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급 카본 로드바이크’ 아마도 근래 들어 자전거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라고 생각된다. 카본 프레임 로드바이크로 가는 문턱은 낮아졌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아졌고 더불어 우리의 눈높이가 올라간 점도 있겠지만 카본 로드바이크의 가격 또한 많이 저렴해지면서 자전거를 취미로 시작하려는 입문자에게 제안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모델이 여러 브랜드에서 앞 다투어 출시되고 있다.

입문자들이 자전거를 고를 때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차후에 부품은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해도 되니 프레임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자전거를 고르라는 조언이다. 입문단계에서 최상급의 레이스용 모델을 구입하라는 뜻이 아니라, 입문자 수준을 벗어날 정도의 실력을 갖추더라도 성능에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자전거로 시작하기를 권함이다.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첼로(Cello) 케인(Cayin)의 첫 인상이 바로 ‘입문자 티를 벗은 다음에도 부족함이 없는 로드바이크’였다. 슬로핑이 심하지 않은 지오메트리는 레이스에 출전하는 고급 로드바이크들의 모습과 비교해도 손색없이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고 프레임을 관통하는 케이블 스토퍼의 깔끔한 마감 처리와 멋스러운 데칼까지 입문용 로드바이크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My First Carbon Road Bike’라는 부제를 달고 출시되었지만 처음에 이어 계속 사용하여도 될 만큼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입문자를 위한 확실한 선택 - 첼로 케인

케인은 지난 2014년 출시되어 이미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로드바이크다. 2014년 버전 출시 당시 케인의 프레임 무게는 49사이즈가 1,250g으로 입문 급 카본 로드바이크로서는 제법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다. 그리고 뒷삼각의 강성증대를 위해 각진 사각형 형태의 '큐브 체인 스테이(cube Chain stay)'를 적용하는 등 케인은 입문자부터 동호인 경기에 참가하는 중급자 까지 만족 시키겠다는 야심참 포부로 등장했던 모델이다.

그리고 2015년 케인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를 마친 후 새롭게 돌아왔다. 첼로의 상급 라인업인 엘리엇과 레퍼런스가 매년 라이더들의 피드백과 로드바이크의 최신 유행을 반영하여 진화했듯 케인 역시 입문하는 라이더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자전거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다시 한 번 다듬어 졌다.



비록 무게가 자전거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수치는 객관적이다. 프레임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에는 프레임과 포크를 하나의 세트로 취급하기 때문에 포크의 무게만 확인해보아도 대략적인 ‘프레임 세트’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프레임에서 포크를 분리해 실측한 무게는 346g, 스티어러 튜브를 포함한 전체가 카본으로 되어있고 무게는 웬만한 중상 급 모델의 포크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2015 첼로 케인 105 모델에는 시마노 BR-R516 브레이크와 시마노(Shimano) 105 그룹셋 그리고 WH-RS010 휠셋이 장착된다. 기본사양으로 장착된 연습용 휠셋인 시마노 WH-RS010의 무게는 무려 1869g에 이르는데, 그럼에도 2015 케인 105의 제원 상 무게는 8.1kg에 불과하니 프레임은 상당히 가볍다고 볼 수 있다. 중·상급 알루미늄 휠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7kg대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모델 라인 또한 입문자들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다. 케인 2015는 부품 구성에 따라 총 4가지 버전이 있는데 시마노의 울테그라(Ultegra) 6800 / 105 5800 그룹셋을 장착한 두 가지 모델, 스램의 포스(Force) / 라이벌(Rival) 그룹셋을 장착한 두 가지 모델로 나뉜다. 가벼운 자전거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무게 7.7kg의 2015 케인 포스 모델에 주목할 만하다. 당장 동호인 자전거 대회에 출전하기에 무리가 없으며 고성능 휠셋만 갖춘다면 본격적인 레이스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스펙을 자랑한다.



