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따뜻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스테이지 투어 레이스인 ‘투어다운언더(Tour Down Under)’는 2016년 프로사이클링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동시에 이 대회에서는 출전한 각 팀들의 새로운 레이스바이크들이 공개되었는데, 각 팀의 화려한 자전거들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트렉-세가프레도(Trek–Segafredo)의 자전거다. 트렉-세가프레도 팀의 자전거가 주목 받았던 이유는 바로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의미를 담아 트렉의 커스텀 바이크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원(Project one)’을 통해 제작된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각 팀을 대표하는 유명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과 다른 독특한 디자인의 자전거를 타고 레이스에 출전하는 것은 간혹 있는 일이다. 그러나 트렉-세가프레도 팀 선수들은 투어다운언더에 출전한 멤버 일곱 전원이 저마다 개성을 담은 화려한 컬러의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트렉의 프로젝트 원 프로그램은 프레임 사이즈와 지오메트리 그리고 부품 구성은 물론 프레임 페인팅 까지 자전거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사용자의 취향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다. 특히 프로젝트 원은 프로 레이서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해서도 운영되고 있는 커스텀 프로그램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많은 라이더들의 자신만의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원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다.
트렉-세가프레도는 지난해까지 트렉 팩토리 레이싱(Trek Factory Racing)으로 활동해왔고 올해부터 새로운 후원사인 세가프레도가 합류하면서 더욱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새롭게 트렉-세가프레도에 합류하게 된 뛰어난 선수들까지 있으니 2016년 이들의 활약을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프로젝트 원 바이크와 함께 등장한 트렉-세가프레도 팀을 살펴보자.
라이더 헤제달의 팀 컬러 마돈
트렉-세가프레도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바로 라이더 헤제달(Ryder Hesjedal)이다. 라이더 헤제달은 2012년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Italia)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캐나다를 대표하는 사이클리스트로 부상했고 작년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도 종합 5위를 달성했다. 2016년 트렉-세가프레도에 이적해온 그는 그랜드 투어 리더가 될 전망이다.
라이더 헤제달의 자전거는 붉은색으로 칠해진 마돈으로 기존의 트렉-세가프레도 팀 바이크와 동일한 색상이다. 이 컬러는 마돈 레이스 숍 리미티드(Race shop limited) 버전으로 트렉 콘셉트 스토어를 통해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는 자전거다. 아마 헤제달의 붉은 마돈은 캐나다 국기의 단풍잎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눈에 띄는 자전거의 특징으로는 핸들바와 안장의 높이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낮은 각도의 스템 그리고 드롭(Drop) 사이즈가 큰 핸들바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라이더 헤제달은 에어로 바이크인 마돈뿐만 아니라 힐클라임을 위한 경량 레이스바이크인 에몬다(Emonda)를 사용하는 모습도 이번 투어다운언더에서 포착되었다. 지로 디 이탈리아는 물론 투르 드 프랑스와 라 부엘타에서도 에몬다와 함께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까지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의 리더였던 바우케 몰레마(Bauke Mollema)와 함께 출전한다면 누가 트렉-세가프레도의 리더가 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줄리안 아레돈도의 콜롬비아 플래그 마돈
트렉-세가프레도의 힐클라임 스페셜리스트인 줄리안 아레돈도(Julian Arredondo)는 우리나라 사이클 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이다. 트렉 팩토리 레이싱에 입단하기 전 아시아 투어에서 활약했고 매년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하기도 했다. 줄리안 아레돈도는 아시아 최대 투어 레이스인 투르 드 랑카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트렉 팩토리 레이싱으로 이적했고 2014년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산악왕 부문에서 우승하여 이름을 떨치게 된 클라이머다.
올해 투어다운언더에서 공개된 줄리안 아레돈도를 위한 마돈은 짙은 네이비 컬러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포인트로 더해져 있었다. 이 컬러는 줄리안의 조국인 콜롬비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3가지 색상이라고 한다.
