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italia)가 이제 6일의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현재 종합 선두는 틴코프-삭소(Tinkoff-Saxo)의 알베르토 콘타도르(Alberto Contador)이며 2위인 파비오 아루(Fabio Aru)와는 이미 2분 35초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남은 스테이지에서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콘타도르의 종합우승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주 지로 디 이탈리아 최대 이슈는 팀 스카이(Team Sky)의 리치 포트(Richie Porte)가 겪은 불운 이었다. 스테이지 10까지 종합순위 3위를 달리고 있던 리치 포트, 피니쉬 라인을 5km 남긴 상황에서 앞바퀴 타이어가 주저앉는 기재고장이 발생하였는데 근처에 있던 오리카-그린엣지(Orica-Greenedge)의 사이먼 클락(Simon Clarke)이 자신의 앞바퀴를 내주었다. 경쟁 팀 선수인 사이먼 클락이 포트에게 장비를 준 이유는 둘은 같은 호주 국적 선수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항전 경기에서는 한솥밥을 먹는 동료의 그랜드 투어 우승을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돕고 싶었던 것, 심지어 오리카-그린엣지의 간판 스프린터인 마이클 매튜스(Michael Matthews)까지 리치 포트의 펠로톤 복귀를 위해 달리는 팀 스카이 그룹을 리드하고 나섰다. 마이클 역시 호주인 으로서 리치 포트를 응원하고 싶었던 것 이다.



:호주인 들의 ‘의리’를 보여준 사이먼 클락 선수

도로 사이클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스포츠맨십 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호주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 사이클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행동이었지만 골라인을 넘고 나서 리치 포트에게 주어진 것은 2분의 벌점과 벌금 이었다. 경기 종료이후 심판은 UCI 경기 조항에 명시된 ‘다른 팀 간 장비를 공유할 수 없다’는 조항을 어겼기 때문에 리치 포트와 사이먼 클락 두 선수에게 벌점을 내린 것. 이 결정에 대해 팬들은 물론 동료 선수들까지 분개하였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주최 측도 선수들 간의 우정에서 비롯된 악의 없는 행동임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패널티를 부과한 것 이었다. 하지만 종합우승을 위해 달리는 선수에게는 작은 차이도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타가 되었다. 이날의 경기 결과로 리치는 선두와 무려 3분 9초의 시간차로 종합순위 12위에 랭크되며 사실상 지로 디 이탈리아의 종합 우승권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날 때 까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21번의 경기는 이제 막 중반을 달려왔을 뿐이다. 하지만 또 다시 불운이 리치 포트를 습격하였다. 쏟아지는 비속에 열린 스테이지 13, 마지막 3.3km를 남기고 펠로톤이 두 동강 나는 대형 낙차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리치 포트는 여기에 휘말리며 선두와 2분여 시간 차이를 또 다시 추가 하고 만다. 역시 이 사고에 희생양 이 된 알베르토 콘타도르도 리더 저지인 말리아 로자(Maglia Rosa)를 파비오 아루에게 넘겨주게 된다.



다음날 이어진 스테이지 14 개인 도로 독주, 내셔널 챔피언을 상징하는 호주 국기의 무늬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리치 포트는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55위로 골인하였다. 개인독주에 일가견이 있는 포트에게 너무나도 뒤떨어진 성적, 전날 낙차 사고로 인한 부상이 의심되었다. 이날 알베르토 콘타도르는 3위로 골인하며 파비오 아루의 리더 저지를 하루 만에 다시 빼앗아 온다. 이탈리아의 영건(young gun) 파비오 아루의 일일천하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3주간 그랜드 투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과 매일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둘 모두에게 휴식이 주어진 25일, 리치 포트는 결국 기자회견을 통해 지로 디 이탈리아 경기를 포기함을 알려 팬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연이은 불운이 닥쳐 경기를 포기하게 되었지만 리치 포트와 호주 선수들이 보여준 우정은 팬들의 마음속에 핑크 색 리더저지보다 더욱 강렬하게 남을 것이다.




이제 남은 6번의 경기이후 마지막에 살아남는 자,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로 디 이탈리아는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레이스 리더인 콘타도르와 2위인 아루의 시간차는 2분 35초, 남은 산악 구간에서 최강의 클라이머인 콘타도르를 아루가 따돌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루에겐 아스타나(Astana) 팀원들의 막강한 화력이 남아 있다. 2015 지로를 지배하고 있는 아스타나, 반면 콘타도르의 소속팀 틴코프의 선수들은 모두 지쳐버린 것으로 보인다.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의 결말, 31일 밀라노에서 핑크 저지를 입은 리더와 함께 당당히 개선행진할 팀은 누가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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