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처음 입문하는 라이더에게 첫 자전거는 많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첫 자전거가 남기는 추억이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로드바이크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기 위한 세팅이 일반적인 생활용 자전거에 적응된 라이더의 몸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면 초보자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로드바이크라면 라이더의 성장에 따라가지 못하고 금방 한계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흔히 자전거를 구입하려는 초보자에게 ‘제대로 된 로드바이크’를 구입하라고 말한다. 자전거에 막 재미를 붙인 초보 라이더의 실력은 빠르게 늘고 실력만큼이나 눈높이도 높아지기 마련인데, 자전거를 패션의 일부로 보는 최근의 트렌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인 스포츠 라이딩을 지향한다면 철저히 로드바이크의 정석을 추구한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울지 몰라도, 자전거에 대한 라이더의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정된 자세를 몸에 익히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로드 바이크의 입문용 시장은 언제나 어떤 모델이 합리적일 것인가에 대한 라이더들의 의견들이 서로 충돌하며 뜨겁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핫 한 입문용 로드바이크를 고른다면 주저 없이 언급할만한 모델이 바로 히트(HIT) 3500이다.

 

히트 3500은 사실 부품구성만으로 이미 베스트셀러에 오를만한 조건을 갖춘 모델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모델 중 히트 3500정도의 부품구성을 가진 모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히트 3500의 구동계는 크랭크에서 시프터까지 시마노 소라 3500시리즈를 탑재했고, 카본 포크를 장착했다.



부품 중심의 저가형 자전거라 해도 히트 3500만큼의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히트 3500은 삼천리자전거가 생산을 담당했고 프레임 또한 더블버티드 알루미늄 튜빙을 사용해 만들었다. 단순히 로드바이크 흉내만 낸 자전거가 아니라, 스포츠용 로드바이크의 기본조건 이상을 갖추었다.



여기에 재미있게도 히트 3500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입문용 로드바이크에서 보기 드문 ‘산악 세팅’의 구동계를 장착했다. 크랭크는 콤팩트 타입으로 스탠더드 타입 52/39T 체인링보다 작은 50/34T 체인링이 장착되어있다. 카세트스프라켓은 산악자전거 및 투어링자전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11-32T, 원활한 변속을 위해 리어디레일러는 롱 케이지 타입을 장착한 것이 눈에 띈다.

로드바이크의 변종이라 생각한다면 아직 보는 눈이 넓지 않다는 증거다. 이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팅 중 하나다. 알프스의 산악지역에서 로드바이크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모두 억센 근육으로 무거운 기어를 돌리며 언덕을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환상, 히트 3500과 유사한 세팅이라면 산악지역에서 라이딩 하더라도 비교적 편안하게 즐기며 달릴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역시 서울지역만 벗어나더라도 온통 산 천지다. 입문자의 입장에서 긴 오르막을 만났을 땐 콤팩트 크랭크에 28T 스프라켓도 부족하다. 가장 가벼운 기어를 사용하여도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힘겨운 페달링을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만나게 된다. 히트를 통해 소개되는 11-32T 스프라켓의 로드바이크라면 초보 라이더에게 언덕과 싸울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히트 3500은 국내 환경에 알맞게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자전거다.

 

핸들바는 콤팩트(compact) 타입이 장착되어 있다. 핸들바 하단이 깊게 떨어지지 않은 콤팩트 타입으로 초보라이더도 핸들바 하단을 잡고 다루기 편하다. 핸들바를 쥐고 꼼꼼히 살펴보니 빼어난 조립 마감이 인상적인데 잘 정리된 케이블은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걸리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고 레버를 움직였을 때 케이블의 움직임도 상당히 부드러웠다. 브레이크 캘리퍼의 스프링 장력이 다소 강한 편이라 레버 윗부분의 후드를 손으로 쥔 상태에서 브레이크 조작에 다소 악력이 필요하지만 입문용 자전거에 장착된 부품의 퀄리티를 생각할 때 합격점 이상을 줄 만하다.

 

안장과 같은 컴포넌트 역시 로드바이크의 날렵한 디자인과 어울린다. 안장의 정확한 브랜드는 알기 어려우나 기본적인 형상은 레이스용 로드바이크 안장과 무척 닮았다. 안장의 모습이 닮았다는 것은 기능적인 면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허벅지와 닿는 부분이 좁고 뒷부분의 길이가 길어 다양한 시팅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자전거의 부품구성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시승을 시작할 차례다. 라이드매거진의 기자 2명, 그리고 실업팀 선수로 활약했던 테스트라이더 1명 이렇게 3명의 테스트라이더가 약 2주간에 걸쳐 히트 3500을 시승했다.



