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스포츠 영웅 한 사람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권투의 무하마드 알리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 같은 전설적인 선수 반열에 오른 이들은 이미 은퇴한지 몇 십 년이 지났음에도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 삶에 영감을 주는 그런 존재다.

사이클링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위대한 선수들의 이름은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기억된다. 파우스토 코피와 지노 바탈리의 치열한 경쟁은 사이클링 역사책에 기록되었고, 한 시대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에디 메르크스, 베르나르 이노, 미구엘 인두라인과 같은 이들은 위대한 챔피언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사이클 영웅’ 중에 챔피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한 번도 그랜드 투어의 종합시상대에 올라간 적이 없고 최근 은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는 선수를 이야기하라면 아마 독일 출신 사이클리스트 ‘옌스 보이트(Jens Voigt)'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옌스 보이트는 1997년 프로로 데뷔하여 2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해온 베테랑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레이서가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30대 초반이라고 말하며, 40대의 나이는 사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옌스 보이트는 은퇴 직전까지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사이클리스트였다.



투르 드 프랑스나 지로 디 이탈리아 같은 프로 투어 레이스에서 달리는 선수들은 모두가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가까이 다가간 이들이다. 출전하는 팀과 선수들 모두 레이스 세계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해당하는 최상위의 실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러나 레이스에서 영광스러운 챔피언의 자리는 단 하나 뿐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선수들이 챔피언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레이스에서 승리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은 선수마다 다르다. 강한 바람이 부는 날, 많은 선수들은 소속된 팀을 초월하여 하나의 그룹으로 뭉쳐 교대로 바람막이 역할을 하면서 힘을 아끼며 달린다. 그러다가 피니쉬라인이 다가오면 이러한 계산적인 협력관계는 사라지고, 바람막이 선수들 뒤에서 숨죽이며 체력을 아껴둔 스프린터가 앞에 나와 피니쉬라인을 위한 질주 경쟁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전략으로 달린다면 스프린트에 별로 재능이 없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0%다.



옌스 보이트 역시 수많은 선수들과 함께 스프린트 경쟁을 벌인다면 우승할 가능성이 0%인 선수 중 한명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달렸다. 수많은 선수들이 서로 뭉쳐서 달릴 때, 옌스 보이트는 홀로 집단을 뛰쳐나와 저 멀리 앞쪽으로 달아나는 ‘브레이크어웨이(Break Away)’라는 전략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크어웨이 작전이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혼자 앞서 달리는 선수는 집단으로 뭉쳐 달리는 선수보다 빨리 지치게 되며, 홀로 바람과 싸우며 고통스럽게 달려야 한다. 게다가 홀로 앞서나가더라도, 나중에는 다시 집단에 따라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되면 브레이크어웨이 작전은 실패다. 열 번 중 아홉 번이 실패한다. 하지만 옌스 보인트는 ‘우승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방법보다 열 번 중 한 번의 성공 가능성이 있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후방에서 추격해오는 거대한 집단을 따돌리며 피니쉬라인을 향해 질주하여 브레이크어웨이를 통해 얻은 승리만 70번이 넘는다.



수많은 사이클링 팬들은 남들보다 앞서나가며 고통스러운 전력질주를 하는 옌스 보이트의 불타는 투지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마치 ‘외계인’이라 생각 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챔피언들은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은 이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달리는 옌스 보이트의 주행은 처절하고 뜨겁다.



그는 챔피언이 아니지만 앞으로 끊임없이 달려 나가는 투쟁정신의 상징이었다. 그의 자전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Shut up Legs!'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자신의 다리에게 ’닥치고 움직여‘라고 외치는 호전적인 투사에게 어울리는 문구다.



옌스 보이트는 2014년 USA 프로챌린지를 마지막으로 그해 9월 은퇴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팬들의 축하와 꽃다발을 받으며 쓸쓸하게 퇴장하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도전을 선택했다.





옌스 보이트는 2014년 9월 19일, 스위스 벨로드롬에서 트렉이 그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자전거와 함께 1시간동안의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기록경기인 ‘아워레코드(Hour Record)' 경기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신기록 수립과 함께 은퇴하게 된다.

옌스 보이트의 은퇴 당시 인터뷰 기사보기 >>



옌스 보이트가 사이클링 스포츠의 세계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그는 선수로서 은퇴했지만 향후 레이스 팀의 감독을 수행하고 싶다는 포부가 있었고, 현재 트렉 팩토리 레이싱의 팀 스텝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은퇴한 옌스 보이트는 더 이상 프로 사이클리스트가 아니지만 수많은 팬들은 여전히 옌스 보이트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이클링 스포츠 팬 사이에서도 옌스 보이트는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사람으로, 불굴의 투지를 가진 ‘사이클 영웅’으로 수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옌스 보이트의 팬이라면, 그리고 옌스 보이트를 직접 만나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어쩌면 평생 한 번 뿐인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트렉바이시클코리아는 이런 사이클링 팬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1월 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간 120명의 라이더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트렉 라이드 페스트 #2 whth 옌스 보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트렉 라이드 페스트 #2의 참가자들은 71km 코스를 옌스 보이트와 함께 라이딩을 하고, 라이딩 후에는 즐거운 애프터 파티에서 옌스 보이트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트렉바이시클코리아는 오는 10월 21일까지 트렉 라이드 페스트 #2의 참가신청을 접수하며, 이 중 120명의 라이더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벤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트렉바이시클코리아 블로그(blog.naver.com/trekkorea1)를 통해 공지된다.

이외에도 트렉바이시클코리아는 옌스 보이트의 방한기간동안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사이클링 스포츠 팬, 특히 자신의 가슴속 사이클 영웅이 불굴의 투지를 가진 사이클리스트라면, 꼭 그를 직접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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