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라이드매거진은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는 스웨덴의 자동차 메이커 볼보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바로 스프레이 페인트 개발사인 알베도 100(Albedo 100)과 함께 야간 안전을 지켜줄 특수 페인트 스프레이인 ‘라이프 페인트(LIFE PAINT)'가 그 주인공이다.
라이드매거진은 볼보자동차코리아 측에 이 라이프 페인트를 사용해 볼 수 있는지를 정식으로 요청했고,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라이드매거진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라이프 페인트 샘플을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며칠 후 라이드매거진 사무실에는 샘플이라고 하기에 좀 많은 양의 라이프 페인트가 도착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양을 보냈냐는 질문에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자전거를 다루는 매체의 특성상 좀 더 많은 샘플을 보내주면 자전거 라이더들과 함께 사용해보고 그들의 반응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라이드매거진은 자전거 테마카페인 라이드카페에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전시하고 방문한 자전거 라이더들이 자유롭게 사용한 다음, 본인이 사용한 후기를 SNS에 올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요청한 자전거라이더들의 사용소감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들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라이드카페에서 진행된 이번 라이프 페인트 관련 이벤트에는 라이드매거진 기자를 포함 약 50명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참가했고 다양한 사용후기를 들려줬다. 라이드매거진 기자와 자전거 라이더들은 과연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그들이 느낀 볼보의 라이프 페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라이드매거진 기자가 체험해본 볼보 라이프 페인트
볼보 라이프 페인트는 라이더가 자전거나 옷 위에 직접 뿌려 사용하는 수용성 반사 페인트다. 라이프 페인트를 뿌린 옷이나 자전거가 빛을 받았을 때 이를 반사해 환하게 빛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게 되는데, 특히 강한 빛을 받을수록 이를 반사해 더욱 쉽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자전거 후미등의 작은 불빛이 자동차 라이트의 강한 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확실히 눈에 띌 수 있을 만큼 그 효과가 뛰어나다.
볼보 라이프 페인트의 효과를 최대한 내는 방법은 아마 넓은 면적에 뿌리는 것이다. 평소 입는 라이딩용 재킷과 헬멧, 자전거 프레임에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뿌렸다. 액체가 분사되지만 마르니 가루 같은 물질이 표면에 흡착된다. 볼보 라이프 페인트가 묻은 옷은 물로 세탁하면 페인트를 깨끗이 없앨 수 있다. 마찬가지로 피부에 묻은 페인트도 물로 씻으면 지워지고, 피부에 묻어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물질이라니 안심이 된다.
초저녁에 거리에 나가서 그 효과를 테스트해봤다. 처음에는 카메라의 플래시 라이트를 이용해 그 효과를 실험해보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밝게 빛나지 않아 실망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동차의 전조등과 같은 밝은 불빛을 쐬자 선명하게 빛나는 듯 보인다.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반사하는 것인 만큼 강한 빛에 잘 반응하는 느낌이다.
해가 기울고 점점 주변이 어두워지자 볼보 라이프 페인트의 진가가 드러난다. 주변이 어두울수록 페인트를 뿌린 자리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니 멀리서도 라이더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자전거 라이더가 옷에 뿌리는 것 이외에도 볼보 라이프 페인트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필자가 평소 야간에 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산악 라이딩 코스의 장애물에 라이프 페인트를 뿌려두니 낮에는 페인트를 뿌린 사실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지만, 밤이 되자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비를 맞으면 지워지니 야간에 열리는 라이딩 이벤트 등에서 위치를 표시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다.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써본 라이더들의 이야기
박광주 (서울특별시 강북구 거주 / 자전거 경력 3년 / 주로 남산 북악, 아라뱃길이나 장거리 라이딩)
Q.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사용해 본 소감이 어떤가요?