시승에 초점을 맞추었던 부분은 알루미늄 프레임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50만 원대의 자전거 프레임에 더블버티드 알루미늄 튜빙이 사용되었다고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기 마련이다. 히트 3500의 프레임은 일반 알루미늄 생활자전거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깔끔한 용접을 보여주지만 마무리는 다소 거친 느낌이 든다. 자전거의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자전거 프레임을 용접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페인팅 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히트 3500에 올라탄 첫인상은 '낮게 지면에 깔린다'는 느낌이다. 거기에 수평에 가까운 세미슬로핑 탑튜브 덕분에 클래식 스타일 레이스 바이크처럼 사이즈에 비해 조금은 커 보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안장위에서 바라보면 탑튜브의 길이는 요즘의 모델들과 특별히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지오메트리 차트를 살펴보면 헤드튜브(Head Tube) 높이가 다소 낮은 편으로 레이스 지오메트리에 가깝다는 점에서 놀랐다. 입문자라면 스페이서를 충분히 끼워 핸들을 높인 상태로 자전거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전거에 익숙해지고 나면 본격적인 스포츠 세팅이 가능하다. 핸들을 충분히 낮춰 로드바이크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이 가져다주는 민첩한 주행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헤드튜브가 낮다보니 핸들바를 지탱하는 스템(Stem)의 높이와 길이 설정에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프레임 소재는 더블버티드 알루미늄, 얇은 금속관으로 이루어진 프레임이 전해주는 특유의 탄성과 단단함은 카본 재질의 그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카본프레임을 접하기 이전에 탔던 자전거들의 옛 기억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핸들바를 잡고 좌우로 강하게 비틀어도 흔들림이 적고 속도의 손실이 없다. 



카본포크는 그야말로 알루미늄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노면에서 핸들로 올라오는 진동을 확실히 걸러준다. 다소 무거운 알루미늄 프레임은 초반 가속에는 다소 불리하지만 속도를 올려가며 본격적인 주행에 들어간 다음부터 경쾌하게 질주하는 맛이 있다.

계속된 라이딩에서 확신이 드는 점은 히트 3500은 그저 입문자만을 위한  아니라는 것이다. 히트는 이전 레이스 로드바이크들의 공격적인 지오메트리를 간직하고 있다. ‘50만 원 대 자전거니 프레임 성능이 고만고만할 것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프레임과 포크 성능만 보아도 보다 고가의 알루미늄 경쟁모델들과 겨루기에 별로 아쉬울 것 없으리라.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은 프레임이 아니라 휠이었다. 자전거의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전거의 가격대비 휠의 성능이 나쁘다기보다 프레임 성능이 지나치게 튀는 탓이다. 하지만 페달링에 빠르게 반응하며 뛰쳐나가려는 프레임을 휠이 붙들고 늘어진다는 답답한 느낌은 아쉽다. 당장 다른 휠로 갈아 끼우고 달리고 싶다는 충동을 받을 정도, 최소한 시마노의 엔트리 급 휠이라도 장착한다면 비약적으로 향상된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타이어, 카트리지 브레이크패드와 함께 업그레이드 1순위가 될 부품이다.

 

히트 3500은 입문자를 위한 자전거지만 편안함만을 추구한 어색한 로드바이크가 아닌, 입문자에게 처음부터 제대로 된 로드바이크의 '정석'을 보여주려는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으니 바로 피팅이다. 스포츠용 로드바이크에 적응하면서 몸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라이딩 중 무릎과 어깨를 비롯하여 몸 구석구석이 쑤시는 통증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니 반드시 전문 숍에서 제대로 된 피팅을 받기 바란다. 

생각해보면 58만원이라는 자전거의 가격으로 이정도의 구성을 가진 자전거를 만들어낸 것이 신기할 정도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입문할 수 있는 스포츠 로드바이크 모델을 찾거나 추천을 부탁 받았다면 이제 고민은 그만해도 되겠다. 우리나라 라이더들과 주행 환경을 고려하여 만든 히트 3500 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미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모델이지만, 시승하는 동안 느낀 만족스러움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도록 만들었다.

 

 

프레임 : 알루미늄 더블버티드 스무스 웰딩

포크 : 카본

크랭크 : 시마노 소라 3550, 50/34T

시프터 : 시마노 소라 3550

앞 디레일러 : 시마노 소라 3550, 밴드 타입

뒤 디레일러 : 시마노 소라 3550, 롱 케이지

카세트 : 시마노 CS-HG50, 11-32T

체인 : KMC Z9

브레이크 : 프로맥스

타이어 : 켄다 700X23C

휠세트 : 히트 HIT THE ROAD 35mm

핸들바 : 히트 콤팩트 타입

사이즈 : 490, 520, 540

색상 : 매트블랙

가격 : 58만원

제품문의 : 경태네 자전거 가게 (070-4402-8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