 자체의 수명도 짧아 몇 번 사용하고 나면 뭉개지고 만다.
또한 다양한 공구를 내장하고 있어야 한다. 화창한 날씨의 주말 신나게 자전거를 끌고 나갔지만 고장이 발생했다. “이럴 줄 알고 휴대 공구를 챙겼지!” 하며 자신 있게 멀티 툴을 꺼내 들었지만 맞는 규격의 공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 여러 가지 특히 자전거에 자주 사용하는 공구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좋은 멀티 툴이 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다행히 악시움은 이 기준들에 부합함은 물론 위트있는 디자인까지 갖추었다. ‘밀어 넣다, 작은 공간 안에 끼우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터크’ 그리고 ‘유치찬란한 문화 스타일’을 일컫는 단어 인 ‘키치’를 제품명으로 선택한 것부터 심상치 않다.
터크 16에는 자전거 응급수리에 필요한 모든 공구가 담겼지만 사이즈는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다. 가로, 세로, 높이까지 71.5×42×22.5mm 정도로 아주 작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6가지의 공구가 그 안에 촘촘히 들어있다. 제원상 무게는 고작 132g, 라이드매거진이 재어본 실제 무게는 130g이다.
기본적인 알렌 렌치(Allen wrenches)는 7가지(2, 2.5, 3, 4, 5, 6, 8mm)가 포함되어 브레이크 패드 교체를 위한 작은 사이즈부터 핸들바, 스템 그리고 시트포스트의 볼트를 조이고 풀기 위한 큰 사이즈까지 모두 지원한다. 플러스, 마이너스 스크류 드라이버는 물론 디스크브레이크 등을 정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별모양 렌치’ 라고 부르는 톡스 렌치(Torx wrench, T25)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4가지 사이즈 스포크 렌치(0.127”, 0.130”, 0.136”, 마빅 타입)와 체인 툴(Chain Tool) 그리고 타이어 레버까지 갖추었다. 응급 시에 사용하기에 더 이상 필요한 게 있을까? 터크 16이면 충분하다.
또한 악시움 공구는 CNC로 정밀 가공된 단조 바나듐 스틸을 사용해 정밀함은 물론 내구성 또한 뛰어나다. 공구뿐만 아니라 몸체 역할을 하는 사이드 플레이트는 CNC 가공된 7075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가벼운 동시에 튼튼하니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밖에서 자전거를 탈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고장은 타이어와 튜브의 파손 즉 우리가 말하는 ‘펑크’ 다. 터크 16만으로 펑크를 고칠 순 없다. 튜브를 패치를 이용해 수리하거나 새 튜브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크 16에 있는 타이어 레버는 펑크를 수리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공구다.
그 다음으로 핸들바와 스템 그리고 시트포스트를 조정할 상황이 있을 것이다. 육각 모양의 7가지의 렌치 그리고 별 모양의 톡스 렌치는 이때 아주 고마운 존재가 된다. 흔하지 않지만 체인이 끊어지고 스포크의 장력이 풀려 정상적이 주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터크 16을 휴대하고 있다면? 완전한 수리와 정밀한 세팅은 어렵지만 정비 숍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야하는 난감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다. 터크 16 하나면 휴대용 응급수리도구는 물론 집에서 간단한 정비도 가능할 것이다.
터크 16은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내었으나 부피는 작고 가볍다. 그럼에도 터크 16이 여전히 부담이 된다면 터크 11도 좋은 공구다. 16에서 제거된 다섯 가지는 체인 툴 그리고 4가지 사이즈의 스포크 렌치다. 이 공구들은 사용빈도가 비교적 낮고 특히 정비 요령이 필요한 도구들이다.
자전거 정비 지식이 부족한 초심자라면 터크 11이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터크 11의 사이즈는 터크 16보다 더욱 작은 66.5×13.5×40mm 이며 무게는 터크 16의 절반에 가까운 82g이다.
작다는 건 편리하지? 그렇다면 ‘키치’
작은 삼각형, 키치 멀티 툴은 공구라기보다 액세서리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모가 인상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사이드 플레이트에는 열쇠고리로 활용하기 위한 링까지 달려 있다. 키치는 열쇠를 비롯해서 매일 사용하는 다양한 액세서리 사이에 들어있으면 좋을 법하다. 무게는 고작 46g이다.
키치는 작고 귀엽지만 제법 쓸 만한 구성을 하고 있다. 5개의 주요 사이즈 알렌 렌치(2, 3, 4, 5, 6mm) 그리고 1개의 마이너스 스크류 드라이버로 구성 되었다. 집에서 자전거 자가 정비를 자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알렌 렌치는 대부분의 정비에 여러 가지로 활용된다. 주머니 속 키홀더에 걸려 있는 키치는 손쉽게 꺼내어 쓸 수 있는 멀티 툴이며 라이딩에 휴대하기에도 좋다. 열쇠 혹은 라이딩용 지갑의 고리에 걸어두면 유용하고 볼 때마다 뿌듯한 액세서리가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터크 시리즈와 동일하게 견고하면서 정밀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지만 신뢰할만한 공구다.
정밀한 공구를 사용해 여러 부품들을 정비해 가며 자전거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된다. 잘 정비된 자전거가 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작은 악시움 멀티 툴 시리즈는 그 즐거움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면 응급 상황에서 내 자전거 혹은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동료의 자전거를 고쳐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악시움 멀티 툴은 하나쯤 구비해 두면 후회가 없을 멋진 자전거용 액세서리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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