A. 액체 성분으로 뿌리고 나면 끈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가루(?)같이, 뿌리고 난 뒤에 만져도 끈적임이 없었어요. 스마트폰 플래시로 확인 촬영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밝게 빛나서 놀라웠어요. 냄새도 독하지 않았고요. 다만 일반 플라스틱이나 도장된 표면에는 문지르기만 해도 쉽게 지워지는 편이라 의류처럼 섬유로 된 곳에 사용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라이프 페인트를 어떤 용도로 사용해 보았나요?
A. 야간 라이딩을 자주 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북악 스카이웨이 가는 길에 사용해봤어요. 집에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북악을 넘어야하거든요. 북악을 오르내리는 길에 자동차가 제법 지나가는 편이라 자동차 운전자에게 잘 보이도록 헬멧과 바람막이에 라이프 페인트를 남김없이 뿌렸어요. 그랬더니 평소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빙 둘러서 절 추월하는 차량들이 많더라고요. 신기했어요.
Q. 자동차 메이커 볼보에서 자전거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이런 제품을 만든데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A. 좋아요. 꼭 밤이 아니라 낮에 도로 라이딩을 할 때도 뒤에서 오는 자동차 때문에 무서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준다니 조금은 안심이 돼요. 제품도 좋지만 운전자나 라이더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Q. 라이프 페인트를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A. 자동차 불빛을 반사시키는 스프레이 인만큼 야간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앞으로 판매하게 될지, 양이나 가격이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자주 사용하기 부담스럽다면 새벽이나 야간에 라이딩 할 수 밖에 없는 장거리 라이딩에서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시 외곽 국도는 너무 어둡기 때문에 장거리 라이더들에게 가장 좋은 제품일지도 모르겠어요.
여성 라이더 최윤정 (서울특별시 은평구 거주 / 자전거 경력 4개월 / 주로 한강 자전거도로 라이딩)
Q.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사용해 본 소감이 어떤가요?
A. 라이프 페인트 같은 반사 스프레이에 대해 평소에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라이프 페인트 이벤트를 알게 돼 사용해 봤는데 무엇보다 뿌리고 난 뒤 끈적거릴 거라는 예상과 달리 표면에 착 붙어있는 느낌이 신기했어요.
Q. 라이프 페인트를 어떤 용도로 사용해 보았나요?
A. 요즘 날씨가 추워서 자전거 라이딩 보단 집 근처 공원에 나가 간단히 조깅을 하고 있어요. 어두운 밤 시간에는 가로등이 있긴 하지만 많이 밝은 편은 아니라 라이프 페인트를 써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공원을 오고 가며 지나가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도로에서 달리는 자전거 전조등에 반사돼서 그런지 근처에서 머뭇거리거나 비켜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웃음) 세탁을 하면 지워진다고 해서 집에 돌아와 세탁기에 넣고 돌리니 지워졌어요.
Q. 자동차 메이커 볼보가 자전거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이런 제품을 만든데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A. 처음에 자전거 탈 때 반사되는 스프레이라고 해서 당연히 자전거 메이커에서 만들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자동차 메이커 볼보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참 고마운 것 같아요. 라이딩 중 위협운전을 받을 때마다 자전거는 도로 위에서 늘 위험한 약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배려 받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제품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라이프 페인트를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어디에 사용하고 싶으신가요?
A. 인체에 무해하다고 들었는데, 동물한테도 안전하다면 애완동물 산책시킬 때 써보고 싶어요. 목줄에 뿌려서 밤에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애완동물의 안전도 지키고 재미있는 사진도 남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볼보 라이프 페인트를 체험해본 많은 라이더들이 신기해하면서도 그 효과에 놀라고, 사용해본 다음에는 무척 즐거워하며 어떻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론 볼보 라이프 페인트는 무척 실험적인 시도이며 아직 전 세계 라이더의 필수품으로 보급된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한 시도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하면 야간에 더 안전하게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진지한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볼보가 바랬던 것이 아닐까?
라이더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자동차 메이커 볼보가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볼보와 같은 자동차 메이커, 그리고 라이더를 배려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 더욱 안전한 도로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장낙규 rockyou@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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