다양한 컬러로 출시되는 점 역시 케인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그룹셋 버전 별로 출시되는 컬러가 다른데 시마노 그룹셋을 사용하는 울테그라 / 105 버전은 총 5가지 컬러가 적용된다. 지난 2014년 케인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차분한 느낌으로 변화를 추구하였으며 다양한 컬러가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흰색 프레임에 골드와 민트색상 데칼을 적용한 두 가지 그리고 검정 색상 프레임에 골드, 민트, 최신 유행 컬러인 무광검정이 적용된 버전 세 가지가 출시되어 취향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사이즈는 여성라이더도 탈수 있는 440부터 키가 큰 라이더를 위한 530까지 총 5가지(440, 470, 510, 530)로 출시된다. 국산 브랜드의 자전거답게 한국인의 사이즈에 맞춘 점이 반갑게 느껴진다. 탑튜브의 경사가 심하지 않은 슬로핑(Slopping)을 적용한 지오메트리(Geometry)로 제작되어 작은 사이즈에서도 로드바이크 특유의 날렵한 멋을 느낄 수 있다.


 

프레임 성능을 높이는 숨은 디테일

입문자를 위한 첫 로드바이크라는 콘셉트를 가진 케인이지만 레이스용 카본 프레임에 적용되는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다. 먼저 자전거를 정면에서 보았을 때 헤드튜브의 구경이 상단보다 하단이 넓은 사다리꼴의 ‘테이퍼드(Tapered) 헤드 튜브’ 방식은 빠른 속도에서 자전거를 기울여 코너링을 하는 로드바이크의 조향능력과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고성능 카본 로드바이크에는 필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디자인이다.



라이더의 다리로부터 나오는 파워가 크랭크를 거쳐 전달되는 부위인 BB셸은 두껍게 제작되어 상당한 신뢰감을 주고 케이블이 프레임 내부를 관통하는 인터널 케이블(Internal Cable) 방식은 자전거 외관을 깔끔해 보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먼지와 수분에 의한 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 소모품인 케이블을 오래 사용하게 해주는 디자인이다.



이번 2015 케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외관의 변화는 바로 교체 방식 케이블 스토퍼(Stopper)다. 케이블이 프레임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와 출구에 장착된 탈착 형 스토퍼는 자전거 외관의 고급스러움과 완성도를 높이는 부품인 동시에 정비의 편의성을 높이고, 케이블에 비정상적인 강한 장력이 가해졌을 때 프레임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탑튜브로부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르는 듯한 라인의 시트 스테이와 각진 사각형 모양의 ‘큐브 체인 스테이' 역시 이전 버전에서 그대로 계승되었다. 보기에 미려할 뿐 아니라 프레임이 라이더로부터 강력한 힘을 받았을 때 좌우 비틀림을 최소화 하는 디자인으로 주행 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2015 케인 105 시승

첼로 케인 105는 2015 케인 라인업 중 합리적인 가격과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마노 구동계를 장착하고 있어 라이드매거진 라이더들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블랙/민트 컬러를 선택하였는데 마치 영화 트론(Tron)에 등장했던 미래의 모터사이클을 연상시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승에 사용한 케인의 사이즈는 47로 총 5개의 사이즈 중 두 번째로 작은 크기다. 시승을 담당한 기자의 키가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민첩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콤팩트한 프레임을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프레임 사이즈를 나타내는 숫자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메이커에 따라 다르다. 첼로 케인 47사이즈 프레임은 헤드튜브에서 시트포스트까지를 수평으로 잰 ‘유효탑튜브’ 길이가 520mm다. 사실 자전거를 몸에 맞추려면 자전거에 표기된 사이즈보다 자전거의 핸들에서 안장까지의 거리를 결정하는 프레임의 실제 길이를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좋지만,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작은 사이즈의 프레임은 키가 작은 라이더가 자전거에 오르내리기 쉽도록 탑튜브의 경사를 기울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의 유행은 탑튜브의 ‘슬로핑’이 크지 않은 프레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용적인 부분만 본다면 탑튜브가 기울어진 자전거가 조금 더 다루기 쉽지만, 전통적인 로드바이크의 모습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첼로 케인의 프레임은 최근의 유행이 충실하게 반영된 느낌이다. 탑튜브는 키가 작은 라이더도 다루기 쉽게 충분한 슬로핑이 적용되었으나 곡선이 가미되어 시각적으로는 별로 기울어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같은 디자인적인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자전거의 디자인은 실제 자전거의 주행특성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다.