줄리안 아레돈도의 신장은 164cm로 단신인 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원으로 커스텀 제작된 마돈은 작은 키의 라이더도 사용할 수 있게 사이즈는 물론 지오메트리까지 선택할 수 있다. 에어로 바이크인 마돈을 사용하고 있지만 림 높이가 낮은 본트래거 에올루스 3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이색적이다. 그가 클라이머임을 보여주고 있는 특징일 것이다.
잭 바브리지의 오스트레일리안 챔피언 컬러 마돈
잭 바브리지(Jack Bobridge)는 2016 오스트레일리아 내셔널챔피언에 오른 늦깎이 기대주다. 그의 유니폼과 자전거 모두 호주 국기를 상징하는 금색과 녹색으로 치장 되어 있다. 그만큼 호주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그동안 트랙 경기에서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유달리 도로 경기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해 투어다운언더에서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우승하였으며 그해 산악왕 저지까지 차지하며 자신의 이름을 화끈하게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올해 초 트렉-세가프레도로 이적함과 동시에 오스트레일리아 내셔널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호주를 대표하는 선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앞으로 트렉-세가프레도에서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자꼬모 니촐로의 아주리 마돈
자꼬모 니졸로(Giacomo Nizzolo)는 트렉-세가프레도 팀을 대표하는 스프린터다. 아마도 에어로 바이크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마돈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탈리아 국적의 니졸로의 자전거를 물들인 푸른색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아주리(Azzurri) 컬러다. 스프린터답게 속도 유지와 에어로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다른 선수들 보다 림이 높이가 높은 휠을 장착하였는데 프론트 휠은 본트래거 에올루스 7을 리어 휠은 에올루스 9을 선택한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니졸로는 폭발적인 가속능력을 가진 스프린터지만 스테이지 우승보다는 노련한 경기운영이 더욱 돋보이는 편이다. 덕분에 투어 레이스에서 포인트 저지 부문(Points classification)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해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스프린트 포인트 저지를 수상하였으며 얼마 전 2016 두바이 투어(Dubai Tour)에서는 종합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파비안 칸첼라라의 스파르타쿠스 에디션
앞서 살펴본 선수들의 자전거는 저마다 멋진 개성과 컬러를 뽐내었다. 하지만 한명의 선수만을 위한 프로젝트 원 커스텀 바이크 중 가장 화려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파비안 칸첼라라의 스파르타쿠스 에디션(Spartacus edition)을 빼놓을 수 없다.
파비안 칸첼라라는 트렉-세가프레도를 대표하는 선수다. 아쉽게도 파비안은 이번 투어 다운 언더에 출전하진 않았다. 개인 독주 스페셜리스트이자 봄철에 열리는 코블스톤(Cobble stone) 클래식 경기의 제왕으로 전 세계 사이클링 팬들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장대한 기골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경기 모습은 고대 로마시대의 ‘검투사’를 연상시켜 스파르타쿠스라는 애칭을 팬들로부터 선사받았다.
파비안은 항상 검투가 투구가 그려 넣어진 스파르타쿠스 에디션 자전거를 타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데 이 디자인 또한 프로젝트 원을 통해 일반 라이더도 주문할 수 있는 버전이다. 한편 지난해 파비안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하였지만 투르 드 프랑스에서 입은 부상으로 한해 시즌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다가오는 리우 올림픽과 코블스톤 클래식에서 다시 한 번 트렉-세가프레도의 저지를 입고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반가운 은퇴 번복을 하였다. 2016년에도 강인한 검투사의 결투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반갑다. 그와 함께 하는 멋진 스파르타쿠스 바이크 역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팀의 소속 선수 모두가 동일한 자전거를 타는 것은 그동안 프로 사이클링의 공식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 트렉-세가프레도의 새로운 시도는 상당히 신선함을 불러 일으킨다. 팀 전체가 하나가 되어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달리고 있지만 선수 개개인 각자의 개성을 자전거를 통해 보여주었다. 자전거에 나만의 개성과 의미를 담아낸다는 것은 어쩌면 프로젝트 원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가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만의 위한 풀 커스텀 바이크, 라이더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지 않았을까? 그 꿈, 프로젝트 원과 함께 라면 가능하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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