첼로 케인이 입문용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시승을 진행했는데 느낌이 심상찮다.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입문용이라는 타이틀은 자전거를 쉽게 판매하기위한 포장인 듯하다. 숫자는 정직하다. 300g대 경량 포크를 장착한 시점에서 이미 단순한 입문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해야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레임과 포크는 중급기라고 보아도 충분할 듯하다.



엔트리 급 카본 로드바이크라고 하지만 입문용 자전거에서 종종 느끼게 되는 둔중함이 없다. 길게 뻗은 도로에서 강한 페달링으로 빠르게 순항하듯 달려보고 엉덩이를 들고 과도하게 자전거 핸들바를 비틀며 달려 봐도 반응이 떨어지는 느낌을 찾기는 어려웠다. 직진성이 뛰어난 슬로핑이 적은 지오메트리, 충분한 단단한 헤드튜브와 두터운 비비 셸까지 특별히 프레임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은 별로 없다.

문득 전에 시승했던 케인의 형님뻘 되는 모델인 엘리엇 시그니처가 생각났다. 케인의 프레임과 포크의 성능은 엘리엇 시그니처의 하위모델이라고 쉽게 정의하기보다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은 올라운더 성향에 초점을 맞춘 ‘콘셉트가 다른’ 모델이라 평가하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케인의 프레임과 포크는 그야말로 숨은 진주라 할 만하다.



걸림돌로 남는 부분은 프레임이 아니라 무거운 휠셋이었다. 뒤처짐 없이 따라오는 프레임의 반응이 있다면 가볍게 구르는 휠이 함께해야 비로소 빠른 속도라는 결과물을 내는 법이다. 입문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의 완성차를 내놓기 위함이겠지만, 시마노 105 그룹셋이 장착된 이상 그에 합당한 수준의 휠이 장착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105 이상의 상급 컴포넌트를 장착한 자전거도 무거운 연습용 휠을 장착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상급자라면 취향에 맞는 휠로 업그레이드 할 것이 확실하니 애초에 연습용 휠을 장착해 중복투자를 줄이도록 한 배려다. 하지만 입문자라면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자전거의 업그레이드 없이 그대로 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마노 WH-RS010 휠의 성능은 프레임과 다른 부품의 성능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케인의 가격은 프레임과 부품의 성능을 생각하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퍼포먼스다.



부품을 하나씩 업그레이드 하면서 그 역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자전거의 재미중 하나다. 하지만 부품을 바꾸어 가다보면 결국엔 자전거의 뼈대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프레임까지 교체하게 되어 초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전혀 다른 자전거가 되고 마는 경우를 주변에 종종 볼 수 있는데 케인이라면 라이더가 성장하여도 계속 사용해도 좋은 완성도가 높은 프레임을 갖추었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My First Carbon Road Bike’ 케인은 입문하는 라이더에게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2015 케인 105 제원

프레임 : 케인 카본 레이싱 프레임, 테이퍼드 타입, 내장케이블
포크 : 카본 레그, 카본 스티어러 튜브
크랭크 : 시마노 105 FC-5800, 50X34T, BSA 타입
시프터 : 시마노 105 ST-5800 (22단)
앞 디레일러 : 시마노 105 FD-5800,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105 RD-5800 SS
카세트 : 시마노 105 CS-5800, 11-28T (11단)
브레이크 : 시마노 BR-R561
휠세트 : 시마노 WH-RS010 클린처
사이즈 : 440, 470, 490, 510, 530
색상 : 화이트/스카이블루, 화이트/골드, 블랙(매트), 블랙/브론즈, 블랙/민트
가격 : 18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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